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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구루 Jul 31. 2017

꿈속에서도 우리 만나요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드르르. 오후 2시가 넘어가는 시간 적막한 사무실에 휴대폰 진동소리가 울려 퍼진다. 화면을 보니 어린이집 알림장의 업데이트 팝업이 올라온다. 온종일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겨둔 엄마가 어떻게 하루를 지냈는지 아이의 시간을 알 수 있는 유일의 경로이자 정신없는 하루 중 잠시나마 리프레시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팝업을 밀어내니 선생님이 올려주신 메모가 보인다.




이번 주 휴식과 관련된 활동이 진행되면서 '꿈나라에서 우리 만나요' 라는 새 노래를 배웠는데 평소 부르는 동요의 분위기와는 달리 '엄마품이 좋아요 달님 친구 별님 친구 꿈나라에서 만나요' 같은 서정적인 가사와 선율 때문이었는지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서연이... 저는 순간 어디 아픈가 하고 놀랬는데 노래가 슬프게 들려서 눈물이 난다고 하며 엄마가 많이 보고 싶다고 말하는 서연이예요. 겉으로는 씩씩하고 개구쟁이 같지만 노래를 듣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풍부한 감수성도 가지고 있는 서연이네요.



메모를 확인하고 나니 가슴 한편이 저릿하다. 엄마가 출근하는 시간에 등원해서 퇴근할 때까지 어린이집에서 온 하루를 다 보내야 하는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이었을까. 보통의 일상을 함께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낮잠시간을 앞두고 엄마가 보고 싶었을 아이를 생각하니 쓴 약을 삼킨 것 마냥 마음이 아렸다.



그날 밤, 아이를 재우려 누워 선생님께서 전해주신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야할까 생각하는데 아이가 먼저 말을 꺼낸다.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잠자리에 누우니 어린이집에서 들었던 노래가 다시 생각난 듯 서글픈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 나 엄마 꿈속에서도 보고 싶어요..." 너무도 서글퍼 보이는 아이의 표정에 담담하려 애쓰며 대답했다. "그럼 엄마가 서연이 꿈속으로 찾아갈게. 우리 꿈속에서도 만나자." 그제야 한결 편안해진 표정의 아이가 말한다.



"그래요?" 그럴 수도 있느냐는 정말로 꿈속에서 만날 수 있느냐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그럼~ 엄마가 서연이 꿈속으로 찾아가서 만나면 되지!" 하고 다시 한번 말해주니 "엄마 나 잠들면 꿈속으로 꼭 와요 꿈속에 와서 서연아~ 하고 나 크게 불러요 그럼 내가 엄마한테 뛰어갈 테니까 엄마가 나 꼭 안아주세요" 하고 말한다. 그런 아이가 너무도 사랑스럽고 예뻐 꼭 안아주었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아이는 눈을 뜨자마자 비몽사몽 잠도 덜 깬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나 어젯밤에 정말로 엄마가 꿈속에 찾아왔어요. 엄마 오늘 어린이집에서 낮잠 잘 때도 꼭 오세요." 그 날 아침 어린이집 등원차량 앞에서 우리는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엄마가 낮잠시간에 꿈속으로 갈게! 이따가 꿈속에서 또 만나."



그 날 오후 알림장에는 전날보다 씩씩하게 하루를 보냈다는 선생님의 메모가 쓰여있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전쟁 같은 일상을 나만 견딘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이도 저만의 방식으로 엄마가 없는 시간을 견뎌내고 있었다. 와락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참으며 멀리 있는 아이에게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오늘 엄마랑 낮잠 잘 때 꿈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엄마가 꿈속으로 찾아온다고 했어요."라고 말하는 서연이. 그 노래가 재미있었는지 물어보니 엄마하고 이야기도 하고 엄마가 찾아온다고 해서 기다리면 된다고 하는 서연이입니다. 오늘도 대그룹 시작 전 노래를 불렀는데 오늘은 울지 않고 예쁜 표정으로 노래도 잘 불렀습니다.



* 본 글의 부제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는 윤여림 님의 유아 그림책 신간 제목에서 인용하였습니다.



글과 사진 | 초록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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