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프로 정착러가 되는 길 : 조금 긴 여행을 준비하는 방법
미국에서 일 년 살기를 할 때 차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광활한 대지를 지닌 나라인 만큼 한국에서처럼 도보로 일상생활이 가능하지 않으며, 어디든 차가 있어야만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떠나며 처음에 우리는 차를 1대만 구입할 계획이었다. 차를 구입하기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을뿐더러 나에게는 운전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최대한 운전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나는 고속도로에서 빗길에 차가 미끄러지는 큰 사고를 경험했었다. 다행히 다른 차량과의 충돌은 없었지만 차가 2바퀴 반을 돌고 가드레일을 박는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경험한 후 내게는 운전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전 없이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한국에서는 집과 회사 그리고 아이의 학교와 같이 생활권 내 꼭 필요한 동선 안에서만 운전을 했었다.
그랬기에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낯선 표지판과 교통법규 속에 운전할 자신은 더더욱 없었다. 그러나 미국에 와보니 차 1대만으로는 생활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우리가 사는 팔로스 버디스에서 남편의 학교까지는 차로 약 50분 정도가 소요되며, 남편은 첫 학기에 일주일에 2-3번 학교에 가야 했는데 집의 위치상 아이의 학교, 가장 가까운 마트 심지어 헬스장 그 어느 곳도 차 없이는 이동이 불가능한 거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이 학교에 가고 나면 장을 보거나, 아이를 데리러 가는 것이 차 없이는 완전히 불가능했다. 매 학기마다 남편의 학사 일정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아이의 방과 후 스케줄을 매번 남편의 일정에 맞춰 짤 수도 없는 일이었다. 결국 우리는 총 2대의 차량을 구입하기로 했다.
차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가장 먼저 떠올린 방법은 중고차 구매였다. 단기로 거주를 하는 입장에서 새 차를 구입할 이유는 없었기에 중고로 차를 구매할 생각이었지만 우리가 미국으로 입국한 2021년 12월 말 미국의 중고차 시장은 반도체 수급난으로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과열되어 있었다. 실제로 어떤 경우에는 중고차가 신차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을 정도로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신차 구매를 고려하자니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당장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우리에겐 그 또한 마땅치 않았다. 결국 최대한 합리적인 가격으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중고차를 알아보는 것이 최선이었다.
어떤 방법으로 구매하는 것이 최선인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고차 전문업체로 잘 알려진 Carmax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가용예산 내 차량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오랜 검색 끝에 마음에 드는 차량을 발견하고 직접 방문하여 상담을 받아 보기도 했다. 그러나 온라인에 소개된 가격은 세금이 제외된 버전이었다. 우리가 1차로 확인한 가격에 세금이 더해지고 나면 처음 체크했던 가격에서 최소 500만원 이상이 더해졌다. 반면 예산 안에 들어오는 차량은 연식이 오래되었거나 후방 카메라와 같은 옵션이 없었다. 달리 대안을 찾지 못한 채 하루 이틀 시간만 흐르고 있었다. 그러다 정착 서비스를 도와주시던 제니 & 제이님께 차량 구입을 위한 도움을 요청해 보기로 했다. 두 분께서 보여주신 성실과 진심에 믿음이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두 분께서는 우리를 한인타운 내 위치한 오토시티(Auto City Motor)라는 곳으로 안내해 주셨다.
오토시티는 한국인 사장님께서 운영하시는 중고차 매매소였다.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많은 이들에게 이곳을 소개했을 때 가격적인 면에서 많은 이들이 만족했었고, 무엇보다 차량 이용 시 부수적인 문제가 없는 곳이었다고 했다. 우리는 제니 & 제이님을 믿고 소개해주신 오토시티에서 차량 구입을 위한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오토시티 사장님과의 첫 만남은 꽤 신선했다. 만나자마자 약 5분도 채 되지 않아 희망하는 스펙과 가용예산을 체크하시더니 바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를 보여주시겠다고 하셨다. 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내려가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10분이 채 되지 않았다. 사장님께서는 너덜너덜한 쇼핑백에 차키를 가득 담아와 3-4대의 차량을 주차장 내 센터로 거칠게 이동시키셨다.
그러고는 “내부랑 외부랑 편하게 보세요!” 하시는 것이었다. 상당히 유머러스하고 거친 방식에 ‘차를 이렇게 막 다뤄도 되나?’, ‘차키를 왜 종이봉투에 담아가지고 다니시지?’ 하는 생각에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보여주신 차량의 내외부를 모두 살펴보고 사무실로 올라가자 “어떠셨어요?” 하고 바로 의사를 물어보셨다. 다행히 보여주신 차량 중 Honda의 CRV 차량이 마음에 들어 “정확한 가격이 어떻게 될까요?” 하고 여쭈니 견적서에 표시된 가격에 두 줄을 찍찍 긋고선 다시 써넣은 숫자를 보여주시며 “이 가격에 해드릴게요!” 하고 세상 쿨한 네고의 기술을 보여주시는 것이었다. 밀당이란 건 1도 없는 참으로 쿨하디 쿨한 거래 방식이었다.
그러나 사장님이 제안하신 숫자는 믿을 수 없는 가격이었다. Carmax 가 미국의 중고차량 매매 업체 중 비교적 최근의 차량들을 다루는 업체였음에도 불구하고 Carmax에서 체크한 차량들보다 500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이었다. 1년간 무상수리 또한 보장되는 놀라운 조건이었다. Carmax에서 유료로 제공하는 옵션으로 워런티(Warranty)를 가입했다면 이 또한 별도로 100만원 이상의 지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고민할 것 없이 바로 계약을 하고 당일 차량을 양도받았다. 이후 우리의 두 번째 차량 또한 오토시티 사장님께 원하는 스펙의 차량과 가용예산을 말씀드린 후 소개해주신 대상을 시장가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추가 구매했고 미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만족스럽게 차량을 이용할 수 있었다.
한국을 떠나오기 전 각종 사이트를 통해 숱하게 차량을 검색했던 것이 무색하게 우리는 오토시티에서 2대의 차량을 모두 구매했다. 솔직히 말하면 LA에 와서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중고 차량 매매소에서 차를 구입하게 될 줄은 몰랐다. 왠지 모르게 한국인과 거래를 하면 더 바가지를 씌우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토시티에서의 차량 구입을 계기로 경험을 하기 전부터 선입견을 가졌던 마음을 반성했다. 우리의 필요와 상황에 맞는 차량을 만족스러운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좋은 업체를 소개해주신 정착 서비스 측 제니 & 제이님께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역시 사람은 경험을 통해 배운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얻은 2대의 차량과 함께 우리는 두 발에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