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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리 Jan 22. 2020

우리집 거실 인테리어 변천사

북카페부터 놀이방까지

나는 집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 거실이라고 믿는다. 거실은 가족의 공용공간이면서 가장 오래 머물러야 하는 곳이다. 또한 가족에게 찾아온 기쁨과 슬픔이란 인생에서 중요한 감정을 다루는 곳이 거실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집에서 거실공간의 만족도가 가장 높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결혼 후 침실보다 거실의 인테리어를 가장 신경쓰고 있는데, 가족이 늘어가면서 그 간의 거실 인테리어 변화에 대해 정리해본다.




테이블 중심의 북카페 인테리어

원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 우리 부부는 자는 것 외에는 대부분 카페에서 시간을 오래 보냈다. 그래서 자연스레 각자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습관이 들어, 아파트로 이사온 후에 카페같은 공간이 있었으면 했다. 나는 두 사람의 작업공간으로도 충분한 6인용 이상의 테이블을 보러 다녔다. 스타벅스에 있는 길다란 원목테이블이 우리집 거실에도 있었으면 했다. 서로 반대편에 앉았을 때 영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세로길이도 충분히 긴 테이블을 찾았고 그렇게 우리집 거실에 들어왔다.



테이블에 맞춰 책장과 의자를 구입했다. 나는 좀 더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도록 테이블 높이에 맞는 쇼파를 찾아 다녔다. 카페와 달리 집에서는 책을 읽다가 누울 수 있었으면 했다. 그리고 반려견 바닐라도 함께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들이 선물로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한 권씩 받아 책장에 꽂아두었다. TV가 없고 테이블과 책장이 있는 거실에서 카페를 굳이 가지 않아도 여유와 충만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가끔은 계절에 따라 테이블의 위치를 바꿔보기도 했다. 책장은 작은 방으로 넣고 트롤리에 읽을 책만 꺼내어 좀 더 넓은 거실공간으로 활용했다. 이 때 식탁을 따로 두지 않아 식사도 하고, 손님이 오면 홈파티도 할 수 있었다. 쇼파 옆에는 반려견 바닐라가 편하게 올라가도록 스텝스툴을 두기도 했다.



이후 작은 식탁을 구매하게 되면서 테이블을 창가로 붙여두었다. 햇살이 좋은 날에는 테이블 위로 떨어지는 햇빛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렇게 여유가 생긴 공간에는 패드를 깔아 두었다. 그리고 그 쯤 나는 아이를 가졌다. 주변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북카페 거실도 할 수 없다고 들었기에 깊은 고민이 들었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도 얼마간은 북카페 거실은 유지할 수 있었다. 어린 아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 보내기에 널따란 공간이 필요없었고, 다만 테이블이 육아용품의 거치대로 전락하게 되었다. 아이가 6개월이 되었을 무렵 우리는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이사갈 곳에서는 거실을 아이의 공간으로 만들어 주기로 했다.



놀이매트 중심의 놀이방 인테리어


아이가 잡고 걸어다니기 시작하면서 거실은 다양한 놀잇감으로 가득찼다. 오감을 발달시키려면 물려받은 장난감을 총 동원해야 했다. 이 때 테이블 밑 공간은 그런 장난감을 보관하는 곳이었다. 아직 키가 닿지 않기에 테이블 위 공간은 화분을 올려두기도 했다. TV가 다시 거실로 나왔다. 크롬캐스트로 유튜브 키즈 프로그램과 동요를 켜두는 날이 많았다. 그리고 아이 매트 위에서 유튜브를 보며 홈트레이닝도 하곤 했다.



거실 공간이 협소하고 무엇보다 윤우가 TV 서랍장에 부딪혀 다치는 사고로 TV는 벽걸이 시공을 했다. 쇼파와 TV장만 없어도 이렇게 거실이 넓게 쓸 수 있게 되다니. 나의 사랑스런 6인용테이블은 당분간 화분받침대 외엔 쓸모가 없고 윤우가 한참은 커야 쓸 수 있을 것 같아 결국 지인께 양도하기로 했다. 



6인용 테이블이 나간 곳에는 윤우의 테이블이 들어왔다. 테이블이 생긴 뒤로 윤우는 테이블에 앉아 색칠놀이도 하고 밥을 먹기도 했다. 자신의 공간이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장난감통에서 장난감을 꺼내 테이블에 앉아 놀았다. 책을 읽어주기도 했고, 가끔은 테이블 위에 올라가 아기상어 노래에 춤을 추기도 했다. 그 동안 다양한 놀잇감이 교체되었고 배치를 바꾸면서 윤우의 동선에 편안한 거실구조를 고민했다.



얼마 전 윤우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는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만의 숨은 공간이 필요한 시기가 된 것 같아 커튼을 치고 들어갈 수 있는 플레이하우스를 거실에 두었다. 공간이 협소해서 물려줄 수 있는 장난감은 다시 물려주고 월령에 맞는 것으로 바꾸어주는 게 필요하다. 알록달록한 장난감 대신 베이지 톤의 아늑한 거실이 현재 상태다.



거실은 매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아이용품으로도 따뜻하고 예쁜 거실을 만들어 가고 있다. 다음 주엔 데이베드로도 사용할 수 있는 낮은 모듈 쇼파를 들일 예정이다. 막상 쇼파가 없으니 아쉬웠는데 아이와 반려견이 있는 집에서 쓸 수 있는 안전하고 오염에 강한 소재라 기대 중이다.



결혼 후 반려견과 아이가 가족으로 늘어나면서 거실은 그 가족의 형태에 맞게 변해왔다. 부부중심의 거실에서 아이중심의 거실로 말이다. 내게 북카페 인테리어 거실에서 카페 대신 위안과 충만함을 주었듯, 윤우에겐 놀이방 인테리어 거실이 즐거움과 안정을 주지 않을까? 어린이집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엄마가 가꿔준 공간에서 행복한 놀이를 마음껏 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가정이야말로 고달픈인생의 안식처요, 큰 사람이 작아지고 작은 사람이 커지는 곳이다.
-H.G 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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