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근본 탈레반

논어(論語) - 학이(學而) - (2-3장)

by 방향

어떤 의미에서 논어의 시작은 좋은 "인간관계" 또는 이를 위한 "인간상"이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신화나 옛날 글들은 "가성비"가 굉장히 중요했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를 적은 분량 안에 끼워 넣는데 굉장히 능했다. 이를테면 단순히 "하늘 천, 땅 지"로 시작하는 "천자문"은 한자 천 개를 외우게 하기 위한 교본일 뿐만이 아니라 그 천 글자들로 소개하는 세상물정 브리핑이다. 뒷북이더라도 이런 걸 혼자 눈치채는 것이 고전 읽기의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다.


다른 즐거움 중 하나는 마음이 힘들 때, 현대보다 더 열악한 전근대의 삶을 보면서 감사함을 느끼는 일이다. 그중에서도 나름 고대에 해당하는 춘추전국시대에서 "좋은 삶"을 논하는 논어에서도 다양한 즐거움을 얻고 있다. 그리고 기왕이면 전복적으로 읽어보려고 하는 중이다.


오늘은 다음 두 장을 다뤄보자.


제 2 장

2) 유자는 이렇게 말했다. "효도하고 어른을 공경하면서도 거역하는 사람은 드물고, 거역하지 않으면서도 혼란을 일으키는 사람은 전무하다. 군자는 근본에 집중한다. 근본이 확립되면 도가 나타난다. 효도와 어른 공경은 인애의 근본이 아니겠는가?"

이 구절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바는 춘추전국시대 사람들이 살면서 겪은 빅데이터가 아니라, 소위 유학을 지탱하는 핵심가치로 '질서 유지'를 제시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특히 '인'을 '질서 유지'의 '본'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정의한 다음, 확립된 '본'의 실천이 제시하는 귀결을 '도'라고 부르는 것이 아닐까?


유튜브에서 맨날 한국 사람들 종특이 줄 세우기, 급나누기, 티어표 만들기라고 하지만 폭력이 난무하는 전근대 세상에서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 갖고 있어야 할 필수 능력이 바로 상대방의 "급"을 파악하는 것이었을 테다.


여기서 충신이라 함은 "줄 세우기"의 기준을 바꾸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 애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급"이 높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서 "질서"에 들어가기 위한 근본이라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쉽게 말하면 좋게 좋게 가려면 처신하는 법부터 배워야 하는 게 가장 기본이 된다는 뜻도 되리라.


인용 출전 : 중국철학서전자화계획 (논어)

실제 읽은 판본 : 논어 (소준섭 역, 현대지성)


제 3 장

3) 공자는 “말재주가 좋고 아첨하는 사람은 인품이 좋은 경우가 드물다!”라고 말했다.


교언영색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타고나길 "말을 잘하고 아름다운 사람"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표준적인 해설대로 "보이는 모습"만 잘 꾸미는 사람에 대한 비판일 테다. 그런데 인품이 좋다는 것이 무엇일까? 위에 제시된 번역처럼 말재주가 좋고 아첨하는 사람은 "질서"에 아주 잘 순응한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려한 말재주와 용모"에 쉽게 현혹되기 때문에, 그리고 작정하고 속이려는 사람의 속을 간파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일단 조심하라는 경고가 아닐까?


열 길 물속은 보여도 한 길 사람 속은 한치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반대로 우리가 보이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크다는 뜻일 테다.


중국 게임 중에 "성세천하"라는 게임이 작년에 스트리머/유튜버들 사이에서 많이 플레이된 적이 있다. 측천무후를 주인공으로 삼아 "당나라 후궁"에서 살아남는 일종의 어드벤처 게임이다. 선택지를 잘못 고르는 순간 파리보다 쉽게 죽어버린다. 당나라가 이 정도면, 진시황 이전의 시대인 춘추전국시대의 판정은 이보다 훨씬 가혹했을 것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시스템"의 규칙을 알아야 하고 주변 사람들의 행동과 마음을 잘 읽을 줄 알아야 했다. 지금도 종류는 다르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는 세상일수록 "보편적"이고 "전통적"인 격언이 더 유용할지도.


여기에 더해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를 떠올려본다. 이 말은 내가 뭘 모르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얘기로 이어지는 게 국룰이다. 개인의 한계는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하지만 어쨌든 명확하다. 2번 구절이 서버 접속이라면 3번 구절은 가성비 좋게 이상한 사람을 거르는 블랙리스트 전략 아닐까?


물론 저도 "철학서"를 "자기계발서"로 읽는 것을 경계하는 힙스터 계열의 사람이지만, 일거양득, 일석이조를 굳이 피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특히 고전은 지루하고 현학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니까 가볍게 읽고 가볍게 소개해도 크게 누를 끼치진 않을 거라고 봅니다. 이런 독해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쩔 수가 없네요.


여러분들은 저 말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싶으신가요? 당연한 소리라고 넘어가면 시시하니까 상상력을 발휘해 보시면 즐겁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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