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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리 Feb 25. 2020

너의 모든 처음

635일간의 윤우의 처음 기록

사람이 아이를 낳는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 나의 어린 시절을 보고 싶어서란 이야길 어느 소설에서 본 적 있다. 아이를 낳은 후부터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SNS는 아이의 순간으로 가득해졌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발달과정을 자연스레 기록하게 되었는데, 그중 처음 한 것들에 대한 기억을 돌아보려 한다.





D+4 탯줄이 끊어진 날

예상보다 일찍 탯줄이 떨어져 배꼽 주변이 빨갛게 된 너를 보며 미안함이 들었단다. 산후관리사님과 너를 목욕시키며 혹시라도 감염이 될까 마음 졸였었어. 


D+45 첫 가족 산책을 한 날

엄마, 아빠, 그리고 바닐라 누나와 처음으로 공원 산책을 다녀왔어. 유모차의 흔들거림이 너에게 위험할까 걱정했지만 입을 오물거리면서 잘 다녀왔지.


D+60 너의 첫 사운드북

괜히 너의 첫 책은 동물과 관련된 책이었음 했어. 소 울음소리에 까르르 웃던 너. 언제 직접 눌러볼 거니?



D+250 너의 첫 마트 카트

윤우가 처음으로 카트 탄 날. 신기해서 요리조리 구경하던 녀석. 엄마는 이 날이 왜 그렇게 뭉클했나 몰라.


D+264 너의 첫눈 오는 날

감기 걸리까 봐 걱정은 했지만 눈을 보여주고 싶었어. 새하얀 눈 내린 세상은 처음이었지?


D+278 너의 첫 사회생활(어린이집)

아직 어린 너를 보내야 할까 고민했지만 친구들과 노는 시간을 즐거워하는 너. 


D+296 너의 첫 제주여행

비행기도 처음 타고 유채꽃도 처음 본 윤우. 제주에서 엄마와 보낸 시간을 기억할 수 있을까? 본태박물관의 전시도 즐거워하던 너.


D+316 너의 첫 붕붕카

이모가 사준 붕붕카를 처음 타본 너. 



D+365 너의 첫 응급실

엄마를 철렁하게 했던 너의 첫 응급실. 콧잔등이 찢어져 5 바늘이나 꿰맨 너. 덕분에 돌잔치도 못한 너. 흉터가 남지 않길...


D+380 너의 첫 키즈카페

무심한 듯 트램펄린 들어가선 섬세하게 튕기고선 시크하게 나가서 넘어지는 윤우. 한 시간 동안 어찌나 신나게 놀았던지 집에 가는 차 안에서 기절해버렸지?


D+409 너의 첫 바다

너에게 보여준 첫 바다가 부산이라 더욱 기억에 남을 것 같아. 모래 놀이를 즐거워하는 윤우.


D+431 너의 첫 호캉스

외할머니와 이모랑 함께 떠난 호캉스. 물놀이 실컷 하고 꿀잠 잤던 윤우.


D+452 너의 첫 지하철

엄마에게 챌린지와 같았던 지하철 타기를 유모차를 타고 환승까지 했지? 가는 동안 소리 질러주지 않아서 고마워. 지하철 손잡이와 차창밖 하늘이 신기했던 윤우.


D+462 너의 첫 스파게티

뽀모도르 스파게티 대환장 파티를 했던 윤우. 촵촵 그렇게 맛있었니?


D+541 너의 첫 수제 샌드위치

어린이집 학부모 초청행사에서 아빠랑 함께 만든 샌드위치. 형체도 알 수 없고 맛도 알 수 없었지만 네가 만든 거니 맛있게 먹었단다. 오늘따라 엄마한테 뽀뽀도 해줘서 기특했단다.



D+598 너의 첫 실내 썰매장

아직 어려서 무서워하거나 못 탈거라 생각했는데 너무도 씩씩하고 즐겁게 눈썰매를 즐긴 윤우.


D+630 너의 첫 상장

어린이집 종업식을 하며 받은 첫 상장. 젤 월령이 어렸지만 함박웃음상으로 친구들과 즐거운 하나반을 마친다.


D+632 너의 첫 킥보드

한참 전에 사둔 킥보드를 드디어 탄 윤우. 코로나 19와 미세먼지로 밖에선 못 타지만 날 좋아지면 얼른 한강 가자.



처음은 왜 그렇게 특별하다고 느끼는 걸까. 윤우의 모든 처음을 마주하며, 엄마가 보고 있으니 새로운 것에 용기를 내는 윤우에게 다정한 응원을 건네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이가 아프거나 다칠 땐 삶의 그 어떤 우선순위보다 윤우의 회복을 간절히 바라는 내 모습도 알게 되었다. 635일 동안 아이의 도전에 함께 기쁨과 행복을 느꼈다. 앞으로 수없이 많을 또 다른 처음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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