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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리 Dec 30. 2019

프로 N잡(JOB) 도전기

유튜브 기획자부터 헤드헌터까지

2019년은 내게 다양한 프로젝트를 할 수 있게 한 해다. 작년 말쯤 '프로 N잡러'(특정한 직장이나 직업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일의 형태 및 그러한 사람) 라는 말을 들으며, 이러한 방식으로 일의 형태를 하는 기회가 왔던 것이다. 스타트업을 나오고 나서 무얼 해야 할지 모른 채 방황하는 내게, 어차피 아이를 돌보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던 내게, 프로 N잡러는 삼십 대에 갖게 된 갭이어(gap year)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나의 도전기를 써본다.


일은 가장 먼저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겠지만, 행복하게 일하는 데에는 그 이상이 필요하다. 일하는 사람에게는 다양한 욕망과 능력이 있다. 하나의 일자리가 모든 것을 해소해줄 수 없다면, 스스로 일들의 조합을 만들어내 자신의 직업을 창조하려는 이들이 엔잡러다.


(출처 :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820321.html)


칼럼니스트('18.9~'19.9)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내 손안에 서울'이라는 콘텐츠 플랫폼이 있다. 서울시에서 내보이는 다양한 콘텐츠뿐만 아니라 시민기자단, 전문 필진의 콘텐츠까지 볼 수 있다. 우연한 기회로 1년간 <초보 엄마 볼리의 DOG박육아>라는 칼럼을 연재하게 되었다. 아이와 반려견을 함께 키우면서 얻을 수 있는 정보와 감정을 담은 에세이였다. 일상을 적는 글이라 힘은 크게 들지 않으면서도 고료를 받을 수 있는 일이었다. 매월 3~4시간을 투자해 글 한 편을 마무리했다. 기획은 평소에 틈틈이 해두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소득세 3.3%를 제하고 약 10여만 원을 받았다.



유튜브 기획자('19.3~5)


지인이신 한 대표님이 중학생을 위한 수학교육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창업지원금을 받게 되셨다. 얼떨결에 합류해서 난생처음으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영상을 만들었다. 글과는 달리 영상을 편집하는 재주가 없었기에 편집자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채널에서 교육을 담당하실 분을 섭외하고 수학 콘텐츠의 진도를 분배했다. 이후 내가 한 일은 거의 편집점과 자막을 정리하는 일. 어렵진 않았지만 뭔가 찍어내는 듯한 작업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때 청소년에게 인기 많은 유튜브 채널도 많이 학습했는데, 결국 스스로 채널을 만들어가는 창작자가 되지 못하면 방송사 같은 시스템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3개월 동안 주 2일 정도 출근하면서 월 약 100여만 원을 받았다. 


북클럽 운영자('19.3~현재)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이야기 나누는 것을 더 좋아해 북클럽을 시작했다. 돈 벌기는커녕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도록 한 달에 한 번 최소한의 인원만이라도 참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꾸준히 오래 하는 힘은 일단 가까워야 하기에 집 근처로 장소를 확정하고 지인 기반의 모임 멤버를 모집했다. 부담 느끼지 않으면서도 최소한의 운영비를 받으면서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가끔은 돈을 좀 더 걷더라도 특별모임(강점검사)을 열기도 했다. 12월에는 스여일삶(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 커뮤니티와 함께 콜라보 독서모임을 여는 경험도 했다.


청소년 일일 직업교사('19.5~6)


직업을 다양하게 가져가다 보니 청소년의 진로체험의 날에 꺼내놓을 이야깃거리가 많아졌다. 어떤 날은 마케터로, 어떤 날은 유튜브 기획자로 강단에 섰다. 진로교육을 가 본 분은 알겠지만, 진로체험의 날은 직업적 노하우를 알려주는 시간이라기보단 아이들과 진로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다. 아이들에게 왜 마케터가 되고 싶은지,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지, 요즘 너희들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가 더 배워가는 시간이 되었다. 강연은 45분짜리를 2회 하는데 감사비로 약 10만 원 정도를 받았다. 


