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구루 Sep 22. 2022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

Part2. 여행자의 시간 I : 겨울에 떠나는 미국 서부 로드 트립



세도나를 떠나 찾아간 다음 도시는 애리조나의 주도인 피닉스. 미국에서 인구가 여섯 번째로 많은 도시인만큼 고속도로를 빠져나오자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도시의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깨끗하게 정돈된 거리, 높은 건물들과 예쁜 카페들이 즐비한 길 위에 어디든 키가 큰 선인장들이 어우러진 모습이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아이는 대자연을 거쳐 건너온 이 도시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 동네는 아주 힙하고 맥주 한 잔 하기에 좋은 곳 같다며 내 스타일'이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언젠가 피닉스에도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들었었는데 구글맵에 한국 식당을 검색하자 꽤 많은 옵션들이 검색되어 놀랐다. 우리는 제법 평점이 높은 인근의 한국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Cubbob이라는 식당 이름으로 보아 현지인을 타겟으로 불고기와 잡채 같은 메뉴를 밥과 함께 곁들여 내는 식당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리뷰에는 주인아주머니에 대한 칭찬이 아주 많았는데 주로 사장님이 정말 친절하시고, 인상적이라는 내용이었다.



식당에 들어서니 듣던 대로 씩씩하고 친절하신 사장 아주머니께서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해주셨다. 우리는 불고기 덮밥을 종류별로 하나씩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내부를 둘러보았다. 그곳은 한국식당이었지만 식당에 있는 손님 중 한국인은 우리가 유일했다. 우리를 제외한 모든 손님이 현지인이었는데 한국음식을 너무나도 맛있게 먹는 모습에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사장님께서는 우리에게 한국 손님이 방문하면 반가워서 무엇 하나라도 더 챙겨 드리고 싶다며 필요한 게 있으면 꼭 이야기하고 음료수도 마음껏 먹으라고 말씀하셨다. 타지에서 만난 친절한 사장님의 말씀에 따뜻하게 완성되어 나온 밥이 마음까지 함께 데워주는 것 같았다.



점심을 먹고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예스러운 분위기를 간직한 올드타운과 모던하고 세련된 다운타운이 공존해 피닉스의 다양한 모습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스코츠데일(Scottsdale)이었다. 일주일이 넘도록 깎아지른 기암절벽들과 광활한 사막을 보다 화려한 건물과 깨끗한 거리를 걷자니 겨우 몇 시간 만에 다른 세상으로 순간이동을 한 것 같았다. 스코츠데일의 거리를 걷다 마음에 드는 카페를 발견하고 잠시 쉬며 도시의 정취를 즐겼다. 아이가 핫초코를 마시며 그림을 그리는 동안 우리는 좋아하는 아메리카노와 카푸치노 한 잔씩을 시켜놓고 창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 카페 안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했다. 도심 속에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여행의 끝에 와 있다는 것이 실감 났다.





잠깐의 달콤한 휴식을 끝내고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피닉스 Papago Park를 찾았다. 이곳은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미니 사막으로 HOLE-IN-THE-ROCK이라는 이름처럼 자연에 의해 구멍이 뚫린 특이한 모양의 바위 덕분에 피닉스의 인지도 있는 관광 포인트 중 하나였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0여분을 걸어가자 멀리 언덕 위에 커다랗게 구멍이 뚫려있는 바위가 보이기 시작했다. 방문한 사람들 모두가 이곳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붐비는 정도는 아니어서 우리도 차례를 기다려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곳에 오면 HOLE-IN-THE-ROCK과 함께 꼭 봐야 할 오아시스가 있다고 들었는데 높은 바위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오아시스가 어디 있는지 바로 알 것 같았다. 오아시스 주변에만 나무가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사막의 오아시스였다. 오아시스에서 한 아저씨는 낚시를 하고 계셨는데 사막의 작은 오아시스에 낚싯대를 던져놓고 물고기를 기다리는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해가 저물어 호텔로 돌아가니 TV에서 12월 31일을 기념하는 카운트다운 방송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도 호텔에서 준비한 HAPPY NEW YEAR 머리띠를 사이좋게 나눠 쓰고 카운트다운을 함께했다. 우리는 매년 해오던 것처럼 손에 손을 맞잡고 한 살씩 더 먹은 식구들의 나이를 차례로 외치며 우리 가족의 새해를 기념했다. 이제 남은 기간은 이틀, 12일간의 여행이 끝나면 팔로스버디스에서 시작될 진짜 미국에서의 일상이 시작될 것이었다.



이전 19화 장엄한 그랜드 캐년과 에너지의 도시 세도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