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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리 Jan 31. 2019

요즘 나는 구독을 한다

구독하는 인간 볼리의 소비생활

얼마 전 정수기 구입을 두고 남편과 갑논을박을 했다. 렌탈이 만연해진 정수기 시장에서 구입(소유)을 하는 것이 이득일지 렌탈(구독)을 하는 것이 이득일지 따져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부부는 이 쟁점을 오랫동안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고 생수병을 주문하면서 결정을 미뤄온지 3년이 훌쩍 지났다. 생수를 매번 주문하는 것도 힘들지만 한꺼번에 주문한 생수병을 보관하는 일, 그리고 다 먹은 생수병을 분리수거하는 일도 꽤 번거로운 일이었다. 결국 우리는 정수기 렌탈, 요즘말론 케어솔루션을 선택하게 되었다. 물론 이 글에서 내가 말하고자하는 렌탈과 구독은 조금 다른 개념이다. 하지만 점유의 의미로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닌 경험과 만족의 의미로 구독에 대한 개념은 유사할 것이다. 일상에서 새롭게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꽤 만족을 느낀 몇 가지 서비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눈 뜨자마자, 눈 감기 직전까지, #넷플릭스

올해 가장 먼저 목표를 세운 일은 넷플릭스를 구독하게 된 것이다. 1년에 100권 읽기 3년 프로젝트가 끝났기에 이젠 놓쳐선 안 될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싶은 욕구가 컸다. 주저없이 넷플릭스 멤버십을 결제했고 이후 내 일상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선 휴대전화 요금제를 바꿨다. 기존에는 데이터를 크게 쓰지 않아서 몰랐는데 넷플릭스를 본 이후로 데이터 요금이 3만원이나 더 나온 것이다. 놀란 마음을 부여잡고 데이터무제한 요금제로 빠르게 바꾸었다. 주로 와이파이가 있는 공간에서 시청하지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도 꽤 시청을 많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시간, 설거지와 같은 반복적인 단순노동을 하는 시간, 심지어 반신욕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도 넷플릭스는 나와 함께 했다. 


거실의 아이맥과 맥북엔 즐겨찾기로 넷플릭스가 되어 있으며, TV엔 구글 크롬캐스트를 연결해서 넷플릭스를 시청한다. 책을 놓고 영상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이 한 켠에는 죄책감이 들어 최근에 보기 시작한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미드는 영문자막을 설정하고 중요한 표현을 노트에 정리해보고 있다. 넷플릭스의 이런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영어를 공부하거나 내용을 토론하는 커뮤니티도 커지고 있다. 영상콘텐츠의 구독이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커뮤니티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내 피부부위별 맞춤화장품, #톤28

겨울만 되면 바짝 마르는 내 피부는 T존을 제외하곤 엄청난 보습이 필요하다. 유수분 밸런스가 쉽게 무너지니 당김현상도 심하고 화장도 잘 받지 않았다. 건성인 뺨 부위에 화장품을 맞추다보니 이마나 코 주변은 뾰루지가 나는 일도 있었다. 내 얼굴이지만 부위별 필요한 화장품이 다른 것이다. 그러다 부위별로 바를거리를 구독할 수 있는 친환경 화장품브랜드 톤28을 알게 되었다.


가까운 지하철역 부근 카페에서 피부측정이 먼저 이뤄졌다. 예상했던대로 나는 T존과 O존이 요구하는 바를거리 성분이 달랐고 2가지 버전으로 구독을 신청했다. 내가 원하는 성분과 향을 선택할 수 있었다. 설명서와 함께 바를거리가 매월 말 도착한다. 화장대에서 같은 성분이지만 제형과 이름만 다른 여러 화장품을 치웠다. 피부결을 정리하는 토너 미스트, 그리고 톤28, 입술을 보호하는 바세린이 요즘 내가 바르는 전부다. 


이제 3개월이 다 된 바를거리는 불안하던 피부밸런스를 조금씩 잡아주고 있다. 놀랄만큼 확 트러블을 잡아주진 못하지만 적어도 피부에 좋은 영양을 필요한만큼 주고 있다는 확신은 있다. 게다가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답게 화장품용기는 쓰레기를 줄여주어 그 점 또한 마음에 든다. 엄마에게 선물하고픈 화장품이랄까.



우리집 한 켠 미술관, #오픈갤러리

한 동안 미술과 관련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때 그림이 주는 위로의 힘을 알게 되었다. 유명한 화가의 위대한 작품도 좋았지만 국내외 현대 미술을 이끄는 작가들의 작품에서도 내 마음을 보이는 그림도 많았다. 하지만 미술품은 부자들의 향유물로 여겨졌고 사진이나 엽서로 만족했던 내게 그림렌탈이라는 새로운 구독서비스가 눈에 들어왔다. 국내 작가에겐 자신의 작품을 소개할 기회가 되고 소비자에겐 미술관 같은 집의 한 공간을 갖게 되는 것이다.


나는 현관에서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방과 방사이의 복도 벽에 걸어둘 작품을 골랐다. 오픈갤러리의 큐레이터가 추천해주는 작품도 있었지만 내가 고르는 재미도 꽤 있었다. 웹사이트에서는 선택한 작품을 원하는 위치에 걸어보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새로 이사한 기분으로 행복이 깃드는 노랑톤의 그림을 선택했다. 특히 아이에게 그림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교육이라 생각이 드는데 가끔 멍하니 그림을 보는 아이의 모습에 구독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 나는 포스터나 액자를 구입해서 집안 곳곳에 장식을 하곤 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도 6개월이 지나니 지루해졌고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순 없었다. 오픈갤러리의 그림렌탈은 이러한 점을 간파했다. 3개월 뒤 다는 다른 작품을 선택할 것이다. 그 땐 즐거움과 긍정의 상징은 주황색 계열의 그림을 골라보려고 한다. 내가 머무는 공간에서 그림 한 점으로 얻는 위안을 나는 구독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밖에도 나는 다양한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다. 지식콘텐츠를 제공하는 퍼블리를 구독하고, 감성콘텐츠를 제공하는 매거진 컨셉진을 구독한다. 또한 인공지능 스피커와 연결을 위한 지니뮤직과 기록 앱인 노션도 꾸준히 써보고 있다. 독서모임도 시즌제로 멤버십의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신문을 구독했던 과거를 돌아보면 구독이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소비의 관점을 바꾼 것이다. 강하고 짧아진 트렌드의 변화와 적은 돈으로 경험만을 소비하는 이 시대의 소비습관을 지지하는 것이다.나는 이 구독시장이 점점 커질 것이고 점점 개인화 될 것이라 본다. 인간의 습관과 삶의 방식을 읽고 그 문제를 해결해주는 구독서비스가 앞으로 얼마나 더 나오게 될지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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