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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구루 Jul 28. 2017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

나는 지금 이 곳에서 무엇으로 살고 있을까



나는 늘 낯선 땅에서의 삶을 꿈꿔왔다. 정말로 언젠가 지금 여기가 아닌 낯선 어느 곳에서 바라 왔던 삶을 살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언제나 마음 한편 그런 삶을 그려왔다. 그래서인지 여행을 떠날 때마다 그곳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을 만날 때면 그들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저들은 지금 행복할까 그런 것들이 궁금했다.


 

그런 중 같은 회사를 다니다 작년 말 싱가포르로 이직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 지인과의 만남은 대리만족 혹은 동경의 마음 때문이었는지 어느때보다 더 맘을 설레게 했다. 날이 더워 힘들진 않았는지 회사는 잘 적응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다 내가 물었다. "회사에서나 일상에서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느꼈던 불편함은 없었나요?" 그러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전혀요. 오히려 너무 편안했어요."



"두려웠어요. 평생 살아왔던 한국을 떠나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게. 그런데 의외로 너무나 편안했어요. 다국적 기업이라 여러 인종이 함께 근무하는 환경이어서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회사에서나 밖에서나 이 곳의 문화가 저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에서는 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줘요. 어떤 편견이나 텃세도 부리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저를 인정하며 잘하면 잘하는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매우 직접적으로 피드백을 줘요. 그런데 그게 너무 편안하더라고요."



"전에는 그렇지 못했잖아요. 한국에서는 갖은 편견과 선입견에 둘러싸여 있었죠. 경력직이라고 입사할 때도 을의 조건으로 명시된 서류에 서명을 해야 했고, 굉장한 텃세 속에 고군분투 일을 배워야 했고, 수년을 함께 일한 팀에서도 각개전투로 무관심과 견제 속에 늘 긴장해야 했잖아요. 가장 익숙한 환경이었지만 아니러니 하게도 한국에서의 삶이 가장 힘들었어요."



"낯선 곳으로 간다는 건 굉장한 모험이었고 특히 안정적인 한국에서의 직장을 버리고 불안정한 세계로 몸을 던지는 일은 너무 무서웠지만 오히려 편견 없이 각자가 가진 능력의 합으로 시너지를 내는 이 곳에서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안정감을 느꼈어요. 참 이상하죠? 물론 지금도 적응해가는 중이고 매 순간 두려움을 느끼지만 한국에서처럼 1분 1초 가시밭길을 걷는 그런 감정과는 다른 긍정적 도전으로서의 의미가 더욱 커요."



그러고 보니 그녀의 얼굴이 전보다 한결 편안해 보였다. 그녀의 말에 아이러니하게도 싱가포르가 아니라 한국에 있을 때 더 불안정했던 날들의 그녀가 떠올랐다. 결국 모든 것은 마음의 문제였던 것일까. 나는 지금 여기에서 무엇으로 살고 있을까. 어쩌면 이방인으로 살고 있는 것은 그녀가 아니라 나일지도 몰랐다. 두 발은 지금 여기 딛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다른 내일을 강구하는 나.



문득 지난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시드니에서 만난 정 아저씨는 안정된 직장과 자산을 기반으로 소히 말하는 주류의 삶을 살았지만 행복하지 않았다고 했다. 1등 만을 추구하는 삶을 아이들에게는 살게 하고 싶지 않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시드니로의 이민을 선택하게 되었고 가이드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그는 이제 시드니에서의 삶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반면, 퍼스에서 한인 잡화점을 운영하시던 Ann 아주머니는 향수병에 걸려 하루라도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마음 나눌 곳 없는 호주에서의 삶은 너무도 외롭고 쓸쓸한 날들의 연속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학생이 된 딸도 이미 호주 현지에서 학교를 다니는 중이고 이제는 그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가게를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들은 그곳에서 이방인이었을까 아니었을까. 나는 지금 이 곳에서 무엇으로 살고 있을까. 정답 없는 질문들이 마음속을 날아다녔다. 10년 후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그때 나는 지금보다 행복할까 생각하다 결국 모든 것은 마음의 문제겠지 어렴풋한 마침표에 부서지는 마음을 잡아본다.




글과 사진 | B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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