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림화산 메인 테마

전국시대를 깨운 한 줄기 선율

by 연구소장

전국시대를 깨운 한 줄기 선율

전국시대를 운 한 줄기 선율

風林火山 - Main Theme




450년 전, 그 시절의 이야기

2007년 겨울. 나는 '신장의 야망 혁신'에 푹 빠져 있었다. 매일 밤 전국시대 일본을 통일하는 꿈을 꾸며 게임을 했다. 그때 NHK 대하드라마 《풍림화산》이 방영되기 시작했다. 주인공은 야마모토 칸스케. 떠돌이 낭인에서 다케다 가문의 군사가 된 인물이다. 외눈과 절름발이라는 신체적 장애를 지녔지만, 뛰어난 군략으로 신겐의 신뢰를 얻은 전략가. 그의 눈을 통해 우리는 또 한 명의 영웅을 만난다. 다케다 신겐. '카이의 호랑이'라 불린 전국시대의 거인. 카이, 지금의 야마나시현을 다스리며 다케다 가문을 강대한 세력으로 키워낸 무장이다.


50부작의 긴 여정은 1515년부터 1560년까지를 그려낸다. 시나노를 정벌하고, 우에스기 겐신과 운명의 대결을 펼치며, 호조와 이마가와 가문과 복잡한 외교전을 벌이는 시대. 각 지방의 영주들이 천하를 놓고 피로 물든 역사를 써내려가던, 그 치열했던 시절의 이야기였다.



바람, 숲, 불, 그리고 산

"其疾如風 其徐如林 侵掠如火 不動如山"


그 신속함은 바람과 같고, 고요함은 숲과 같으며, 침략하는 것은 불과 같고, 움직이지 않음은 산과 같다.

《손자병법》 군쟁편에 나오는 이 구절에는 사실 두 줄이 더 있었다. "難知如陰, 動如雷霆" - 알기 어려움은 어둠과 같고, 움직임은 벼락과 같다. 하지만 후대 일본에서는 앞의 네 구절만이 살아남았다. 작가 이노우에 야스시가 소설 제목으로 '풍림화산'이라는 네 글자를 택한 순간부터. 역사적 진위를 떠나, 이 네 글자는 다케다 군의 깃발이 되었고, 정신이 되었다. 바람처럼 빠르게, 숲처럼 조용히, 불처럼 맹렬하게, 산처럼 흔들림 없이.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그러나 중심은 잃지 않고.


드라마가 방영되던 당시, 한 평론가는 이렇게 썼다. "이 드라마는 '독안룡 마사무네'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걸작이다." 실제로 일본 역대 대하드라마 인기 투표에서 4위를 기록한 이 작품은, 방영 후 '신장의 야망'에서 다케다 신겐의 인기를 급상승시킬 정도로 깊은 여운을 남겼다.



꿈을 이루지 못한 영웅

수많은 전국 무장 중 왜 하필 다케다 신겐이었을까. 다케다 신겐은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함께 전국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천하통일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53세의 나이로 병사했다. 미완의 영웅. 어쩌면 그래서 더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풍림화산의 정신으로 무장한 다케다 군은 당대 최강의 기마대였다. 우에스기 겐신과 벌인 다섯 차례의 카와나카지마 전투는 지금도 전설로 남아있다. 그는 정복자이기 전에 철학자였고, 손자병법을 실전에 구현한 전략가였다. 전술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사람.


드라마를 보기 전까지 나는 게임에서 주로 오다 노부나가나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선택했다. 승리가 보장된 강력한 다이묘들이었으니까. 하지만 드라마를 본 후로는 달랐다. 매번 다케다 신겐으로만 플레이했다. 카이의 산악 지형에서 시작해 천하를 노리는 그 과정이, 드라마 속 신겐의 꿈과 겹쳐 보였다.



도쿄에서 태어난 전국시대의 소리

이 거대한 서사를 이끌어갈 음악은 누가 만들 것인가. NHK가 선택한 사람은 센쥬 아키라였다. 1960년 도쿄 출생. 도쿄예술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작곡가. 영화 《226》과 《RAMPO》,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온 인물이다.


센쥬 아키라는 이렇게 말했다.

