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게 많아진 계절에 생기는 마음들

흔들림 속에서도 계속 살아가는 마음에 대하여

by 스틸노트


요즘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아지면서 마음이 조금 어지럽다.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삶에 무언가를 더하고 싶은 의지가 생긴다.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이면서, 글쓰기로 세상을 더 섬세하게 들여다보게 되니 여백이 보이면 그 공간을 좋은 것들로 채우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다. 대청소를 끝내고 난 뒤 텅 빈자리를 바라보다 예쁜 화분을 하나 놓고 싶은 것처럼.


욕심과 의욕의 경계를 오가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확장의 흐름이 조금은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불쑥 떠오르는 수많은 하고 싶은 일들은 집중을 흐트러뜨린다. 그럴수록 감성은 바닥으로 내려앉고, 글을 쓰는 게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의 어떤 진심을 보게 되었다.

‘아무리 분주해도 나는 감성을 지키고 싶구나.’


오늘도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모닝리추얼을 해냈지만, 아이를 보내놓고 나니 피곤이 몰려왔다. 몸의 신호에 맞춰 아침 운동을 건너뛰고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어질러진 식탁을 정리하고, 점심에 먹을 밥을 지었다. 책상 앞에 앉아 오늘의 일정을 기록하고, 여유로운 템포의 음악을 틀었다. 향 좋은 커피 한 잔과 가볍게 읽을 책을 들고 포근한 소파에 몸을 기댔다. 커피 향기가 거실 가득 은은하게 번졌다.


창밖의 하늘을 멍하니 5분쯤 바라보았다. 그러다 책장을 펼쳐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경직되어 있던 몸과 마음이 풀리기 시작하고, 어느새 책 속에 스며들었다. 30분 정도 몰입하고 나니 떠오르는 생각들이 고요하게 차오르기 시작했다.


사라졌던 감성이 사소한 행동을 따라 다시 돌아오고 있음을 느꼈다. 감성이란 결국 ‘빈 틈’에서 생겨나는 것이구나. 지금의 마음을 더 선명하게 들여다보게 됐다.


육아서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에서 오은영 선생님은 말했다.

“인간은 살아있기 때문에 그다음 단계로 발전해야 해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언제나 문제가 생겨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삶은 죽은 삶이에요. 살아 있어서 그래요. 살아 있기 때문이에요.”


내가 가끔 흔들리며 복잡해지는 것도, 하고 싶은 일들이 끝없이 밀려오는 것도, 결국 살아 있기 때문에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러니 흔들릴 때면 그저 ‘아, 내가 살아 있어서 그렇구나.’를 떠올리면 되겠다. 지금의 혼란도 어느 순간 제자리를 찾아갈 테니, 내가 할 일은 계속 나아가되 너무 재촉하지 않는 것. 속도에 익숙해질 때까지 천천히 적응하며 기다려 주는 일이다.


나는 빠르게 확장하고 싶은 욕구와 더 고요하고 단단한 삶을 원하는 마음을 동시에 품고 있었다. 두 마음이 부딪히면서 조금 혼란스러워진 것이다. 머리가 앞서 달리다 보니, 몸과 감성이 따라가질 못했다.


글과 삶의 속도를 어느 정도 맞춰가야 한다는 게,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태도였다. 다시 글의 자리로 돌아오기 위해서, 나를 고요하게 머물게 하는 공간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건 아주 사소한 행동으로 충분했다.


겉으로 보면 산만하고 어지러워 보일지 모르지만, 내면에는 분명 더 큰 흐름이 지나고 있었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게 낯설지만, 그 속에서 조금씩 자라고 있는 나를 알아보는 일은 기쁘다.


나는 어떤 결과를 향해 달리기보다는, 과정의 온도를 느끼며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다. 가끔은 눈을 감고 배경 같은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내가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되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오늘 우연히 플레이리스트를 따라가다 만난 음악,

"Milena(밀레나) - Piano(feat. Yun Seok Cheol)", 그리고 이 곡이 담긴 앨범, <Where to Begin>을 들으며, 좋아하는 감성을 다시 마주한 기쁨에 잠시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