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음식, 프라이드치킨
해외에서 한국 음식은 프라이드치킨이다. 나는 비록, 몇 년 차 육류를 되도록이면 섭취하지 않으려는 식단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지내는 28년 동안 치킨 마니아였음을 과감하게 고백한다. 프라이드치킨과 야식. 한국에서 쉽게 접했던 야식 문화에 나는 중독되어 있었다.
엄마는 내게 그렇게 계속 닭을 먹다가 나중에 프라이드치킨 사장님과 결혼할 거라 했다. 특별히 좋아하는 동네 치킨 브랜드가 있었고, 나만의 미학적인 치킨 철학이 있었다. 대학 들어가기 전, 시작한 첫 아르바이트도 치킨집 홀서빙이었다. 매일같이 일해도 집에 돌아갈 때 남은 치킨을 싸갖고 가는 것이 그렇게도 행복했다. 하루는 치킨을 너무 먹고 싶은데, 아빠가 먹고 싶다 하면 곧잘 시켜주던 엄마가 내가 먹고 싶을 때에는 시켜주지 않는다고 서러워 운 적이 있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소풍을 가면, 엄마는 내 도시락에 살짝 간장 양념하여 튀긴 미니 닭봉 튀김을 싸주시곤 했다. 짭조름한 간장 간에 바삭하게 튀겨진 식감이 아직도 기억난다. 맛 좋은 도시락으로 때로는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는 방법으로 쓰이기도 했다. 도시락을 나눠 먹을 줄 아는 친구가 될 수 있던 것도 엄마의 닭봉 튀김 덕이다. 치킨에 대한 애착이 호주의 오지, 알파라까지 나를 끌고 온 것일까, 이곳 주민들도 치킨을 최고로 좋아한다. 지금 생각하면 그 맛이 일본식 가라아게 맛과도 비슷했던 것 같아 만들어 본 알파라 신 메뉴, 닭 순살 튀김이다.
본인은 잘 먹지도 않으면서 이곳 동네 사람들이 좋아하는 닭을 가지고 프라이드치킨을 만들어봤다. 어린아이들도 쉽게 먹을 수 있게, 순살 치킨으로 하고 싶었고, 간장과 생강의 맛이 가라아게식 간을 해보았다.
가라아게 치킨 레시피
닭다리살 1kg (대략 4인분 기준)
전분가루
우유
밑간용 소스
간장 4-5 큰술
미림 3-4큰술
생강가루 2큰술
(생강즙 사용가능하지만 나는 생강가루를 넣었다)
소금 조금
후추 조금
양파 가루 2큰술
디핑소스 (타르타르소스 느낌)
마요네즈 1컵
레몬즙 1개
양파 1/2
(양파 대신 파를 사용해도 좋은 것 같다)
오이 1/2
(하루는 생오이가 없어 오이 피클을 사용해 넣었더니 새콤한 맛이 좋기도 했다.)
닭다리살은 우유에 30분 정도 담근 후 물에 씻어 둔다. 먹기 좋은 크기로 5cm 정도로 자른 후, 밑간에 최소 1시간 이상 재워둔다. 나는 반나절 정도 재워둔 적도 있었고, 1시간 정도 재운 적도 있었으나 둘 다 맛이 좋았다. 디핑소스는 재료를 모아 믹서기에 갈아둔다. 그리고 재워둔 닭고기살을 튀김기름에 튀긴다. 디핑소스와 함께 음식을 내본다.
나는 순살 치킨을 샐러드 토핑으로도, 또는 감자튀김과 콤보로 등의 여러 가지 메뉴를 만들어봤고 인기가 좋아 2주 차 만들고 있는 주메뉴다. 이곳 주민들은 기존에 먹던 로스트 치킨(이미 간이 되어 있는 제품)과 감자튀김 콤보가 있어 닭요리에 있어서 굉장히 까다로운 편이다. 그럼에도 다른 육류보다는 닭에 대해 오픈되어 있는 편이라 생각한다.
언어와 치킨
하루는 주민들이 내 순살 치킨, 어느 누가 봐도 순살 치킨 같아 보이는 메뉴에 이것이 돼지고기 튀김인지, 닭고기 튀김인지 물어보았다. 언제나 음식과 함께 손수 메뉴의 이름과 주 재료를 적어서 내놓는다. 이들, 사실 모든 이들이 영어 알파벳을 읽을 줄 아는 것이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자를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이것이 단 한 가지의 원인과 이유는 아니겠지만, 이제 조금은 이해가 간다. 이곳 주민들이 왜 그렇게 그동안 먹어왔던 음식만을 고집해 왔던 것인지. 이제는 우리가 만들어 두는 음식에 조금 신뢰가 생겼는지, 어느 정도 먹어본 신메뉴는 다시 사보기도 한다. 또는 동네에 입소문이란 것이 빨리 나기도 해, 누군가 맛있게 먹으면 금방 그 메뉴가 다 팔리고 없다.
어느 날, 나이 지긋해 보이시는 할아버지가 나에게 아이스 쿨링 밤, 파스 같아 보이는 제품을 가지고 와 혹시 이것을 읽어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나는 적혀 있는 대로 아이스 밤이라고 했고, 무엇이 알고 싶냐고 되물었다. 처음 있는 일이라. 그는 본인의 어깨를 가리켰고, 나는 그의 어깨 통증에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해줬고, 그는 행복해 보였다.
그들의 고유 언어는 문자가 없는 언어이며, 영어는 그들에게도 제2 외국어나 다름없다. 이상하게도 이들과 대화할 때, 나는 더 의사소통이 잘 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왜 그렇게 약간의 소리가 다른 것에 집착하는지, 왜 그렇게 서로가 달리 쓰는 단어의 쓰임새에 대해 집착을 하는지. 글쓰기를 좋아하면서도 단어의 선택과 그 무게에 대해 오늘도 고민에 빠진다. 가끔은 우리의 언어가 세상에 가져오는 불협화음이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