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의 추천도서
프롤로그
나는 언제부터 책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마치 오래전부터 책이랑 이어져 온 것처럼 책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항상 있었던 것 같다. 가장 나를 혼자이도록 하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가장 나를 채워주는 존재인 책을 통해 나는 스스로 나를 세운다. 어쩌면 인간의 지성과 감성을 책으로부터 왔을지도 모른다. 내가 자주 하는 이야기는 어느 책에서 주인공들이 나눈 대화이거나 어느 작가가 반복하며 써온 구절이었을지도.
가끔 표현해야 할 일이 생기면 책선물을 종종 하곤 했다. 책을 받은 상대가 '이런 책을?'이라는 생각을 떠올릴 때 속으로 갖는 다양한 의미가 사뭇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책을 전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내가 옮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많지 않은 독서량에도 불구하고 스스럼없이 책을 선물하거나 추천해주었다.
하여튼 '브런치'를 통해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에게 좋았던 책을 전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책을 통해 나라는 사람을 알고 싶어서기도 하다. 서론이 넘 길어져서 바로 본문으로.
11월 추천책
#1.정말 이미지는 텍스트보다 강할까, <명화남녀>
점점 텍스트보다는 이미지가 소비되는 미디어 시대를 살고 있다. 점점 글이 읽혀지지 않는 이 시대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소비하고 싶은 이미지가 있다면 바로 '영화'와 '그림' 감상이 아닐까. <명화남녀>는 원래 팟캐스트에서 인기리에 방송한 것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영화와 미술이라는 영역이 서툰 나에게 하나의 스토리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두 부분 모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영화 속 스치듯 지나가는 그림에 대해서 영화 속에 왜 미장셴*으로 등장했는지, 화가와 그 그림이 그려진 시대적 배경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익숙한 화가의 그림이야기가 먼저 와 닿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이후 알지 못했던 화가의 작품을 알게 되는 것은 물론, 다시 보고 싶은 영화가 너무 많아진 것은 틀림없다.
애초에 독서는 혼자 하는 거니까 내가 여유를 내서 하면 하는 것이었는데, 영화는 왠지 누군가와 함께 보고 싶은 마음에 자꾸 상대방의 취향과 맞추어야 해서 간혹 정말 보고 싶은 영화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어쩌면 이미지가 텍스트보다 강한 것은 동시에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힘이 아닐런지.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시 혼자서 영화관과 미술관을 한 번 가보는 기회를 가져야 겠다는 새해목표를 슬그머니 적어 두었다. 또한 <명화남녀>의 한기일씨가 직접 들려주는 '뇌가 섹세해지는 영화이야기'란 강연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카페 '레 필로소피(les philosophies)에서 들을 수 있으니 참조하시길.
*미장센 : 연극과 영화 등에서 연출가가 무대 위의 모든 시각적 요소들을 배열하는 작업
(출처)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91185035154
[이 구절을 찾아봐]
셀린느가 그림을 들여다보면서 몇 년전에 미술관에서 보았다면 이야기를 하죠.
"보고 또 보고, 눈을 뗄 수가 없었어. 45분은 봤을 거야... 사람이 배경으로 스며드는 것 같은 느낌이 좋아. 이것 봐, 환경이 인물보다 강한 것 같아. 인간의 모습이 덧없지?"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를 이 장면을 보면서 어렴풋이 알 것 같았어요. 사랑의 무상함, 인생의 덧없음을 암시한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2.돈과 젊은이의 가치에 대한 고민,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어찌 우리나라의 경제는 내가 '경제'라는 용어를 알게 된 이후부터 쭉 안 좋았던 것 같다. 경제는 '좋다'라는 동사와는 애초에 어울리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경제상황이 좋지않다'라는 공포소구가 경제서적을 읽게 해주는 동기가 되주었을지도. 저자 박종훈은 KBS 경제부 기자로 '대담한 경제'라는 칼럼을 꾸준히 써왔다. 이 책은 이를 엮어 만든 책으로 국내외 경제상황을 설명하고 그 해결책으로 '진화경제론'을 바탕으로 유기적인 방식을 이야기 한다.
