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가 예술 작품으로

by 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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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8일, 토요일(날씨: 바람이 얼음을 머금은 듯 차다.)

1. 그림을 그렸다.

2. 하얀 도화지 대신 작고 투명한 유리 조각에.

3. 우리는 멋진 예술가!


<확장 글>


우리 집에는 보물이 있다. 바로, 작고 반짝이는 유리 조각들. 이 보물은 ‘비치(씨)글라스’라고도 불리는데 사실은 바다 쓰레기였다. 사람이 바다에 버린 유리병이 깨지고, 오랜 세월 파도와 모래에 깎이고 마모되어서 동글동글한 보석으로 변했다. 나는 오래전 어느 해안가를 거닐다가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비치글라스를 발견했다. 그때부터 바다에 갈 때마다 예쁜 유리 조각을 줍고, 집에 오면 와인잔에 담아 보관한다. 벌써 13년째 모아서 커다란 잔 하나를 가득 채웠다. 내가 값을 치르고 사지는 않았지만, 볼 때마다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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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에 딸과 함께 주말을 보냈는데, 딸이 나에게 미술 활동을 제안했다. 아크릴물감을 사용해서 비치글라스를 예쁘게 꾸며보잔다. 나는 손재주가 없지만, 재미있을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우리는 접이식 테이블 위에 비치글라스와 아크릴물감, 물통, 얇은 붓, 휴지를 준비했다. 비치글라스 모양은 다 달라서 먼저 형태를 잘 살피고, 어떻게 꾸밀지 궁리한다. 그런 다음 붓으로 조심스럽게 그려내면 멋진 예술 작품이 완성된다.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만들었다. 우리는 작품을 활용해서 액자로 꾸미거나, 포장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했다.

딸은 그날 이후에도 꾸준히 유리 조각 위에 그림을 그렸고, 비치글라스는 빠르게 줄었다. 나는 남편과 얘기하다가 비치글라스를 주우러 바다에 가야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우리 가족은 곧바로 여행계획을 세웠고, 오는 금요일 딸과 함께 바다에 가기로 정했다. 어디로 가면 좋을지 인터넷으로 검색하다가 우연히 ‘비치코밍(Beach-Combing)’ 활동을 알게 되었다. 비치코밍은 해변(Beach)을 산책하며 빗질(Combing)하듯 주워 모은 쓰레기를 재활용해 예술 작품이나 액세서리로 만드는 환경보호 활동이다. 내가 꾸준히 해온 활동이 환경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왠지 뿌듯하고, 의미가 크게 느껴졌다.

드디어 금요일! 우리 가족은 늦게 아침밥을 먹고, 천천히 짊을 꾸려서 인천 왕산해수욕장으로 출발했다. 평소 아침은 분을 쪼개어 쓸 정도로 정신없는데, 이날은 시간이 0.5배속으로 흐르는 듯 여유로웠다. 차로 한 시간쯤 이동하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찾은 바다는 한산했다. 우리는 모래사장에 자리를 잡고, 작게 텐트를 폈다. 그런 다음 비치글라스를 줍고, 간식을 먹고, 텐트 안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쪽잠도 잤다. 평소에 나는 개미처럼 지내는데 오늘은 베짱이처럼 하루를 즐겼다.

비치글라스도 제법 주웠다. 보통은 예쁜 유리 조각만 모았는데 환경보호 의미를 알고 나서는 조금 다르게 움직였다. 표면이 거칠고, 날카로운 유리 조각도 한데 모았다. 세 시간 정도 모았을까? 제법 많이 모아서 큰 통 2개를 가득 채웠다. 나는 집에 돌아와서 바다에서 주운 ‘보석’을 깨끗하게 씻기고, 예쁜 유리 조각과 날카로운 유리 조각을 분류했다. 조금은 번거로웠지만, 기분은 꽤 좋았다. 내가 바다 쓰레기를 치워서 어떤 아이는 바닷가에서 자유롭게 뛰놀 수 있고, 또 어떤 바다 동물은 쓰레기를 잘못 삼켜서 위험해지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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