디지털 콘텐츠 저자('19.3~9)


올해 혁진님과 함께 '월간서른'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다. 매월 진행하는 월간서른의 이야기를 좀 더 콘텐츠로 남겨보면 어떨까란 아이디어를 모아 디지털 독립출판 플랫폼 '퍼블리'에 기획안 투고를 했고 원고를 작성하게 되었다. 월간서른 연사 중 사이드 프로젝트의 콘셉트에 좀 더 맞는 여섯 분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각색해서 정리하는 일이었다. 초반에 기획이 잘 정돈되지 않아 내용도 수정하고, 원고 리뷰도 꼼꼼하게 하지 못해서 실수도 많았다. 그럼에도 결과물은 나왔고 인세가 들어온다는 게 참으로 신기했다.


헤드헌터('19.6~9)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에 헤드헌터가 자주 꼽힌다. 억대의 연봉으로 헤드헌터를 하고 계신 분의 도움으로 나도 헤드헌터에 도전해보는 기회를 얻었다. 주로 스타트업 분야의 마케터, 디자이너, 서비스 기획자 포지션을 다루게 되었다. 서치펌 자격으로 누군가의 이력서를 보며 좋은 포지션과 이어 줄 수 있다는 설렘과 자신의 욕심과 희망과는 맞지 않은 요구를 거절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래도 나는 면접 기회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의외로 이 시장은 냉정했다. 좋은 후보자가 많았는데, 자신에게 맞는 포지션과 만나는 일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잘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성과가 나지 못해 10월부터는 잠시 쉬고 있는 중이다.


웹기획자('19.10~현재)


홍보로 시작해 마케터로 끝맺음한 내 이력에는 웹기획자라는 한 줄기 경험이 있다. 오래 하지 않았고 주로 제안서 업무를 했지만 멋진 동료를 만나 사실 가장 재밌게 일했던 일이 웹에이전시였다. 그러다 경력단절 여성에게 재취업을 돕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고 웹기획자로 다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4대 보험을 받는다는 기쁨과 함께 다시 출퇴근을 할 수 있을지 두려움도 몰려왔다. 무거운 경력을 내려놓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배우며 일하고 있다. 특히 소셜 섹터의 웹 기획을 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만족한다. 그리고 다시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에도 새삼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커뮤니티 매니저('19.10~12)


사이드 프로젝트로 11월 한 달간 '서울문화재단'과 '날마다 예술 : 30일 프로젝트' 매니저로 활동하게 되었다. 프로젝트에 참여는 해봤지만 매니저로 활동하는 것은 처음이라 꾸준히 해 볼 마음으로 매일 참여를 독려하고 그 결과를 기록했다. 이 활동을 통해 나는 누군가를 돕는 참모 역할을 하면서 가장 큰 희열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소정의 활동비와 30일간의 경험의 발표비도 받을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프로젝트였다.


N잡러에게 필요한 것은 고정된 단 하나의 답을 찾는 게 아니라, 그 때 그 때 달라지는 답들을 서로 연결하여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책 < 일하는 마음> 중



올 한 해는 돈보다 값진 인연과 경험을 얻었다. 다양한 프로젝트에 임하면서 할 줄 알아서 시작한 일은 하나도 없었다. 기회가 왔을 때 나를 믿고 도전하는 태도. 그게 전부였다. 그 결과 잘 된 일도 있고 어디 말하기 쑥스러운 일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이 현재의 나를 만드는 경험이 되었다. 책 <출근길의 주문>에는 내가 얻은 좋은 기회는 미래의 퍼포먼스가 아니라 과거의 퍼포먼스라고 한다. 지금의 내가 두려워하지 않아야 미래의 내가 더 좋은 기회를 얻게 된다고 말이다. 올해 내가 가질 수 있었던 소중한 일의 기회에 감사한다. 무엇보다 프로 N잡러로 살면서 느낀 건 일 그 자체보다도 얼마나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었냐는 것이다. 일을 해나가는 과정은 절대 혼자일 수 없고 함께 하는 과정에서 성패를 대부분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어떤 일이 내게 올지 모르지만 올해의 나처럼 해낼 수 있는 마음과 나만의 방법으로 나가보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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