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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리 Jul 29. 2020

지은씨에게 하고 싶은 말

지금 이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아서 #1_김지은입니다 편

안녕하세요? 일하는 여자들의 북클럽, #19호실로간여자들 책지기 볼리입니다. 벌써 7월도 끝이 보이네요. 지난 토요일 <특별한 북클럽 : 지금 이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아서> 첫 번째 책인 #김지은입니다 북클럽이 진행되었습니다. 연일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토요일엔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아 북클럽 하기 선선했던 날씨였어요. 참고로 계속되는 코로나 19로 북클럽을 외부 모집보다는 기존 멤버 중심으로 소규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랍니다. 





이번 북클럽은 특별한 세션인 만큼 제가 직접 진행을 했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직장생활을 하는 우리 모두가 김지은 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김지은이 처한 상황과 생각을 읽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왜 이러한 이슈에 연대가 필요한지, 어떻게 연대할 수 있는지 개인과 조직의 시스템 측면을 함께 이야기 나눠보고 싶었답니다.


이번 달 19호실엔 누가 왔나요?

클럽장 : 볼리
방문자 : 미뇽, 윤정, 몰리, 인걸


이번 달에는 <김지은입니다>로 갑작스레 책을 바꾸자고 제안을 했어요. 그럼에도 다들 이 책을 하자고 의견을 주셨는데요. 읽어보니 어떠셨나요? 기억에 남는 한 문장과 함께 이야기해주세요.


몰리 : 닭을 쏠 수 없어서 일부러 빗맞혔다.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p.174

이 문장을 보고선 조직생활에서의 제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불쾌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일에 침묵했던 제 모습을요. 늘 대세의 흐름에 묻혀가고 싶었고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자제하려고 했었죠. 아니란 걸 알면서도 조직생활을 잘하기 위해 그래야만 한다는 강박을 느꼈던 것 같아요. #김지은입니다 를 통해 어떤 상황에 제가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을 때 표현할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윤정 : 나는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채 깨닫기도 전에 내 앞에 주어진 일들을 처리하기에 급급했다. 두려웠다. 아무도 믿을 수 없었고, 안희정을 제어해줄 더 높은 사람을 쉽게 떠올리지 못했다. -p.298

저는 모든 희생 알고리즘을 떠올려보면, 피해자는 어떤 상황에서 자신에게 폭력임을 알아차리는 기준을 스스로 잘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본능적으로 더 높은 사람을 떠올려 도움을 받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쉽게 떠올리지 못했단 문장에서 안타까움을 느꼈거든요. 만약 김지은씨처럼 직장에서 가장 높은 사람에게서 생긴 문제는 과연 누가 해결해줄 수 있을까요? 그렇기에 용기 있게 미투 고발을 하며 한 걸음씩 나아간 그녀에게, 이렇게 책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준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꼈어요.


미뇽 : 김지은은 그 누구보다도 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 p.192

그녀가 지금까지 가해자 처벌을 위해 걸어온 길엔 노동자 김지은을 믿고 지지해준 주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동료들의 탄원서를 보며 그녀와 밀도 있게 일했던 시간을 증명해주는 문장이랄까요. 문학을 좋아하던 그녀의 첫 책이 미투 고발기라는 게 너무 안타까웠고, 늦더라도 다시 원하던 일상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책장을 덮었어요. 성범죄 피해자를 위한 후원 프로그램을 알아보기도 했는데, 쉽게 찾을 수는 없었어요.


볼리 : 사람들은 나에게 묻는다. "왜 네 번이나 당해?" 나는 이것을 안희정에게 묻고 싶다. -p.111

수사관과 언론을 비롯한 우리는 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질문할 수밖에 없을까요? 특히 박원순 사망사건을 보며, 그 피해자는 질문의 기회조차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은 피해자 김지은의 입장에서 쓴 글이지만,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는 가해자를 이기는 작은 불빛과도 같다고 생각해요. 단지 성범죄에 그치지 않고 생존권(노동력)을 위협받는 모든 피해자를 위해 용기 내어줘서 고맙다고도 느꼈고요.



안희정 사건이 유죄판결을 받게 된 데에는 '직장생활에서 위력에 의한 피하기 힘든 성범죄'라는 점이었어요. 직장인으로서 충분히 공감되어 두려운 마음도 들었는데요. 왜 이렇게 권력과 위계에 의한 성범죄가 일어날까요? 그리고 왜 자꾸만 반복될까요?


