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는 인연들, 곁에 두고 싶은 사람들

by 스틸노트


진심을 다한다고 해서 언제나 통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다 내어 준다고 해서 모두가 그 마음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닌 것이다.


어쩌면 나는 한 번 믿음이 생긴 사람들에게 마음을 적당히 주는 방법을 몰라서 무게중심이 넘어간 줄도 모르고 체중을 두고 있다가 한 발짝 물러선 이로 인해 와르르 무너져 내려 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지나간 관계들을 떠올려 보면 매번 씁쓸해진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했던 서로의 노력이 남아있지 않다고 느껴서다.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들에서 애써 의미를 찾고 싶기 때문이다. 그때 당시엔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현재 내 곁에 남아있지 않다는 걸 인정하려면 시간이 걸려서다. 아마도 미련일지도 모르겠지만.


최근에 호의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의 이면을 보게 된 적이 있다. 앞에서는 웃으며 배려하는 것처럼 보이던 사람이 뒤에서는 내게 보이던 그 행동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꽤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믿었던 시간만큼 일종의 배신감도 느꼈던 것 같다. 지금껏 알지 못한 내가 바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모두 남들에게 내비치지 않는, 어쩌면 내비치고 싶지 않은 나만 아는 면모들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내가 경험한 상대의 모습만으로 그를 완전히 믿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특히나 사회에서 어떠한 이해관계로 얽힌 사이라면 더더욱. 다만,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의 유익을 취하고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의 관계를 적절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곁에 있을 땐 나름대로 최선의 호의를 베풀되 그 결과까지 통제해서는 안 된다. 지금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과 한 시절 가장 즐거운 마음을 주고받았다면, 그것으로 감사한 시절을 선물 받았다고 느끼면 족하다. 내가 잘해주었으니 당신은 영원히 나의 가까운 사람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도 지나친 욕심일 수 있는 것이다.“
_<사람을 남기는 사람>, 정지우


내 나름대로 했던 노력들은 어쩌면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상대를 다 알지 못하고, 상대는 내 것이 아닌데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는 이유로 손에 힘을 잔뜩 준 채 두 가닥의 실을 붙잡고 끝까지 매듭을 지으려고 했던 건 아닌지.


“사람은 어느 행동 하나도 무수한 마음들을 품고서 행하기 때문에 나 자신이나 타인이 100퍼센트 순수하기를 바라는 일은 불가능을 원하는 것이다. 삶에서는 반드시 이 티끌 없는 순수한 마음을 바라는 완벽주의를 버려야 하는 시점이 온다. 대신 이 불순하고도 불완전한 너와 나의 관계를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다.”
_<사람을 남기는 사람>, 정지우


순수한 마음도 완벽할 수는 없었다. 나와 같은 마음을 상대에게 바라는 것은 이기적인 마음이다. 그 사람의 마음은 그 사람의 것이다. 그걸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존중’의 문이 열린다.


스치듯 지나는 나그네 같은 삶이다. 살면서 만나는 소중한 인연들과 한 시절을 보냈음을 그저 감사해야 한다. 지금 내 곁에 남아있지 않더라도, 그저 함께 웃던 시간들 속에 우리가 함께 있었음을 기억하면 된다. 앨범처럼 기억 속에 남겨 두면 된다.


지나간 연애와 같이 인연이 끝난 후에는, 나라는 인간의 새로운 면모와 취향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사실을 적용하여 남은 나의 시간 동안 내 곁에 함께 할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나와 비슷한 마음들을 찾으러 간다.


긁혀서 생채기가 난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 새살이 차오른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시간과 마음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상처는 아물어 있을 것이다. 나의 세계를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을 곁에 두며, 그들과 긍정의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는 게 현명해 보인다.


굳이 애쓰지 말되, 곁에 두고 싶은 새로운 인연과의 만남을 기대하는 마음은 언제나 열어두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