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조용히 끝났고, 남은 것은 ‘생산’이었다.
기관은 시스템이었고 개인은 교체 가능한 자원이었다.
사람은 떠나도 조직은 남았다.
승인은 위에서 내려왔고 평가는 내부에서 결정됐다.
우리는 그 구조를 질서라 불렀고 질서를 현실이라 배웠다.
사람의 패배는 감정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였다.
기술은 관성을 약화시켰다.
과거에 조직이 독점하던 기능이 개인에게 분산됐다.
발언, 기록, 연결, 수익.
이제 그것은 허가의 영역이 아니다.
개인은 더 이상 보호받는 객체가 아니다.
스스로 작동하는 단위가 되었다.
힘의 축은 조용히 이동했다.
그럼에도 사람은 조직의 성과를 자기 존재로 착각한다.
직함이 곧 자신이 되고 연봉이 곧 가치가 된다.
“우리”라는 합의된 언어 속에서 개인은 희미해진다.
노동시장의 승리를 존재의 승리로 오해하는 순간 다시 종속이 시작된다.
수고로움은 생계의 조건일 뿐 존재의 근거는 아니다.
자기 기반 없이 빌린 힘을 과시할 때 개인은 더 작아진다.
“회사가 전쟁터고, 밖은 지옥이다.”
이 문장은 질서가 흔들릴 때 반복된다.
그러나 개인은 이미 도구를 갖고 있고 연결되어 있으며 스스로 생산할 수 있다.
조직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절대적이지도 않다.
이제 완전한 흡수는 불가능하다.
오늘의 생산은 조직에 맞서는 일이 아니다.
조직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는 일이다.
귀속되지 않고 의존하지 않는 상태.
조직이 다시 개인을 이길 수 있을까.
그 질문은 남는다. 그러나 하나는 분명하다.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자기 판단을 잃지 않는다.
자기 판단이 남아 있는 한 누구도 그를 완전히 소유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