윤정 : 그런 성범죄를 저지르는 고위직의 행태를 보면,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경험하지 못한 과거를 기반으로 권력이 생긴 시점 이후, 인간관계에 있어 우위에 있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아랫사람 입장에서 조직생활에서는 일자리 보전과 자기 발전을 위한 관계에 대한 충성이, 윗사람에겐 모든 것에 대한 과도한 충성 또는 이성 간 호감 등으로 제 멋대로 판단하는 경우랄까요. 이런 경우가 조직 내에서 답습되면 조직문화가 되고, 구성원은 폭력적인 상황에 무뎌지게 되어 반복된다고 생각해요.


미뇽 : 저도 윤정님과 같은 맥락으로 '학습된 무기력'이라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실패를 마주할 때 스스로 감정을 제어해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학습된 무기력함을 더 자주 갖게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구성원으로서 조직의 어떤 상황에 반응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일수록 이런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져요. 직장 내 성희롱적 발언을 자주 하던 상사가 있었는데, 제 직속 상사를 통해 언급을 했더니 그 뒤로 제 앞에서는 조심한다는 명분 하에 배제당하는 일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되면 저는 이제 그런 일에 노출되지 않겠지만, 자신의 말을 받아주는 신입사원을 또 괴롭히고 있더라고요. 더 약한 이를 찾아가는 구조가 보였어요.


몰리 : 한국의 조직문화의 고유한 특수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정도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상명하복이 바탕이 되어 있기에 권력을 가진 직급에 따라 많은 것이 용인되는 현실이 있으니까요. 이런 것들이 관행이 되면 구성원도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반드시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범죄라는 사건이 터져야 조직 내 용인되었더 일이 공론화되듯이요.


볼리 : 저는 구조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권력을 가진 높은 직급에 남성이 다수이고, 계약직이나 임시직과 같은 다소 불안정안 자리에 여성이 상대적으로 다수라는 점도 한 몫하는 것 같아요. 물론 모든 가해자가 남성이라고 볼 순 없지만 김지은씨 사건만 놓고 봐도, 조직생활에서 주로 남성이 의사결정을 하고 여성은 그 결정을 따르는 형태가 잦았을 거예요. 또 다른 구조적인 측면인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후에 신고하고 처벌을 받는 프로세스가 피해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점도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처벌이 약하고 피해자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상담이나 조직 차원의 조치가 부족할 테니까요.



이번에는 개인과 조직의 해결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만약 동료에게 이런 상황이 닥쳤다면, 우린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조직과 사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미뇽 : 저는 중간관리자를 통해 먼저 이야기해볼 것 같아요. 지금 조직에서는 상사가 우리의 말에 귀 기울여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거든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외부 기관에 신고를 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이야기해보려 해요. 설사 제 자리가 위태롭더라도 힘든 상황에 처한 동료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주고 싶어요. 그리고 어떤 조직이든 감시기관이 별도로 존재해야 한다고 봐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도록요. 


몰리 :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 쉽게 말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동료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 같아요. 저는 공공기관에서 일하다 보니 이런 일에 도움을 준다고 생존권까지 위협당하진 않을 것 같아요. 다만 저희 조직은 성인지 고충 담당이라는 보직이 있지만 겸직으로 있어요. 그러다 보니 적극적으로 처리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외부 인사로 두어 조직 내 누구도 이용할 수 있게 시스템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윤정 : 조직 자체의 생존권이 걸린 안희정 캠프의 사례를 보면 동료로서 쉽게 도와주기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가까운 참모진이 안희정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책임도 반드시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있었던 기업에서도 조직 내 핫라인이 있었는데요. 여기에 신고를 하면 오히려 인사팀을 통해 가해자가 가장 먼저 알게 되는 아이러닉 한 상황도 있었어요. 이런 제도부터 바꾸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인걸 : 이 책의 의미하는 연대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될 것 같아요. 저는 남자이다 보니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에 동료로서 저한테 이야기할 수 있을까란 생각도 들거든요. 하지만 제가 도와줄 것이라 믿고 이런 힘듦을 터놓을 수 있는 동료가 되도록 무얼 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느끼지 못한 조직 내 위계도 기민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하고요. 전 성범죄가 다른 성이라고 일어나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군대나 교도소에도 일어나잖아요. 결국 위계를 없애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닐까요? 조직 내 위계를 조금이라도 없애기 위한 방법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볼리 : 저 역시 제 생존권을 걸만큼 연대할 수 있을지 두려운 마음도 있어요. 다만 저는 동료로서 피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도록 들어주는 노력은 하고 싶어요. 모른 척하지 말고, 방관하지 말고 피해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작은 노력을 이어가고자 해요. 그리고 조직 차원에서는 예방과 처벌이라는 두 방향으로 방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으로 망신을 주는 방식이 더 효과적인 경우를 봤어요. 코피노나 배드파더스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망신을 주면서 비교적 빠르게 해결되기도 하더라고요.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진정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빠른 해결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특별한 북클럽으로 진행했는데 다들 어떠셨나요? 오랜만에 인걸님도 참석해서 남성의 입장도 들어볼 수 있어 너무 좋았어요. 마지막으로 이 책의 한줄평과 김지은씨에게 전하고픈 한 마디를 남겨볼까요?


