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백일 무렵부터 이어온 분리수면을 과감히 접었다. 두 돌 전후의 아이는 모든 면에서 예민해졌고, 그중에서도 수면이 가장 큰 이슈였다. 스스로 잠드는 연습을 이어가려 했지만, 울음과 잠 사이에서 아이도, 나도 지쳐갔다. 서로에게 무리라고 느끼던 시점부터 나는 아이 곁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럼에도 얻은 수확이 있다면, 그건 아이가 잠드는 과정을 매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잠잘 시간이 되면 우린 각자의 책을 들고 침실로 모인다. 넓은 안방 침대에 나란히 누워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소소한 장난으로 번진다. 한참을 웃고 난 뒤에는 눈빛이 달라지며 고백의 시간이 시작된다. 나는 낮 동안 화내고 다그치던 순간들을 떠올리고 사과한다. 요즘엔 아이가 먼저 울상을 지으며 말한다. “엄마 아까 소리 지르고 울어서 미안해요” 그리고는 작은 손을 내밀어 악수한다. 서로의 사과를 받아주며 마무리한다.
어느 날엔 잠든 척하던 내가 살짝 눈을 떴을 때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잠이 오지 않았는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다가와 두 팔을 벌려 안아준다.
“사랑해 아가야. 엄마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너는 참 귀하고 소중해.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스러워. 넌 엄마의 가장 큰 선물이야. 엄마가 가끔씩 화를 내더라도 널 사랑해. 더 많이 아껴줄게.”
엄마의 사랑 고백에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그 순간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다시 확인한다. 나는 자주 말한다.
“채채는 정말 천사 같아.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
“채채는 천사 맞아. 하늘에 올라갔어.”
“채채 날개 있어?”
“응 등에 날개 있어서 하늘에 올라가서 안녕하세요 하고 왔어”
“채채 엄마 만나려고 내려온 거야?”
“응”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날갯짓 흉내를 내는 아이. 진짜로 내 눈앞에 아기 천사가 서 있는 것만 같았다. 이제야 잠이 오는지 멍하니 한 곳을 응시하더니 아이의 눈이 스르르 감긴다. 이내 평안이 깃든 아이의 천사 같은 얼굴을 가만히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쌔근거리는 숨소리, 숨 쉴 때마다 들썩거리는 볼록 나온 배, 금세 땀에 젖은 머리카락, 종일 멈추지 않던 입, 어느새 길어진 팔다리.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존재였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더 깊이 눈에 새겼다.
그리고 조용히 옆에 누웠다. 쌔근거리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한다. 아이를 재우다 함께 잠드는 일이 왜 이렇게 많았는지 알 것 같았다. 은은한 조명 아래 매일 같은 피아노 연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둑한 밤하늘의 별빛이 우리를 감싸고 있는 듯했다.
오늘도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