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기상, 일주일 회고

by 스틸노트


새벽 기상을 시작한 지 일주일 째다. 알람을 맞춰 두긴 하지만 5~6시 사이면 눈이 떠진다. 어떤 날은 바로 일어나고, 어떤 날은 세 번쯤 알람을 미루다 겨우 이불 밖을 나선다. 새벽 공기로 차가워진 거실 바닥에 발을 디디는 순간, 정신이 맑아진다. 따뜻한 물 한 잔을 들고 서재로 향하면 그때부터 나의 하루는 시작된다.


하고 싶었던 일을 새벽 시간에 실컷 끼워 넣고 싶었지만, 역시나 변수는 있었다. 함께 자던 아이가 엄마가 없어진 걸 느끼면 자기 몸만 한 애착인형을 팔 한쪽에 끼고 서재까지 찾아온다. 그러면 다시 안방으로 데려가 재우고 잠든 걸 확인한 뒤 다시 서재로 돌아오는 과정을 두 번쯤 반복한다.


흐름이 끊기더라도 아이가 다시 잠든 후 생기는 귀한 시간을 포기하기 어렵다. 완전히 깨버리면 그대로 달콤한 새벽은 사라져 버리니까. 그럼에도 피곤함을 이겨내고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나 자신이 기특하고 대견해진다.


시작하는 단계에선 언제나 그렇듯, 예상치 못한 일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은 배움들을 잠들기 전 회고 노트에 기록해 둔다. 새벽을 온전히 나만의 시간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와 고민들을 지속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분명 더 나아질 거라 믿는다.


다행히 나는 원래 아침형 인간이다. 새벽에 일어나는 건 어렵지 않다. 문제는 ‘시간을 보장받는 일’이다. 아이는 생체 리듬대로 45~50분 간격으로 잠에서 깨고, 사이클이 끝날 때마다 엄마가 있는지 확인한다. 옆에 엄마가 없으면 더 자주 깬다. 아이의 리듬을 바꿀 수 없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 새벽 기상으로 생긴 빈자리에 아이가 조금씩 익숙해지도록 돕는 것이다.


이번 주는 거리를 점진적으로 조절하는 게 목표다. 내가 새벽 시간을 주로 보내는 서재는 아이가 자는 안방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아이는 물리적인 거리가 곧 심리적 거리라고 느낀다. 엄마가 멀리 있으면 불안해진다. 아이의 안정감을 유지하면서 나의 자율시간도 확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처음 1~2주는 안방과 가까운 거실이나 식탁으로 자리를 옮겨보기로 했다. 전날 미리 아이에게 엄마가 아침에 잠깐 나가서 글을 쓰고 있을 거라는 걸 말해두는 것도 필요하다. 익숙해지면 점점 자리를 안방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옮겨갈 생각이다.


지금 당장 내가 원하는 공간에서 고요한 새벽을 보내고 싶지만, 이 시간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려면 아이의 협조가 필요하다. 그래서 한 달 정도는 적응기를 갖기로 했다. 서로에게 무리 없이 리듬을 만드는 시간으로.


새벽은 일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나에게 에너지를 채워 넣는 시간이다. 채우지 않아도 하루는 굴러가겠지만, 에너지를 가득 채운 상태에서 시작하는 하루는 훨씬 오래, 단단하게 버틴다.


아이 하원 후 저녁을 준비하고 나면 남은 에너지가 거의 없어 예민해질 때도 많다. 하지만 아침에 충분히 채워둔 날은 다르다. 저녁에도 웃을 힘이 남아 있고, 아이를 조금 더 기다려줄 여유가 생긴다. 이런 변화들을 겪다 보면 새벽 시간이 더욱 기다려진다.


짧은 시간에 읽은 문장 하나도 온종일 마음에 남는다. 그래서 요즘은 집중하고 싶은 주제의 책을 새벽에 펼친다. 훈육이 고민인 날엔 육아서를, 깊고 잠잠히 숨고르고 싶은 날엔 신앙 서적을, 기록이 밀린 날엔 천천히 하루를 돌아본다. 오늘의 계획을 몇 줄 적어보기도 한다.


아직은 단편집 같은 짧은 시간 조각들의 모음이지만, 그마저도 감사하다. 모닝 리추얼을 완성하고, 10분 일찍 외출 준비를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작은 변화들이 쌓여가고 있는 게 좋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오늘도 충분히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