몰리가 김지은에게

진실이 거짓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습니다. 다 삼켜 해치울 때까지 조금만 더 견뎌주세요.

한줄평 : 내가 내 목소리를 온전히 낼 수 있고, 그 목소리가 정상적으로 정직하게 널리 퍼질 수 있는 사회, 그리고 나 자신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미뇽이 김지은에게

문학도의 첫 책이 고발이라 안타깝습니다. 어서 일상을 되찾으시길 바랍니다. 살아남아 더 행복한 사람이 되시길 바랍니다. 용기 내주어 고맙습니다.

한줄평 : 내 주변과 나 자신 모두에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내 상황에 매몰되지 않도록 내가 날 놓지 말자. 이 책으로 조금이나마 건강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인걸이 김지은에게

몰랐던 게 많아 죄송하고 목소리를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자리에게서 할 수 있는 찾고 또 해나겠습니다.

한줄평 : 위력에 의한 성폭력은 어떻게 일어나고 반복되는가. 피해자와의 연대를 위해 들어야 할 목소리.


윤정이 김지은에게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용기를 내어주신 것이 헛되지 않을 겁니다. 힘내세요, 지은씨!

한줄평 : 위계가 만들어내는 폭력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권력이 인권을 해하는 일들이 사라지기를.


볼리가 김지은에게

지은씨, 우리가 끝까지 가해자에게 묻겠습니다. 왜 그랬냐고.

한줄평 :  거인에게 맞서는 이를 위한 용기 실행 가이드



북클럽을 마무리하며...


장마 중 진행한 북클럽이었기에 더운 여름 소나기와 같은 책을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일하는 여성으로 피해자를 이해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었던 북클럽이기도 했고요. 한 걸음 더 걷는다고 조직과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진 않겠지만, 모두가 한 걸음 더 걷는다면 그 힘이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조직 내 위계로 인한 모든 성범죄 피해자를 위로하며 용기 내어준 김지은씨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글.볼리




8월에는 어떤 책을 만나나요?


이번 특별한 북클럽으로 한 달 미뤄진  <도쿄R부동산, 이렇게 일 합니다>을 8월에 이어서 진행합니다. 일본의 도쿄R부동산은 부동산의 위치나 면적, 시세 등 시장에서 교환될 수 있는 양적 가치보다는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 공간의 분위기와 매력 등 향유할 수 있는 질적 가치를 중심으로 매물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부동산이에요. 소위 기존 업계가 도외시했던 틈새시장의 니즈를 발굴한 셈이었는데요. 하지만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의 가치와 목표가 기존 업계가 하던 방식으로는 실현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면서 쓴 책이랍니다. 

특히 직장인과 프리랜서의 중간 개념인 프리 에이전트라는 채용방식으로 멤버 한 명 한 명의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고, 조직 내 소통이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구조, 평가와 분배에서 공정한 시스템 등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커리어의 확장을 위해 일 하는 방식을 고려중인 분이시라면 이 책을 함께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책에 대한 소개와 일정은 인스타그램으로 공지하고 있어요.(@i.am.bolie)

8월 북클럽에 참여하시고 싶은 분은 댓글이나 인스타그램 DM으로 문의하세요.


2019년 3월부터 일 하는 여자의 북클럽 <19호실의 여자들>을 시작했습니다. 세상엔 이미 좋은 북클럽이 많지만, 지금 제게 필요한 북클럽은 일 하는 여자로서 느긋하고 단단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책과 사람이었거든요.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에서 주인공 수전이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위해 허름한 호텔 19호실에서 보내는 감정을 떠올리며, 매월 일하는 여자들이 모여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시즌2-테마2 일정 안내] 8/29(토) | 9/26(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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