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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구루 Sep 17. 2022

미국정착, 하루만에 끝내기!

Part1. 프로 정착러가 되는 길 : 조금 긴 여행을 준비하는 방법



생각해보면 다시 해낼  있을까 싶을 만큼 미국으로 떠나오기 전 며칠간 우리 가족은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출국 2 전엔 한국에서 살던 집을 비우고 최소의 짐을 추려 어머님 댁으로 옮겨 두는 이사를 했고, 출국 1 전엔 회사로 마지막 출근을 함과 동시에 코로나 백신 3 접종과 출국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했다. 출국 당일엔 코로나로 인한 항공사 탑승 정책에 따라 전날 코로나 검사를 받았던 병원을 찾아 검사 결과지를 받아 들고 공항으로 향했다. 더불어 애견을 동반해야 했던 만큼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인천공항  농림축산검역본부 사무실에 방문하여 동물 검역 신청을 하고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했기에 한치의 오차 없이 모든 과정이 마무리되기까지 민첩하면서도 정확하게 모든 과정을 소화해야 했다.

 


출국 당일 탑승 수속이 마무리되기까지 정말 바쁘고 힘든 과정을 거쳐야 했다. 출국 당일엔 양가 부모님께서 공항으로 마중을 나와 주셨는데 일 년 동안 손녀를 못 본다는 마음에 아이도, 부모님도 눈물 바람이었지만 우리 부부는 그야말로 정신없는 일정을 소화해 내느라 그저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슬퍼할 틈도 없이 비행기에 올랐다. 그렇게 며칠간 피로가 쌓인 상태였는데도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니 이런저런 생각에 잠이 오질 않았다. 한국에서 미리 계약하고 간 집은 어떨지, 앞으로 일 년이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걱정과 설렘이 교차했다. 기내에서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에 입국한 당일 시차 적응도 하기 전에 감기는 눈을 떠가며 휴대폰 개통을 하고, 인터넷 신청을 하고, 은행에 방문해 계좌 개설을 했다. 첫날부터 아이를 찬 바닥에 재울 순 없었기에 3시간의 반짝 쇼핑으로 이케아에서 침대, 책상, 매트리스와 같은 기본적인 살림살이를 구매하고 마트에 들러 세탁 세제 및 샴푸와 같은 생활용품까지 모두 구비한 후에야 팔로스버디스에 위치한 집으로 돌아와 천천히 집의 구조와 상태를 둘러볼 수 있었다.

 


참으로 힘든 일정이었지만 당시 우리는 4일 후 바로 라스베가스로 서부 로드 트립을 떠날 예정이었기에 여유 부릴 시간이 없었다. 이후 아이의 학교 등록을 위한 교육국 방문, 캘리포니아 운전면허 취득을 위한 DMV방문 등의 별도 일정들은 여행에서 돌아온 후 따로 진행해야 했지만 생각해보면 미국에서의 생활을 위한 7할은 모두 미국에 입국한 당일에 꾸린 것이었다. 물론 정착 서비스로 도움을 주신 제니&제이님과 함께였기에 지체 없이 모든 스케줄을 소화하고 생활을 위한 필수적인 것들을 셋팅할 수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빠듯한 일정 안에서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실수 없이 맞아떨어진 덕분에 빠르게 정착을 위한 기본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실제로 열흘 간의 서부 로드 트립을 끝내고 돌아온 다음날 아이는 바로 교육국에 방문해 학교 배정을 받을 수 있었고 곧바로 학교에 등교할 수 있었다. 나 또한 동일한 기간에 한국에서 미리 등록한 Adult School로 영어 수업을 다니며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여행했던 기간을 제외하면 입국 후 지체된 기간 없이 바로 현지에서의 생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Adult School에서 만난 친구들과 미국엔 언제 처음 오셨어요? 하고 인사를 나눌 때 “저는 온 지 이제 2주 되었어요.” 하고 이야기하면 모두들 놀라워했다. 현지 정착 후 생활 적응에 최소 반년 정도를 보내고 여유를 찾아 어덜트 스쿨에 다니기 시작하는 것이 보통 1년 이후라고 했다. 물론 저마다 처한 상황과 사람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는 정말 빠르게 현지 생활을 시작한 편에 속하는 것 같았다.

 


미국에 입국하던 당일과 출국 전 며칠간은 다시 생각해도 정말 빠듯하고 힘든 일정을 소화해야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당시 주어진 상황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조금 더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침대 하나를 사더라도 더 비교하고 샀을 것이고, 기본적인 식기류도 자재와 컬러 등을 고심해가며 더 예쁜 것들로 들일 수 있었겠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살기로 결심한 후였기에 소품과 가구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때라 구입 후에도 생활하면서도 후회는 없었다.

 


오히려 짧은 시간 집중해서 꼭 필요한 것만 골라 살림으로 들였기에 필요 이상의 낭비 없이 알찬 소비를 할 수 있었다. 휴대폰 개통, 인터넷 신청, 은행 계좌 개설 등도 시간이 더 많았다면 하루에 하나씩 여유를 부리다 지연되거나 누락되었을 수 있었을 것이다. 분주히 움직인 탓에 미국에 도착한 다음날엔 완전히 녹초가 되어 오후 2시가 넘어서야 눈을 떠야 했지만 빠르게 생활을 위한 셋팅을 끝낼 수 있음에 감사했다. 미국 정착, 하루 만에 끝내기는 이렇게도 가능했다.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조금 무모하지만 용감하게 우리의 미국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인천공항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마지막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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