진화경제론이란 첫째, 경제문제는 인구에 기반하며 경제주체인 청년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 그리고 둘째, 경제생태계에서 다양한 2등이 한명의 1등보다 더 빠르고 확실하게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 집중한다. 즉 저자는 세습경제를 지양하고 청년에 대한 투자와 복지가 현재 한국경제의 문제를 해결해줄 기틀이 될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방법론으로 창업을 하라며 지원금을 늘리는 것보다 창업을 할 수 있는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점과 독일의 경제문제 해결 방식처럼 자국의 청년들의 힘을 믿고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청년의 가치를 우습게 알고 언제나 대체가능한 존재로 대우할 때 그들은 노년의 관록을 포기하는 대신 그들의 늙음을 부양하지 않을 것이다.
(출처)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50961695
[이 구절을 찾아봐]
우리나라의 일부 경제관료들은 청년에 대한 투자가 포퓰리즘적인 '퍼주기'라며 우려하지만, 사실 훨씬 더 위험한 것은 건설사 사주에게 퍼주는 천문학적인 건설 경기 부양예산이다. 콘크리트에 투자되는 돈이야말로 그 유착 관계 때문에 좀처럼 감시하기가 어렵고, 전방위적인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가장 소중한 투자는 교량이나 댐 같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라 바로 '사람'이고 '청년'이라는 것을 늦기전에 깨달아야 한다. 사람이 최고의 자원인 우리나라에서 사람에 대한 투자를 꺼린다면 도대체 어디서 우리나라의 희망을 찾을 수 있겠는가?
#3.책이라는 즐거운 여행, <풍경과 함께한 스케치여행, 뉴욕>
대학시절 친구를 기다리면서 잠시 중앙도서관에 들렸던 기억이 있다. 당시는 스마트폰이 없던 때라 너무도 자연스레 도서관에 꽂혀있는 책을 구경했었다. 무수히 많은 책 중에 내 손 안에 들어온 이 책은 열람실 바닥에 앉아 끝까지 다 읽게 되었는데, 그 뒤로 누군가를 그리워 하는 감정을 글로 쓴다는 것, 스케치한다는 것이 무언인지 조금씩 알게 했다.
이 책은 한 남자의 1년간의 뉴욕생활을 하며, 그 때의 풍경과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로 전개된다. 머무는 사람보다 스쳐가는 사람이 더 많은 도시에서 남자는 오랫도록 상실감을 이야기 한다. 담담하게 그려진 연필자국의 스케치는 그 쓸쓸함과 초연함을 더해준다. 돌아보면 나의 이십대는 성취감보다 상실감을 더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새로운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또다른 사랑이 지나갈 때마다 딱 그만큼의 허전함을 느껴졌다. 하지만 그 때의 추억은 허전함만큼 우리 속에 남아 있지 않을까. 내가 잊지 않으면 추억이 사라지지 않듯이.
(출처)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85673990
[이 구절을 찾아봐]
"추억이란 걸 피해갈 수 있을까요?"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질 때까지는요. 아름은 마음속에서 사라져가는 게 아니라 변해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어느 순간 그 일에 대한 느낌이 달라지는 것이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판단할 수 있죠. 그날은 예고없이 문득 찾아온단 말입니다. 마치 벽에 걸어 놓은 그림이 어느 날 갑자기 툭 하고 떨어지듯이."
*이 책은 현재 온라인 서점에서는 품절인 걸로 확인됩니다. 지역 도서관이나 중고서점을 확인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에필로그
누군가에게 책 선물이 폭력이라고 말하던 사람이 있었다. 취향에 맞지 않는 책은 버릴 수도 읽을 수도 없게 하고 설사 읽는다고 하더라도 선물한 사람의 고마움을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 점에 대해서 전혀 동의하지 않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어쨌든 읽었으니 책과의 궁합이 맞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테고, 솔직히 나는 그것으로 족한다. 이것으로 <도심킨포커의 월간서재 12월>의 당위성을 선포하며 이 달의 글을 마무리한다.
*<도심킨포커의 월간서재>의 모든 도서는 글쓴이가 모두 읽고 난 후 추천합니다.
*<도심킨포커의 월간서재>는 매월 21일에 발행(함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