"말이 들판을 달려 나가는 모습을 상상하며 작곡했다."


이 한 마디가 모든 걸 설명해준다. 2006년 가을, 도쿄의 NHK 스튜디오. 그의 악보에는 한 시대의 정신이 담겨 있었다. 오프닝용 2분 39초, OST 수록용 2분 49초. 짧은 시간 안에 전국시대의 모든 것을 담아야 했다. 타카세키 켄이 지휘봉을 들어 올렸다. NHK 교향악단의 첫 음이 울려 퍼지는 순간, 스튜디오는 전국시대의 전장이 되었다. 서양 관현악의 웅장함과 일본의 정서가 만났다. 그리고 바르샤바에서 녹음된 필하모닉의 선율이 더해지며, 동서양이 하나가 되는 소리의 태피스트리가 완성되었다.


작곡가로서 센쥬 아키라가 추구하는 것은 명확했다. "음악이 치유라고 말하는 것은 오만한 발상입니다. 음악은 기도입니다." 그의 형은 화가다. 어느 날 형이 말했다. "천 년을 견디는 와시처럼, 천 년을 견디는 음악을 만들어 달라." 와시는 일본 전통 종이로, 천 년 이상 보존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센쥬 아키라는 그 말을 가슴에 새겼다. 복잡한 이론으로 무장한 곡이 아니라, 시대를 초월해 인간의 마음을 울리는 소리를 만들겠다고.



매주 일요일 밤, 시간여행이 시작되다

푸른 하늘 위로 구름이 흐른다. 잔잔한 선율과 함께 내레이션이 시작된다.


"하야키 고토 가제 노 고토쿠(疾きこと風の如く)"

"시즈카나루 고토 하야시 노 고토쿠(徐かなること林の如く)"

"신랴쿠 수루 고토 히 노 고토쿠(侵掠すること火の如く)"

"우고카자루 고토 야마 노 고토시(動かざること山の如し)"


세 번째 구절에서 음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풍림화산(風林火山)'이라는 타이틀이 화면에 나타나고, 2분 39초의 여정이 시작된다. 매주 일요일 저녁, 나는 TV 앞에 앉아 이 오프닝을 기다렸다. 게임을 잠시 멈추고 드라마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드라마가 끝나면 다시 게임을 켰다. 화면 속 다케다 신겐이 더 이상 픽셀 덩어리가 아니었다. 역사 속 실제 인물처럼 느껴졌다. 평론가들은 이 음악의 "질주하는 약동감"을 극찬했다. 토미타 이사오나 이케베 신이치로 같은 거장들의 계보를 잇으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소리로 그린 전술의 미학

센쥬 아키라는 풍림화산의 네 가지 정신을 소리로 옮겨냈다. 흥미로운 건, 메인 테마뿐 아니라 OST 전체를 손자병법의 구조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OST 음반을 들어보면 놀라운 구성을 발견하게 된다. 손자병법의 각 구절이 그대로 곡 제목이 되어 있다:


'疾きこと風の如し' - 질주하는 현악기

'徐なること林の如し' - 정적 속의 목관악기
'侵掠すること火の如し' - 폭발하는 브라스

'動かざること山の如し' - 묵직한 저음부


각각의 트랙은 메인 테마의 변주곡이면서, 동시에 독립된 작품이다. 처음 이 트랙들을 들었을 때, 나는 드라마의 각 장면들이 떠올랐다. 평원을 질주하는 기마대, 숲 속에 매복한 병사들, 성을 공격하는 화염, 본진을 지키는 수비대. 음악이 영상과 게임의 기억을 하나로 엮어주는 순간이었다. 브라스가 던진 주제를 현악기가 받아 흐를 때, '바람'이 들린다. 다케다 기병대가 평원을 가르는 순간. 빠르게 스쳐가는 선율이 심장을 뛰게 한다.

