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을 보셨나요?

by 스틸노트


별일 없는데 좋은 날도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며칠째 이어지던 가을비로 잿빛이던 하늘이 오늘은 환하게 열렸다. 등원길, 기분이 잔뜩 가라앉은 아이의 마음을 달래려 연신 구름을 가리켰다. 그러다 구름 사이로 쨍한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차 안에는 라디오가 흘러나왔다. 주파수를 돌리며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였다. 이동 중 듣는 라디오는 작고 확실한 즐거움이 있다. 그날의 흥미로운 이야기들 속으로 스며드는 시간. 평소 듣지 않던 노래를 우연히 듣거나, 가끔 내 취향에 꼭 맞는 음악을 발견하는 일도 그렇다.



연휴 이후로 몸이 좋지 않아 며칠 집에서 쉬거나 병원에 다녀왔더니 요가원도 오랜만이었다. 수요일엔 처음이라 새로운 선생님의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선생님을 중심으로 꽃잎처럼 둥그렇게 매트를 깔고 앉은자리배치부터 신선했다. 오늘은 유독 어려운 동작이 많아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런 내 뒤로 선생님이 다가와 자세를 세심하게 맞춰주셨다. 물구나무자세와 비슷한 동작을 할 때에는 혼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신 원장님도 함께 살펴주셨다.


수업이 끝나고 나오자 로비에서 대표님이 “요가 어디서 배웠어요? 오늘 너무 잘하던데요~”라며 웃으며 말을 건넸다. 수업 중 찍은 사진 몇 장도 보내주셨다.



요가원을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햇살이 부드럽게 쏟아졌다.

시원한 바깥공기가 좋았다.

길가의 나무엔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새파란 하늘 아래 그 풍경이 유난히 선명해 보였다.


이 장면을 놓치기 아쉬워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남겼다. 마침 글쓰기 모임 단톡방에서 ‘하늘 사진 릴레이’를 하자고 했던 참이라, 방금 찍은 사진을 바로 올렸다. 각자의 하늘에 담긴 빛이 서로 달라서 보기 좋았다.



점심엔 남편과 동네 단골 초밥집에 갔다. 지난주에 재료 소진으로 못 가서 아쉬웠던 곳이라, 고민 없이 향했다. 다행히 웨이팅 없이 바로 앉을 수 있었고, 여전히 맛있었다. 식사 후엔 손을 잡고 걸으며 남편의 폭포수 같은 이야기를 설렁설렁 들었다. 한 손에 커피를 쥐고 집으로 돌아와 드라마 한 편을 보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몰입하는 시간까지.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일상의 평화가 좋다.

눈을 찡그리게 하는 햇살에도, 살랑한 바람에도,

그리고 살짝 졸린 오후,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냥 좋은 날이다, 오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