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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구루 Jan 21. 2017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노희경 작가를 만나다


                                                                                                                                                                        


노희경 작가의 작품을 사랑한다. 그녀의 작품에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있고 짠내 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있다. 나는 그 이야기 속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때로는 나 자신 그리고 주변인들의 얼굴을 만난다.



편성 업무를 할 당시 시청률이 유난히도 안 좋은 그녀의 작품들을 라인업으로 포함시키려 없는 논리를 만들어가며 리팩키징 아이템을 만들었을 정도로 그녀의 작품을 편애했다. 사심 가득 팬심이었으나 나처럼 그녀의 작품을 소장하고 싶은 다수가 있을 거라 믿었고 그녀의 작품이 갖고 있는 힘을 믿었다.

 


북로그컴퍼니 포스팅을 통해 강연 소식을 접하고 바로 신청을 했다. 휴가를 가기 전이라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선발이 되기만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접수를 했다. 선발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강연에 참석하고 싶은 이유, 작가에게 하고 싶은 질문 등 모든 질문에 그녀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게 진심을 담았으니까. 얼마 후 120명 내 참석자에 선발되었다는 메일이 왔고 비 오던 목요일 반차를 내고 대학로로 향했다.






드디어 강연이 시작되었다. 이토록 따뜻한 시선을 가진 애정 하는 작가와 같은 공간에 대면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고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그녀가 걸어온 길 그리고 만들어온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 만으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다작을 하고 있고 매 작품마다 자기복제 없는 새로운 작품들을 내어 놓고 있는데 비결이 무엇인가란 질문에 작가가 답했다. 하늘 아래 다른 이야기는 없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어느 창작물을 보아도 성경과 신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하늘 아래 같은 시각은 없다. 내가 보는 세상은 나만이 볼 수 있으니까 오늘 본 나의 세상과 내일 본 나의 세상 또한 다르다. 내가 늘 같은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 사람의 독특한 시선만 있다면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어 놓는 것을 꿈꿔 왔지만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쏟아지는 서적들을 보며 과연 내게 작가가 될 자격이 있는가. 이토록 많은 창작물 가운데 굳이 또 한 권의 책이 출간될 필요가 있는가. 누가 나의 이야기를 궁금해할 것이며 나는 나의 글을 읽는 이들에게 어떤 영향력을 줄 수 있을까. 수 없이 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자신이 없어지던 시점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듯했다.  







가장 애정 하는 작가가 눈 앞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같은 하늘을 보아도 누군가는 파란색이라 하고 누군가는 초록색이라 한다. 다른 시선이 있다면 그 사람은 창작자가 될 수 있다. 스토리의 세계에는 정답이 없다. 그러니 내게도 창작자가 될 자격이 있다고. 강연을 다녀온 후에도 내내 이 이야기가 머릿속을 떠돌아다녔다. 그리고 다짐했다. 정답이 없는 세계에 또 하나의 시선을 던져보자고. 느리지만 천천히 계속 가보자고.



디어 마이 프렌즈의 집필 계기와 작가 본인의 정신적 나이를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도 매우 신선했다. 누가 늙은이들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겠냐고 했지만 나는 그들이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젊다. 나 또한 나이를 잊는다. 나이를 생각하며 살지 않는다는 답에 아직 서른의 중턱도 넘지 못한 나이에 내 나이를 상기했던 스스로가 겸연쩍어졌다.




그래 저렇게 살아야지


나이를 잊고 계속해서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하여 생각하고 또 그것을 이루어가며 천진한 기쁨을 누려야지. 남겨진 시간이 아니라 살아갈 날들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 그것이 삶에 대한 예의고 또 진짜를 사는 법이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작가는 내내 담담했고, 흔들림이 없었으며, 직관적으로 본인의 생각들을 풀어나갔다. 두 시간의 대담이 매우 짧게 느껴졌고 내내 곱씹게 되는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행복했다. 강연을 다녀온 이틀 후 바로 시드니행 비행기를 탔고 여행 내내 그녀가 남긴 이야기를 곱씹으며 또 한 번 행복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그녀의 서적 중 출간된 줄 모르고 놓쳤던 대본집 <겨울 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를 주문했고 책을 기다리는 시간 또 설레었다. 다행이었다. 그녀가 다작을 하는 작가여서. 적어도 2년 내 한 번은 짠내 나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으니까. 그녀의 이야기가 다시 쓰일 때까지 나의 노트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쌓일까. 가능하다면 그녀의 작품들처럼 나의 글에도 온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글과 사진 | B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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