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피는 꽃

모든 시기가 있더라

by 박제인

식물들은 모두 같은 속도로 성장하지 않는다.

내가 키우고 있는 20개가 넘는 식물 중에서 가장 성장 속도를 이해할 수 없는 식물은 '몬스테라'라는 식물이다.

흔히 플랜테리어를 할 때.. 집 이 외 사무실 등 다양한 공간에서 키우는 걸 볼 수 있다.

나도 그런 용도로 혹! 해서 키우고 있는데 언제 찢잎이 자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떡잎(찢어지지 않은 잎을 떡잎이라고 부른다)만 계속 보고 있다.


하루는 식물집에 갔다가 사장님께 물었다.

사진을 보여드리면서 "제가 집에서 키우는 몬스테라인데 찢어진 잎으로 자라지도 않고, 성장도 멈췄는데 분갈이라도 해야 할까요? 흙 속에서 뿌리가 문제가 생기고 있는 건 아니겠죠?"


식집사의 솔직한 심정을 말하면.. 곧 죽을 것 같은 식물, 폭풍 성장하는 식물 그리고 아무 변화도 없는 식물 중에서 변화 없이 항상 그대로인 식물이 가장 내 마음을 졸인다.


진짜 속이 곧 타들어갈 것 같은 심정으로 바라보지만.. 내 속도 모르고 성장을 멈춘 식물은 그냥 일주일, 한 달 아니.. 두 달, 세 달 그 이상도 아무 일 없이 혼자 평온하게 그 자리 그대로.. 그렇게 꿋꿋하게 있다.

다행인 건지 아닌지 모르겠는 나는 이곳저곳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비교 사진도 찍어보고 하는데..

때가 되면 빼꼼하고 올라오고, 또 잎을 활짝 피고 싶은 때 피더라.


그 사이에 나는 물도 주고, 햇빛도 보여주고, 식물등 아래도 놓고, 바람도 쐬어주고, 샤워도 시켜주고 별별 방법을 써보지만 사실 큰 효과라고 본건 없는 거 같다.


단지 하나 알게 된 사실은.. 앞서 식물집 사장님을 통해 들은 이야기로..

몬스테라는 신기하게 '위치'를 바꿔주면 성장을 한다는 거다.

'????' 딱 물음표 그 자체였다. 왜냐하면 집 어느 공간이든 습도며, 온도며, 다 비슷할 텐데.. 그게 얼마나 영향을 받는다고 성장을 안 하다가 성장을 하고, 성장을 하다가 성장을 안 하고 그런다는 걸까?..

(이해할 수 없었지만, 베란다 구석 쪽에 있던 몬스테라를 냉장고 옆에 놓으니 크고.. 또 옷방으로 옮기니 새 잎을 보여주고 정말 그렇더라)


그런데 곧 1년 가까이 키워 본 입장으로는 피게 될 때 피는 거 같다.


사람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피게 될 때 피지 않을까?


오늘 사주와 타로를 함께 하는 카페에 다녀왔다. 가장 궁금했던 건 역시나 진로 고민이었다. 그런데 사주카페 사장님께서 질문을 하나 던지는데 "본인은 계획한 일이 빨리 이루어지는 거 같아요? 늦게 이루어지는 거 같아요?"라는 거다. 사실 빠르고, 늦고를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있는 그대로 나의 생각을 말했더니 다행이라고 한다. 급하게 이루고 싶은데 뜻대로 안 된다고 시기를 자꾸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이라고 하니.. 그런 부분이 참 낙천적인 성격이 잘 드러나는 거 같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하지만 사실 그 시기에는 언제나 과민성대장증후군과 사투를 벌이면서 버티는 나다)


어쨌든! 나의 경우 늦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늦게 피는 꽃'이라고 표현해 주셨다.


문득 스치는 게 나는 나의 청춘을 '사막에서 피는 꽃'이라고 표현했고, 내게 언제나 정착을 바라는 부모님께는 "나도 언젠가 필 거야! 봄에 피는 꽃, 여름에 피는 꽃, 가을, 겨울 다 다르잖아. 그냥 나는 지금 아직 피지 않은 준비 단계의 꽃이야"라고 했는데..


참 꽃은 모르겠지만, 내가 키우고 있는 식물에 빗대어서 생각해 보니 다양한 감정이 섞여서 내 인생을 생각하고 부모님의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도 함께 느껴지는 거 같다.


근데 식물의 성장도 사람의 인생도 내 뜻대로 되는 건 없는 거처럼.. 그저 다 피는 시기가 다를 뿐이다.

새싹이 올랐다고 그게 당장 다음 주에 잎을 펼치는 식물이 있고, 한 달 이상이 되도록 잎을 보여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저 기다리다 보면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활짝 필 뿐.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24년 12월
25년 1월

(비하인드 스토리: 엄마에게 사주타로 본 걸 이야기 했다가.. "오죽 답답하면 갔겠나 싶지만 다시는 보지 마, 교회 가서 기도해"라고 들었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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