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우, <글쓰기로 독립하는 법>을 읽고
8년을 다닌 직장을 퇴사하고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 큰 마음을 먹고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각오로 나온 직장이었다. 돌도 되지 않은 아이를 돌보면서도 전공을 살린 다른 일을 찾기 위해 추가적인 자격증을 따며 다방면으로 준비했다. 하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 왠지 모를 거부와 불편함이 남아 있었다.
여러 일을 경험해 볼 기회였지만, 나는 다음에 몸담을 일만큼은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 일을 직장에선 찾을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다른 일을 준비하면서도 자꾸만 나를 끌어당기던 건, 다름 아닌 ’읽고 쓰는 삶‘이었다. 기록하고 글 쓰는 걸 즐기던 나는 오랜 시간을 들여 그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남편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는 자체만으로도 부럽고 대단한 일이라며, 나의 삶을 존중해 주었다. 그리고 읽고 쓰는 삶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막상 ’읽고 쓰기만‘ 하는 삶은 마냥 편하지 않았다.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계에 보탬이 되면서도, 쓰는 사람으로서 멀리 가기 위해선 방법을 찾아야 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중, 평소 존경하던 정지우 작가의 신작 소식을 들었다. 마침 내게 필요한 주제의 책이었다.
정지우 작가를 알게 된 건, 몇 해 전 한참 글쓰기 책을 연달아 읽던 때였다. 그때 만난 책이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였다. 내게 강한 울림과 영향을 준 책이었고 이후로도 SNS를 통해 꾸준히 그의 글을 읽어왔다. 그가 삶에서 얻은 통찰과 새로이 정립한 개념을 담은 문장들이 마음 깊이 와닿았다. 그러면서 ’나도 저렇게 쓰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다. 육아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을 땐 <그럼에도 육아>를, 관계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지금은 <사람을 남기는 사람>을 읽고 있다. 그의 책은 늘 내게 해답의 실마리를 주었다. 그래서 이번 책 소식이 반가웠다. 독립이라는 단어가 내 삶의 현재와도 정확히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글쓰기로 독립하는 법>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글 쓰는 독립인으로 살고자 마음먹은 사람들이 보다 현실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고민하게 한다. 시간의 자유나 건강을 이유로 독립을 선택했지만, 단순히 ‘쓰며 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알고 있었지만, 외면해 왔던 작가의 ’진짜‘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작가는 ’그저 쓰며 기다리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다 ‘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스스로 ’먹거리‘를 찾아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담담히 나의 삶과 대조하며 읽어 내려갔다.
“작가는 그를 좋게 봐주는 모든 ’감사한‘ 사람들 덕분에 먹고 산다. 감사한 관계를 만드는 것, 잊지 않는 것, 발전시키는 것이 독립하여 먹고살기의 첫 번째 원칙이다.”_p.37
- ’감사한 관계‘라는 새로운 개념을 배웠다. ‘연결’, ‘관계’, ‘소통’이 결국 독립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혼자‘ 지내는 게 당연하다 여겼다. 굳이 관계를 끊어가며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던 시간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그 생각은 잘못되었단 걸 깨달았다. 오히려 반대로 세상과 부지런히 연결되어야 했다. 인간은 혼자선 살아갈 수 없다. 누군가와 기대고 이어지며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확인했다. 고립된 세계에 머무르지 말고, 짧든 길든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관계망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남는다.
독서, 운동, 글쓰기, 종교생활까지 모두 ’혼자‘ 하던 걸 멈추고, 사회적 관계를 맺고, 소통하고, 세상에 내가 하는 일을 알려야 하는 시기다. 내가 하는 일을 ’지나치게‘ 외부에 공개하는 삶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간절하고도 절실하게 ’내가 여기에 존재한다‘고 알리는 일이다.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독립인의 생존을 위한 일이다.
날 것의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용기를 내야 할 시점이다. 이제는 내 글을 세상과 연결해야 한다.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면, 계속 쓰기 위한 장치를 단단하고 부단히 만들어야 한다. 다양한 관점에서, 보다 넓은 시야로 ’먹고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결국 독립하여 산다는 건, 나를 살리는 생명줄 같은 소중한 인연이자 동료를 얻는 일이다. 여러 모임에 참여해 보면 느슨한 연대의 힘이 분명히 있다는 게 느껴진다. 모두가 외딴섬처럼 고립되어 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나와 비슷한 일을 하며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세상에 안정적인 직장인들을 향한 부러운 마음이 들 때면 ‘내가 이 삶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의 독립의 의미는 ‘내 속도대로 살고 싶어서’다. 건강을 이유로 퇴사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삶의 흐름을 중단하고서라도 반드시 ‘내가 오래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방황 끝에 얻은 답은 ‘쓰는 사람’으로서의 삶이다.
나의 삶을 무엇으로 채워 가고 싶은지 묻는다면, ‘내가 되고 싶은 모습에 얼마나 가까운가’라는 대답으로 귀결된다. 결국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에 대한 것이다. 나는 내가 되고 싶은 모습에 가까워지기 위해 어떠한 삶의 기록을 남겨야 하는지, ’나는 왜 쓰는지‘ 그리고 글을 통해 ’내가 무엇을 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그려보아야 한다.
“전문성은 바로 ’위치적 개성‘ 혹은 ’조합적 고유성‘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하나의 ’전문 분야‘에 집착하기보다는, 내가 나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자연스럽게 섞으며 확장하는 것이다. 특히 작가로서는, 그의 모든 것이 조합된 상태가 그의 ’스타일‘이자 ’고유성‘이 된다.”_p.102
책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는지 모르겠다. 느슨하고 시들해질 때마다 정신을 번뜩 차리게 해 줄 책이다. 단순히 이곳에 글 쓰는 하나의 방법만으로 시작했지만, 확장을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알려준 고마운 책이다. 더 주체적으로 더 열심히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시간이 많아졌다고 나태하게 살아서는 안된다는 것, 뭐든 일단 닥치는 대로 해보아야 한다는 ’독립인으로서의 태도‘를 이 책을 통해 배웠다. 이미 독립했지만 글쓰기로 살아가는 법을 찾고 있는 사람들, 글 쓰며 독립하는 삶을 계획하고 있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