이어지는 목관악기의 조용한 숨결은 '숲'이다. 전투 전 고요. 작전을 세우는 군사들의 침묵. 폭풍 전의 정적이 공기를 팽팽하게 당긴다. 갑자기 터지는 브라스의 일제 사격은 '불'이다. 전투의 시작. 강렬한 소리의 파도가 온몸을 관통한다. 팀파니와 베이스 드럼이 지축을 흔들고, 심벌과 탐탐이 칼과 칼이 부딪히는 소리를 그려낸다. 그리고 저음부의 묵직한 울림은 '산'이다. 모든 소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거대한 바위. 깊고 무거운 소리가 음악의 뿌리를 잡는다.



또 하나의 풍림화산, 영혼의 대화

OST 음반에는 메인 테마의 여러 변주곡도 수록되어 있다. '風林火山~出陣~', '風林火山~愛~', '風林火山~生きる~'. 각각은 드라마의 다른 장면을 위해 편곡된 버전들이다. 전투 장면, 로맨스 장면, 인생의 고뇌를 담은 장면에 맞춰 메인 테마가 변주된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곡이 있다. '風林火山~大河流々'. 센쥬 아키라의 여동생이자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센쥬 마리코가 연주했다. 그녀의 손에는 전설의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 '듀란티'가 있었다. 센쥬 아키라의 오케스트라가 웅장한 전국시대의 파노라마를 그렸다면, 센쥬 마리코의 바이올린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한 개인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나는 게임 속에서 전쟁에 패해 영지를 잃고 떠도는 낭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혹은 전장에서 남편을 잃은 아내의 눈물, 아버지를 기다리는 아이의 뒷모습.


風林火山~大河流々 - Mariko Senju



평론가들은 이 연주를 "타오르는 듯한 비할 데 없는 아름다움"이라 표현했다. 스트라디바리우스 특유의 깊고 맑은 음색이 만들어내는 선율은, 때로는 애절하게 울부짖고, 때로는 조용히 흐느낀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계속되어야 했던 삶. 그 삶의 무게가 바이올린 한 대에 모두 실려 있다.


메인 테마를 들으면 가슴이 웅장해진다면, '風林火山~大河流々'를 들으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지만, 음악은 패자의 이야기도 기억한다. 센쥬 남매는 각자의 방식으로 전국시대를 완성했다. 하나는 시대의 거대한 물결을, 하나는 그 물결에 휩쓸린 개인의 숨결을.


OST 음반 전체가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다. 메인 테마로 시작해, 전술의 네 가지 요소를 탐구하고, 전쟁과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그려낸다. 드라마를 보지 않고 음반만 들어도 전국시대가 눈앞에 펼쳐진다.



여전히 울려 퍼지는 전장의 메아리

드라마는 끝났다. 2007년의 겨울도 이제는 먼 추억이 되었다. 하지만 센쥬 아키라가 만들어낸 이 선율은 여전히 살아있다. 요즘도 가끔 '신장의 야망'을 켤 때면, 나는 여전히 다케다 신겐을 선택한다. 그리고 BGM 대신 유튜브에서 풍림화산 메인 테마를 찾아 튼다. 그 순간 모니터 속 작은 카이 지방이 실제 전장이 된다.


음악은 때로 역사보다 더 깊은 진실을 전한다. 풍림화산의 메인 테마가 그렇다. 역사 속 인물들의 야망과 좌절, 승리와 패배, 그리고 이루지 못한 꿈의 아름다움까지. 모든 것이 음표 속에 새겨져 있다. 시대는 변해도 인간의 열망은 변하지 않는다. 바람처럼 빠르게, 숲처럼 조용히, 불처럼 뜨겁게, 산처럼 굳건하게 살고자 하는 마음. 센쥬 아키라의 음악은 그 영원한 갈망을 2분 39초에 담아냈다.


친구가 물었다. 왜 맨날 다케다 신겐만 하냐고. 왜 이 음악을 들으면 가슴이 웅장해지냐고.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 음악 속에는 전장을 달렸던 말발굽 소리가 있다고. 깃발이 펄럭이던 바람 소리가, 꿈을 품고 살다 간 수많은 영혼들의 숨결이 여기 있다고. 센쥬 아키라는 말했다. 음악은 기도라고. 풍림화산의 메인 테마는 전국시대를 살았던 모든 이들을 위한 진혼곡이자,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를 위한 응원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음악을 들으며 게임을 한다. 진짜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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