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구루 Sep 16. 2022

정착 서비스 이용은 필수일까?

 Part1. 프로 정착러가 되는 길 : 조금 긴 여행을 준비하는 방법



우리는 결혼 후 이곳, 저곳으로 여행을 많이 다녔다. 여행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인지, 일을 하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만큼 계절마다 떠났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다 연말정산을 할 때가 되면 그제야 차 한 대 값과 여행을 바꾸었단 사실을 깨닫곤 했다. 둘이 벌면서 한 사람의 연봉은 여행에 쏟아붓는 일반적인 경제관념을 가진 사람들의 시선에서는 이해받을 수 없는 그런 삶을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 지속했다. 그렇게 결혼 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30개국이 넘는 많은 곳으로 여행을 다니며 낯선 길 위에서의 설렘을 즐겼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토록 많은 곳을 여행하면서도 지겨운 줄 몰랐던 우리였는데 바라던 미국행을 앞두고 돌연 두려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여행이 아닌 생활을 앞둔 자의 두려움이었다. 우리에게는 LA에 사는 먼 친척, 지인조차 없었기에 정착을 앞두고 지역별 치안이나 정서는 어떠한지, 차는 어떻게 구하는 게 좋을지 물어볼 곳이 없었다. 미국행을 앞둔 사람들이 많이 가입하는 카페나 블로그 또는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찾아도 보았지만 모두 제한적인 반쪽짜리 정보에 불과했다. 여행을 떠날 땐 그저 평점 높은 호텔이나 에어비앤비를 구하면 그만이었는데 다섯 식구의 생활을 책임질 큰 결정을 앞두니 마음이 무거웠다. 차와 집, 모든 세간살이를 정리하고 떠나는 긴 여정에서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데 맨 땅에 헤딩을 하는 것만 같아 출국 준비를 하는 내내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고민 끝에 집계약과 차 구입, 전기신청, 학교 등록 등 생활을 위해 필요한 여러 서비스를 대행해주는 정착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결정하고 계약금을 입금한 뒤에도 마음고생이 한 번에 사라지진 않았다. 눈 뜨고 코 베어 간다는 LA에서 제일 조심해야 할 것은 한국사람이라는 말도 숱하게 들었던 터라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정착 서비스 측에 서비스 비용과 집 계약금을 덜컥 입금해도 되는 것인지 걱정이 됐다. 하지만 이미 일부 비용은 입금한 상태였고, 이제는 정착 서비스 측 사람들을 믿고 단계별 의사결정을 신중하게 해 나가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우리의 정착 서비스를 담당해주신 제니 & 제이님께서는 부부로 현지 부동산 중개 자격증을 갖추고 오랜 시간 캘리포니아 지역 전반의 정착 서비스를 담당해오신 분들이셨다. 미국과 한국의 시차로 인해 초반 두 분과의 소통에 물리적인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모든 과정에서 매우 신중하고 성실하게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며 정착하는 과정을 도와주셨다. 처음에는 집 찾기, 아이의 학교 등록, LA공항 픽업 및 DMV 동행 서비스까지만 신청했다가 입국 후 두 분을 만나 뵙고 믿음을 갖게 되면서 차 구입과 가구 등 생활에 필요한 살림의 구매 동행 서비스까지 추가로 신청하게 되었다. 결국 정착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모든 옵션을 풀서비스로 받게 된 셈이었다. 


 

결과적으로 정착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한 것은 대성공이었다.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해 보겠다고 주장하다 나의 설득에 정착 서비스 계약을 해두곤 내내 미심쩍어하던 남편도 정착 서비스를 이용하길 너무 잘했다며 두고두고 이야기했다.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현지에서 거주할 집을 구할 때에는 캘리포니아에 거주자인 동시에 일정 금액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이가 보증을 서야만 계약을 할 수 있었으며, 실제 부동산 사이트에 소개된 매물의 옵션이 실제 문의를 해보았을 땐 사실과 다른 경우도 많아 직접 계약을 진행했다면 집 계약의 첫 단추부터 고생했을 것이 불 보듯 뻔했다. 

 


더구나 집계약 외 차구입, 학교등록, 은행계좌개설, 휴대폰 개통, 인터넷 신청, 운전면허 시험을 위한 DMV 동행, 가구 및 생활용품 구입 등 생활을 위해 기본적으로 셋팅이 필요한 모든 진행 과정에서 정착서비스를 통해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처음 마주하는 모든 순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이었다. 실제 미국으로 이주 또는 이민을 하는 많은 분들이 모두 우리와 같이 정착 서비스를 이용하진 않을 것이다. 직접 발품 팔고 시간 들여 훌륭하게 모든 과정을 수행해내는 분들도 많지만 우리는 아이의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 방학기간을 이용해 현지 도착 4일만에 열흘 간의 서부 로드 트립을 계획하고 있었기에 빠른 셋팅이 필요했고, 그런 면에서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절약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제니 & 제이님과 동행하며 생활을 위해 필요한 유익한 정보도 많이 들을 수 있어 유익했다. 그렇게 우리는 현지 도착 3일만에 정착을 위한 대부분의 셋팅을 빠르게 끝내며 생활을 위한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LA공항에 처음 입국하던 날, 아이의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입국장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제니 & 제이님을 만나던 순간을 기억한다. 초코와 마음이의 입국에 행여 문제가 생길까 마음을 졸이다 비행기에 탑승했으나 이런 저런 생각에 잠 못 이루고 낯선 땅에 도착했는데 누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뻔했다. 생전 처음 보는 두 분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이 주책인 것 같아 겨우 참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나 결국 두 분과 다섯 번의 만남을 끝으로 헤어져야 했을 땐 눈물을 참지 못하고 말았다. 정착 서비스가 진행되는 모든 과정에서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주셨던 두 분께 감사한 마음과 두 분을 다시 뵙지 못한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깃든 눈물이었다. 


 

언젠가 두 분이 운영하시는 네이버의 아하빌라 정착서비스 까페에 올라운 어떤 분의 후기에서 자신의 모든 재산과 명예, 목숨을 걸고 이 분들을 추천한다는 내용을 봤었다. 당시에는 재미있다 싶으면서도 좀 과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으나 제니 & 제이님과 정착 서비스를 진행한 뒤엔 그 분이 왜 그런 후기를 쓰셨는지 알 것 같았다. 이토록 좋은 분들과 인연을 맺고 현지 정착을 안전하게 마칠 수 있었음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기에 소중한 지인 중 타국에서의 정착을 앞둔 이가 있다면 적절한 업체를 찾아 정착 서비스를 이용해 보길 권하고 싶다. 그만큼 정착서비스는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현지 정착을 할 수 있는 좋은 옵션이라고 생각한다. 정착 서비스를 이용한 것은 우리의 미국생활에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워준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캘리포니아 지역 정착서비스를 담당하는 아하빌라 서비스 내용 및 비용 : 2021년 12월 기준>


이전 06화 LA에서 내 집 찾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