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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리 Feb 10. 2020

일하는 여자에게 추천하는 네 권의 책

80세까지 단단하게 일하기 위한 일잘러 언니들의 지침서

건강하게 80살까지 즐겁게 일하자!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즐거운 일잘러'가 되어 오래 일하는 게 최고의 목표라 생각합니다. 일잘러가 되기 위해선 내 분야의 전문지식의 성장도 필요했지만, 제겐 무엇보다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회복탄력성을 길러야 오래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제가 좀 더 느긋하고 단단하게 일할 수 있게 된 데는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일잘러 언니'들의 책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제가 느꼈던 고민이 무엇인지 정확히 표현해주고 자신이 해결해나간 방법을 다정하게 알려주는 책 덕분에 계속 일하고 싶은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답니다.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고민을 분류하니 1)전문성에 대한 방향, 2)사회생활의 인간관계, 3)실패를 극복하는 방법, 4)리더로서의 성장 방향성 정도로 구분되더라고요. 그래서 각 고민 분야에서 제게 지혜와 위안이 돼주었던 책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전문성을 어떤 방향으로 키워야 할지 고민인가요?


화학과를 졸업한 저는 첫 회사에 엔지니어로 입사했다가 커뮤니테이션 파트로 커리어를 바꾸게 되었어요. 그 후 몇 번의 이직으로 디지털 마케팅과 웹기획자의 커리어가 더해졌지요. 조금씩 견문을 넓혀서 좋았지만 한편으론 나의 정체성과 전문성이 무엇일지 고민되더라고요. 그때 만나게 된 책이 바로 제현주 작가님의 <일하는 마음>이었어요.


일하는 마음, 제현주, 어크로스 


p.163_나는 "전통적인 의미의 전문성을 어떻게 갖추느냐보다는 자신만의 탁월성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답했다. 전문성이 한 가지 이름의 직업과 결부되는 것이라면, 탁월성은 일을 바라보는 접근법, 다양한 분야로 확대할 수 있는 중심 기술과 연결된다. 크고 작은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며 '우연히' 다음 단계를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에 자신을 열어두는 것,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찾아가는 것.
p.166_전문성이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인정이라면 탁월함은 자발적인 동기부여를 통해 스스로 쌓아가는 역량이다. 탁월성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그럼에도 더욱 가지기 어려운 것이다. 조직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남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와 별개로, 자기만의 만족 기준, 달성하려는 목표를 가진 사람이 탁월성을 만들어낸다. 스스로 탁월성을 향해 움직이는 사람은 자기 목표를 향해 자기 기준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고, 그렇게 일하는 사람은 외부의 훈장이 주어지기 '전에' 스스로 자기 일의 보상을 누린다.

 ch.4_아주 개인적인 동기부여, <전문성이 아닌 탁월성>


스스로 홍보인인가, 마케터인가 어쩌면 그것도 아닌 나는 무언가를 고민이 든건 정형화된 전문성에 나를 맞추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이 책은 지금까지의 경험이 어떻게 나를 더 탁월하게 만들어줄지 그 방법을 고민하게 해주었어요. 전문성에 연연하지 않고 남들의 평가에 메이지 않으며, 나에게 어울리는 일과 일하는 방식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단 것을요. 제가 사랑하는 모든 일의 중심에는 '의미의 재발견'이, 그 방식으로는 '기획'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선한 영향력을 전달하는 의미를 다시 발견해 새로운 접근법이나 무브먼트로 연결하는 기획력이 제가 가져가야 할 탁월성이란 것을요.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이 되고 싶나요?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규모의 조직을 경험하면서 조직의 규모가 작을수록 동료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동료를 만날 때마다 일을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고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동료가 돼주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함께 일하기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을지 고민이 들 때  엄지혜 작가님의 <태도의 말들>에서 따뜻한 지혜와 용기를 받았습니다.


태도의 말들, 엄지혜, 유유


p.53_좋아하는 동료가 있다. 서로 신뢰를 느끼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속내를 터놓고 말하는 사이지만 언제나 예의를 갖추고 대한다. 각자가 갖고 있는 호의를 알기에 실망스러운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는 약속을 잘 지키는 편이고, 가까운 관계가 되었음에도 선을 넘는 대화를 하지 않는다. 나는 그의 청을 들어주고자 애쓰고 그 역시 내 부탁을 긍정적으로 받는다. 좋은 태도를 가진 사람은 타인에게 영감을 준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덩달아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잘 살아보고 싶은 의지가 생긴다.

p.135_함께 일하는 입장에서 공유는 일종의 배려다. 아무런 예고 없이 일만 휙 던져 주는 사람은 오래 신뢰하기 어렵다. 피드백 또한 마찬가지다. 상대가 알고 있으려니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들은 의외로 모른다. 말하지 않으면. 사람과 관계 맺음에 있어 나는 여러 취미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칭찬 전달하기. 전하길 기대하지 않았더라도 나는 칭찬 메신저가 되는 일이 기쁘다. 


좋은 동료가 되기 위해선 실력만을 필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동료를 생각하는 마음만으로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죠. 특히 스타트업에서는 기본을 지키면서 상대를 이해하는 공감과 업무 프로세스와 노하우를 모두에게 공유하는 것이 좋은 동료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메신저 단어 하나에도 배려가 보이는 사람, 자신이 가진 것을 기꺼이 공유해 주는 사람, 일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 방향성을 제시하면서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사람 말이죠. 많은 보수와 큰 복지 대신 매일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했던 스타트업에서 좋은 동료가 되기 위한 노력은 나에게도, 동료에게도 필요한 것이니까요.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일하고 싶나요?


