“왜 한국이야?”
막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나에게 친구가 물었다.
대학교 입학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그해, 2002년은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의 해였다.
그 영향으로 일본 미디어에서는 ‘한국’이 제법 화제가 되곤 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월드컵이라는 거대한 이벤트 덕분에 생긴, 일시적인 관심처럼 느껴졌다.
일본에서 ‘겨울연가’가 큰 인기를 끌며 ‘한류 붐’이 시작된 건 그다음 해인 2003년부터였고,
그 당시 일본에 살면서 한국 배우나 가수를 TV로 보는 일도,
한국 음식을 먹거나 한국어를 듣는 일은 거의 없었으니까.
그래서 내 주변에는 한국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었고,
내가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하면 다들 이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곤 했다.
그로부터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나와,
아니, 내 인생과 한국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전혀 인연이 없던 나라.
아무런 접점도 없던 나라.
하지만 하나의 인연이 또 다른 인연으로 이어지고,
그 인연은 점점 커져 가면서 내 인생을 만들어갔다.
2002년 여름, 제주도에서의 홈스테이를 시작으로,
내 인생의 원점이 된 2005년 제주대학교 교환학생 시절,
한일 관계의 최전선이었던 주한 일본대사관 근무,
한류 스타의 세계에 뛰어든 KBS JAPAN 근무,
한일 경제의 가교 역할을 하던 삼성, 카카오, 현대 일본 법인 근무,
그리고 제주도에서의 결혼과 아이의 탄생까지.
이 모든 조각들이 내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퍼즐 조각들이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 한국이 함께 있었다.
만약,
내가 한국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 인생은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한국과의 만남을 되돌아보려 한다.
내가 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내가 왜 그토록 한국에 가고 싶어 했는지,
그리고 처음 한국을 만났을 때 무엇을 느꼈는지.
총 10편의 이야기로,
어린 시절부터 2002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던 그 순간까지의 여정을 담아보려 한다.
늘 자신감이 없고 남들보다 더 소심했던 내가,
한국과의 만남을 통해 어떻게 변해갔는지.
앞으로도 한국과 함께 살아갈
미래의 나를 위해.
2026년 3월 8일 (고등학교 졸업 24주년을 맞이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