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인간

시들해진 루틴에 활력을 불어넣기

by 스틸노트


내겐 여러 달, 여러 해 동안 이어오는 취미 생활이자 루틴이 있다. 모닝페이지, 성경 통독, 불렛저널 기록, 독서, 필사, 영감 기록, 사진 인화해서 앨범에 정리하기, 식물 기르기, 요리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나의 취미 생활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취미가 루틴으로 어느 정도 자리 잡고 나면 재미가 없고 시들해진다는 점이다. 좋아하기 때문에 매일 하고 싶어 져 시간을 고정해 두거나 편한 방법대로 이어왔다. 처음 시작할 때는 ‘꾸준한 습관 만들기‘가 목적이었으니 가장 쉽고 부담 없는 방법으로 시작했던 게, 목적을 달성하자 금방 시시해져 버린 것이다.


’습관으로 만들려면 66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는 오래도록 꾸준히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세 달 정도는 꼭 해보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한 달 만에 포기하는 것도 있고, 몇 달 쉬었다가 다시 마음먹고 시작하는 것도 있었다. 여러 번 반복한 끝에 자리 잡힌 습관은 매일 양치를 하는 것처럼 꾸준히 하게 된다. 그래서 내게 ’습관 만들기‘ 자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습관을 ‘오래도록 즐겁게‘ 이어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매일 같은 음식을 먹으면 질리기 때문에 식단마다 다른 음식을 먹는 것처럼, 습관에도 ’변주‘가 필요하다.


매일 쓰는 모닝페이지를 다른 색의 펜으로 써 보고, 몰입도를 올리기 위해 20분짜리 타이머를 켜 본다. 성경 읽기의 핵심은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서 묵상하며 숨은 뜻을 알고자 하는 것이다. 반복해서 읽고 시간을 두고 좀 더 깊이 머무르며 지혜를 구하는 기도를 한다. 좋은 글귀를 쓰기만 하는 필사에서 나아가 생각을 적고 기록 방법을 달리 해본다. 더 나아가 거기서 얻은 생각들을 나만의 글 한 편으로 완성해 본다. 화분의 분갈이를 배우고, 나만의 수납정리 루틴을 만들고,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는 것. 모든 분야에 변주를 줄 수 있다.


아이가 퍼즐을 시작하던 순간을 떠올려 본다. 처음엔 3조각 퍼즐을 맞추는 것도 어려워했지만, 익숙해지면 10초만에 맞추고 돌아서서 다른 장난감을 찾는다. 이때 한 단계 수준을 올려 4조각, 그다음엔 5조각, 10조각 퍼즐을 제공해 주면 다시 흥미를 되찾는다. 조금 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면서 성취와 재미를 느낀 아이는 퍼즐을 계속해서 좋아하게 된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방법


아마도 그건, 아이가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퍼즐을 완성하며 느꼈던 것처럼 ‘성취와 재미’를 통해 가능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루틴에 시들해졌다는 건, ‘변화와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신호였을지 모른다. 변주를 주고 시시해진 수준을 한 단계 높여보라는 신호.


그래서 한 주를 시작하는 오늘은 2시간 동안 카페에 앉아 불렛저널을 세팅했다. 열정적으로 시작했던 올 초와 다르게, 하루를 칭찬하는 일기로 겨우 이어오던 루틴이었다. 요즘 집중하고 싶은 주제를 정해서 컬렉션 4개를 만들고, 데일리로그에 폼을 입혔다. 완성하니 꽤나 그럴듯하게 노트가 채워졌다. 다시 삶을 통제하는 감각이 돌아오고 있는 듯했다.


‘불렛저널은 이런 성취감과 재미에 시작했었지.’ 생각하며, 다음 변주는 사두기만 하고 미뤄두었던 육아용 불렛저널을 세팅해보려고 한다. 불렛저널 레퍼런스를 찾아보며 레이아웃도 바꿔보고, 새로운 주제도 떠올려 본다. 8월부터 멈추었던 사진 정리도 시작하고, 독서 기록 방법에 대해서 찾아본다. 어떤 날엔 식물의 이파리를 수건으로 닦아주고, 식단 구성도 바꾸어 보며 처음 습관을 만들 때처럼 서서히 작은 변주를 주기로 한다.


재미와 감동이 피어오르고 있다.

일상은 도약하는 것으로도 아름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