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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주 Dec 31. 2023

미니멀리즘과 아무거나 볶음밥

재활용을 참 좋아한다. 낭비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작은 밴에서 장과 함께 3년 정도 살아가다 보니 자연스레 터득한 생활방식이다. 우리에게 집은 자고 먹고 하기 위해 개조한 밴이라는 작은 공간이었고, 이마저도 한두 번 고장이 나면 팔고 이동해야 된다. 본래의 백패커 신분으로 돌아갈 때도 더러 있다. 싱글 침대 하나 고작 들어가는 밴이었는데도, 그 안에 이것저것 자잘하게 수납할 수 있었다. 자잘하게 모으는 버릇으로 배낭여행자로 돌아가는 과정은 꽤나 복잡했다.


공간이 있다는 안일함, 빈 공간에 나는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채워 넣었고, 가령 옷. 옷은 결국 사놓아도 편하게 입던 옷들만 계속 입는다. 또는 호주 자연을 즐기는 취미로, 여행 다니면서 돌과 원석들을 발견하기를 참 좋아했다. 그 가끔 한번 꺼내 보는 재미를 위해 무거운 돌을 짊어지고 다니기도 했다. 또는 우리처럼 밴이 있다가 밴을 비우고, 떠나는 친구들이 있으면 주인 없는 물건들이 우리에게 돌아올 때도 있었다.


우리만의 ‘합법적인’ 쓰레기 수거함이 없어서일까. 밴을 비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다양한 물건들은 최대한 재사용할 수 있도록, op shop (호주에서 중고가게)으로 들어간다. 상태가 좋은 중고 옷들, 일할 때 입는 유니폼과 신발, 주방용품, 서적 등. 우리가 마치 주인이 아니었던 것처럼 물건은 고스란히 누군가의 품으로 돌아간다. 누군가를 위해 기부를 할 수 있음에도, 사놓고 단 한번 사용하지도 않았던 물건을 바라보며 사모으는 행위를 하는 나의 모습에 대해 조금은 공허함을 느꼈다.


배낭에 내가 들을 수 있는 무게만큼만 들고 다닌다. 무게, 곧 짐에 대한 나의 책임감이 생긴다. 그리고 나를 비우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짐을 싸고 버리면서 나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여행을 다니면서 때로는 이 옷이 좋아서 자주 입었지만, 새로운 옷을 발견해 이 옷을 정말로 입고 싶다면 기존에 있던 옷을 정리하고 새로운 옷을 산다. 같은 품목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무게의 물건들끼리 대체할 수 있다. 물건에 정이 갈 때가 간혹 있다. 나한테 있어서는 원석과 돌이 그러하다. 정이 많이 갔고, 좋은 기억이 있더라도 떠나보내야 할 때가 있다.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선물로 줄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새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다른 이에게 나의 소중한 것을 공유할 줄 알면 된다.


이런 나의 라이프 스타일은 주방에 일하면서 낭비 없이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 꽤나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볶음밥이다. 내 기억에 볶음밥이란 냉장고에 있는 찬밥과 남은 갖가지 재료들을 더했을 때 더욱 맛이 나는 법. 토요일이 되면 우리는 음식을 따로 만들지 않고, 주방을 청소하는 날이다. 그래도 이들이 좋아하는 미트파이는 항시 준비를 하고, 튀김기는 기름을 갈아야 해서 사용하지 않지만 오븐은 사용할 수 있다. 금요일 주방을 정리하며 볶음밥에 들어갈 재료들을 손질하기 시작하면, 벌써 이렇게 한 주가 지나갔나 싶다.



아무거나 볶음밥


(찬밥이 최고이다)


햄 또는 베이컨


이곳 주민들은 채소를 약간 꺼려하기에 볶음밥의 모든 채소는 잘게 썬다.

그때 그때 있는 재료에 따라 달라지지만 주 채소는 이러하다.


애호박

당근

브로콜리

셀러리


계란은 프라이 또는 계란 스크램블을 토핑으로 사용


양념 소스

데리야끼 소스 또는 간장

후추 조금

참기름

소금 조금



볶음밥을 오븐에다가 만드는 것이라 기름에 볶는 맛이 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적당량의 기름을 넣고 내용물을 잘 버무려 오븐에 180도 기준 15~20분이면 완성이다.


양념소스는 사실 때에 따라, 나의 기분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매주 같은 양념이면 신선한 맛이 없으니까. 오늘은 매콤한 맛을 내는 페페로니를 얹혔다.


자주 오는 동네 주민이 컨테이너를 열고 구매하기도 전에 이미 맛을 보고 있다. 그런 그녀는 나에게 엄지를 떡 올려 보였고, 나의 아무거나 볶음밥, 일명 채소 감추기 프로젝트는 성공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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