신입시절 저는 일머리가 없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혼났습니다. 처음으로 팀장을 맡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처음 시도하는 일에 혹시라도 실수를 할까 겁나곤 했죠. 처음엔 서툴러서 나중엔 두려워서 실패를 마주할 용기가 없었던 거예요. 그때 제게 손길을 내미는 듯한 책 한 권이 바로 이다혜 작가님의 <출근길의 주문>이었어요.


출근길의 주문, 이다혜, 한겨레출판


p.208_노력은 하지만, 여전히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크게 느낀다. 성공할 마음의 준비보다 실패할 마음의 준비만 열심히 한다는 점이 미친 짓이라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좋은 기회를 얻으면 나의 부족함만 드러나리라는 생각에 기회를 흘려보낼 핑계를 먼저 생각하기도 한다.
이것 하나만 명심하려고 한다. 내가 얻은 좋은 기회는 (미래의 퍼포먼스가 아니라) 과거의 퍼포먼스의 결과다. 과거의 내가 열심히 해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의 내가 두려워하지 않아야 미래의 내가 더 좋은 기회를 얻으리라. 현재의 내가 누군가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면 그것은 과거의 나다. 미래의 나여, 현재의 나에게 고마워하길.
 
ch.3_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명랑하게 균형 잡기, <성공이 두려운 기분>


가끔 잘 아는 사람과 업무적으로 엮일 때 주저하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혹시 상대방의 기대만큼 못해서 나의 수준이 탄로 날까 걱정스러운 마음 때문이죠. 일부러 일정이 맞지 않는다며 거절한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마음이 여전하지만 앞으로는 어떤 일이 주어지면 잘 하지 못하더라도 도전해보려 합니다. 나중에는 기회조차 오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그런 제안이 왔다는 것은 과거의 제 퍼포먼스가 보여준 것도 있을테고요. 좀 더 자신을 믿고 기회에 감사하게 한 책이었답니다.



어떤 리더로 성장해야 하는지 고민인가요?


서른 중반부터는 업무능력보다 리더십에 더 주목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실무에선 한 걸음 뒤로 물러나더라도 후배와 이해관계자를 잘 이끌어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는 일로 평가받는 리더가 된 것이죠. 훌륭한 리더가 되고 싶은 막연함이 들 때 임경선 작가와 요조 작가의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책에서 조금의 힌트를 얻은 것 같았죠.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임경선&요조, 문학동네


p.121_나는 '비겁한' 사람이 싫어. 비겁함이 뭘까 생각해봤어. 나는 비겁한 사람이란 우선 자기 자신과의 문제가 아직 해결이 되지 않은 사람 같아. 스스로 에 대한 불만이 있어도 그것을 해소하거나 해결하려는 의지가 부족하고, 과거의 상처가 있어도 그것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터득하거나 아물게 하려고 애쓰는 대신, 남을 탓하기 위한 명분으로 이용만 하는 느낌이야. 일단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으니 스스로에게 '정직'하지고 못해. 자기 자신한테 정직하지 못하니까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뒤틀리고 꼬인 모습을 모여. 평소엔 잘 드러나지 않다가 결정적인 순간, 가령 자기나 주위 사람이 어려운 일을 겪게 될 때, 리트머스 테스트처럼 그 사람의 본질이 나타나는 것 같아. '비겁하다는 것'을 다르게 표현하면 나는 '공정하지 못한 것'이라고 하겠어. 페어플레이 정신이 없는 거지. 근본적으로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야.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인간사회에선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만들어두고 다르더라도 공존해나가는 거지. 약육강식 동물의 세계와 차별 짓는 최소한의 '인간다움'이라고 봐.

<우리가 같이 일을 할 때>


다양한 형태의 훌륭한 리더가 있겠지만 저는 적어도 '비겁하지 않은 리더'를 택하기로 했습니다.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안다면 스스로의 실력을 알고 배우기를 멈추지 않는 리더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려움이 닥친 순간에 리더십을 발휘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게 제 목표랍니다. 선배에겐 믿음직한 사람이 되고 후배에겐 인간다운 사람이 되는 게 필요하단 생각이 들어요. 특히 후배가 다가가기 쉬운 어쩌면 만만한 그런 인간적인 사람이 되는 게 더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직장에서도 인생에서도 필요한 앞선 사람다움이지 않을까요?




이런 멋진 책을 읽으면서 오래 일하려면 저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첫째는 '나다운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는 거예요. 좋아하는 분야와 잘할 수 있는 분야 사이, 재미와 의미 사이, 그리고 회사명/연봉/회사 위치/조직문화/근무형태 등 자신에게 맞는 요건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러게 알게 된 나다운 일은 잘하는 일을 의미 있게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고 원격근무 등 유연한 근무형태를 시도해볼 수 있는 조직에서 일하는 것이었어요. 둘째는 '동료와 연대할 수 있는 실력과 태도'를 기르는 일이에요. 저는 회사에서 필요한 사람, 동료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성향의 사람인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실력을 갖추고 모르는 것을 배우려는 태도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조직의 일이란 건 절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기에 협업을 위한 실력과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발굴하기'입니다. 이는 몸의 건강과 마음의 건강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고난이나 실패에 얼마나 잘 극복하는지에 대한 것이에요. 저는 한 달에 한번 일하는 여자를 위한 북클럽(AKA.19호실로 간 여자들)을 운영하면서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본업에서 얻을 수 없는 묘한 쾌감을 얻기도 하고요. 앞으로는 체력을 좀 더 기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려고 합니다. 


제가 추천드린 책이 많은 일하는 여성이 좋은 일을 오래 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혹시 더 좋은 책이 있다면 댓글로 추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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