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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리 Mar 12. 2020

코로나19로 달라진 일상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

원격근무 그리고 층간소음 사과까지

코로나19로 우리 삶은 생각보다 많이 달라졌다. 연일 늘어나는 확진자와 사망자수를 보면서 불안함이 커졌다. 지금은 국가적 위기이기에 최대한 정부의 지시에 협조하면서 개인의 일상의 잘 돌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요즘 나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돌아보았다.




원격근무의 루틴을 만들었다.

원래 원격근무가 가능한 회사였지만 아이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출근을 했었다. 코로나19로 최대한 원격근무로 전환했다. 그러다 어린이집이 가정보육을 전환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남편이 육아휴직 중이라 아이를 봐줄 순 있었지만 아이와 함께 재택근무를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근무와 아이 돌봄을 동시에 해야 했기에 짧은 시간 동안 효율을 찾는 루틴을 찾는 게 필요했다.


(좌)엄마의 근무를 방해하는 존재 | (우)카페로 이동한 뒤 집중 근무의 시간


아이의 아침을 먹이고 오전 10시부터 시작되는 나의 업무는 방문을 잠근 뒤 중요한 고객의 전화와 원격 미팅을 먼저 시작한다. 카페에선 전화통화나 회의가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이 시간에 해결하려고 한다. 그리고 11시 30분쯤 아이와 함께 이른 점심을 먹은 뒤 아이와 책을 읽거나 좀 놀아준다. 남편이 식사 뒷정리를 하고 잠시라도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다. 12시 반쯤 나는 집 근처 도보 10분~15분 거리의 카페로 나선다. 대부분의 일은 3시간의 집중시간이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기에 카페에서 최대한 집중모드로 5시까지 일을 끝마친다. 


 이부자리를 정돈하고 손을 자주 씻는 습관을 만들었다.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금세 어질러지고 더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특히 자고 일어난 이부자리는 정돈하지 않으면 다시 잠들기 전에도 어질러진 자리로 다시 들어가게 되니 하루의 마감이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침실에서 잠도 자고, 일도 하니 이부자리 정돈을 하고 난 뒤로는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나를 발견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 정돈하는 습관을 만들기로 했다. 단 1분이면 정리가 되는데 느끼는 만족감은 컸다.


(좌)간단하게 이부자리 정리 | (우) 거품놀이로 손씻기 중


21개월의 아이는 금세 손을 더럽히게 된다. 포크질이 안될 때 손을 집어 먹거나, 물감놀이를 하다 보니 아이의 손을 자주 씻어줄 일이 생겼다. 덕분에 아이에게 손을 씻는 행위를 놀이로 가르쳤고, "윤우야 우리 손 씻으러 갈까?' 하면 거품 놀이를 하는 줄 알고 신나서 화장실로 뛰어간다. 엄마가 손을 꼼꼼하게 씻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도 쉽게 따라 한다. 코로나19로 손 씻기의 중요성이 더해진 지금 아이에게 손을 잘 씻는 것을 가르치며 나도 꼼꼼히 손을 씻어 본다.


일회용 대신 면 마스크를 쓰려고 노력한다.
(좌) 미리 준비해둔 귀여운 면마스크 2개 | (우)노란색 면마스크 쓴 날

다행히도 난 원격근무를 할 수 있는 회사를 다니고 있고, 남편도 육아휴직이며, 아이도 휴원 중이라 우리 가족은 사실 나갈 일이 없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회사에 가기에 그때만 일회용 마스크를 쓰곤 했는데, 점점 마스크 구매가 힘들어지면서 면 마스크 사용을 하게 되었다. 좀 더 마스크가 필요한 사람이 구입을 할 수 있도록 우리 가족이 구매를 하지 않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불편함보다 불안함이 더 큰 누군가를 위해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최대한 면 마스크를 쓰고자 한다. 


아랫집에 층간소음 사전 사과를 드렸다.
(좌)뛰어도 너무 뛰는 윤우 | (우)죄송한 마음에 쓴 엽서

아이가 집에만 있는 데다가 활동량이 늘어난 시기여서 너무 뛰어다니는 일이 잦아졌다. 평소엔 어린이집이나 외부활동으로 그 에너지를 해소했지만 코로나19로 갇혀버린 아이의 에너지는 집 안에서 쿵쿵거림으로 승화되었다. 말리는 것과 교육도 한두 번이지 21개월인 아이에겐 역부족이었다. 하릴없이 케이크를 사서 사과의 엽서와 함께 아랫집 현관에 두고 왔다. 다행히 아랫집도 아이를 키우고 있어 충분히 이해해주실 것이라 믿었다.

이틀 뒤 아랫집에서 응답이 왔다. 과일과 함께 층간소음을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함께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그 누구보다 엄마의 마음을 잘 안다며 서로를 다독였다. 이를 계기로 서로 번호를 교환했고 코로나19가 끝나면 함께 커피를 한 잔 하기로 했다. 


재미난 온라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바깥 활동이 주니 확실히 무기력하고 우울감이 찾아왔다. 국가적 재난의 위기에선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는 게 돕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집안에만 있는 일상을 쉽지 않았다. 대신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알아보고 참여하기 시작했다. 하나는 <지하철 역명으로 짓는 N행시> 프로젝트와 나머지는 <내가 참 좋아하는 서른 개의 문장 채집>이다. 신분당선의 역명으로 N행시를 짓는데 답답한 일상을 잠시 잊고 상상력을 마구 뽐내봄은 물론 함께 참여하는 사람들과 소통도 할 수 있는 재미난 프로젝트이다. 코로나19와 관련한 N행시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좌) 지하철N행시 짓기 프로젝트 중 청계산입구역 N행시 | (우) 책<작은 삶을 권하다>에서 채집한 문장


한편 내가 직접 리드해서 <내가 참 좋아하는 서른 개의 문장 채집>이란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일상에서 만난 문장 중 마음에 들어온 문장을 사진을 남기고 텍스트를 카톡방에 인증하는 것이다. 책, 아티클뿐만 아니라 길가의 포스터, 심지어 스타벅스 봉투에도 적혀있는 문장을 채집해본다. 채집한 문장 속에서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을 다시금 찾게 된다. 마음이 어지러운 날엔 이런 문장 채집이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코로나19로 달라진 일상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를 돌아보며 결국 흔들리는 건 잠시일 뿐 우리의 삶은 무너지지 않으니 함께 잘 이겨내 보자는 메시지는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되기 위해 조금 더 힘내서 조금이나 더 빨리 극복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힘드신 의료진, 질병관리본부, 소방관, 자원봉사자, 택배 및 배달기사님 등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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