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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 Apr 22. 2023

[토론하는 밤길] 정지아 <아버지의 해방일지> 리뷰

샛별BOOK연구소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창비, 2022. 268쪽 분량. 




구례가 고향인 아버지 고상욱은 빨치산이다. '빨치산'은   6·25 전쟁 전후 전라북도 순창군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공산 게릴라를 일컫는 말이다. 아버지는 1948년 겨울부터 1952년 봄까지 빨치산으로 살았다. 당시 곡성군당위원장이었다.이런 이유로 그는 감옥생활을 하고 1980년 8월 15일 출소한다. 아버지가 빨치산이었다는 사실로 온 집안에 어둠이 내려앉는다. 아들이 빨치산이었다는 이유로 그의 아버지는 총살을 당했고, 이를 목격한 남동생은 말을 잃는다. 사촌들은 빨갱이 작은 아버지를 둔 덕에 신원조회에 걸려 앞날에 걸림돌이 된다. 


빨치산의 딸 고아리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그녀는 82세의 나이로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쓰러진 후 노동절 새벽에 떠난 아버지를 추모한다. 지긋지긋했던 빨갱이의 딸이라는 딱지를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며 떼어버리려 하지만 뜻대로 안 된다. 문상 온 사람들이 아버지와의 인연을 더 끈질기게 만든다. 과연 빨치산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딸은 문상온 손님들을 관찰하면서 아버지라는 '고상욱'의 실체를 본다. 


비극적 현대사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가족과 엉킨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아버지는 떠났다. 장례식장에서 우왕좌왕하며 얽히고설킨 사연들을 딸 아리가 조금씩 풀어본다. 아버지를 문상 온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아리는 비로소 아버지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딸은 전라도 사투리를 질퍽하게 쓰며 찾아오는 문상객들 한 분 한 분과 맞절을 하며 그들의 입장이 되어본다.     


아버지를 문상 온 손님들은 박한우 선생, 학수, 박동식, 황사장, 실비집 주인, 길수오빠, 반내골 사촌언니들, 떡집 언니, 장영자, 지팡이를 든 절름발이 노인, 빨치산 동지들, 윤학수, 담배친구, 소선생의 장남, 그리고 작은 아버지 등이다. 그들이 말해주는 아버지의 삶을 들으며 딸은 아버지의 생을 다시금 정리해본다. 빨치산의 이름표를 달고 사는 나날은 어땠을까.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공산당 선언>을 읽고 산에 들어가 동지들과 지키고자 했던 '이념'은 무엇이었을까. 신념을 지키고자 가족을 희생한 아버지를 더듬어 보며 딸 아리는 그의 죽음 앞에 그의 생을 다시 소환한다.   


등장인물

주인공- 고아리. 빨치산의 딸. 

아버지-고상욱. 사회주의자. 군당위원장. 감옥생활 20년. 초짜 농부. <공산당 선언>을 읽고 사회주의자가 됨. 현실주의자. 국졸. 고문으로 사시.  82세 노동절 새벽에 세상을 떠남. 

어머니- 척추협착증을 앓는 중. 마흔에 딸을 낳음. 

작은아버지-고상호. 

떡집언니-엄마친구 딸

박한우 선생 -중앙국민학교 35회 졸업생. 아버지와 동창. 조선일보 구독. 서울서 고등학교 다니다 학도병에 끌려간 후 군에 말뚝을 박은 후 교련선생. 

학수-손해사정인, 생태탕

박동식-자칭 오라버니. 한때 씨름선수. 아버지와 민노당 지부를 만듦. 

황사장-장례식장 주인 

노파- 삼오당 옆 실비집 주인. 

길수오빠- 큰집 오빠

반내골 사촌언니들 -큰집 큰언니. 

구례에서 떡집 하는 언니- 어머니 동료의 딸.  지금은 장례식 식당 담당자. 

오십 대 장영자- 장씨 집 맏이. 신발공장 취직. 전대병원 내과 의사에게 부탁해 암내 수술. 

지팡이를 든 절름발이 노인-베트남 참전.  형이 빨치산. 

오거리 슈퍼 손녀- 베트남 어머니를 둔 담배 친구 

아버지 동지들-스무 명 남짓 늙은 혁명전사들. 전직 빨치산. 

윤학수 -주인공 동문. 지역사회연구소 여순사건실태조사. 

작은 상욱이, 김상욱 씨 

소선생의 장남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어요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죽었다는 첫문장에 대해

-유머, 코미디, 아이러니라는 단어, 부조리, 이방인의 어휘 사용에 대해

-아버지의 모든 행동과 아이러니의 관계에 대해

-여인을 데려와서 밥을 먹이고 잠을 재워주는 아버지에 대해

-아버지의 사상에 대해.

-이념 갈등에 대해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해

-부르조와 vs 프롤레타리아의 차이에 대해

-민중이 마늘 반접 따위를 훔치지 않고, 배곯지 않는 세상/ 이런 세상을 만들어 주는 것. 

-유물론에 대해(물질을 제1차적/근본적인 실재로 생각하고, 마음이나 정신을 부차적/파생적인 것으로 보는 철학설)



별점 및 읽은 소감 

4.7-- 심각하고, 불행한 소재를 경쾌하게 풀었다.  같이 막 즐거워하면서 읽고, 작가가 독자의 심정을 짚어내는 부분도 시원했다. 딸이 부르는 사모곡. 퍼즐로 완성한 아버지 초상같다. 아버지의 인연들을 만나면서 완성된 구성이 좋다. 


4.8--가독성이 좋은데 속도가 막 나가지는 않았다. 등장인물, 사투리, 에피소드 등을 즐기면서 읽을 수 있었다. "아버지가 오죽하면 그랬었니"는 앞으로 나의 좌우명이 될 거 같다. 


4.0--딸이 아버지를  너무 좋아하는 게 느껴졌고, 아버지의 인생이 보여졌다. 소설에서 한 사람의 삶이 보였고. 그래서 어떻게 사시려고요???? 이념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아버지를 저말 사랑하고 있구나. 


4.8-- 무거운 소재지만 강력한 첫문장이 좋았다. 웃긴데 슬픈 구조다. 장례식 장에 그 많은 사람들과 관계들을 보는것도 흥미진진했다.


4.8--정지아 작가의 아버지가 소설을 읽었다면, 좋아했하셨겠다. 이념에 대한 피해자였음에도 끝까지 좋은 사회를 만들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장례식은 아버지의 삶을 완성시켜주는 공간이 되었다.


4.0--이념보다 한 인간의 신념을 봤다. 이념을 가진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냉철하고 합리적으로 그리기 쉬운데, 아버지는 그렇지 못했다. 


4.7-- 정지아는알면 알수록 굉장한 작가다. 반공교육, 교련수업을 받고 자란 세대로 빨치산에 대한 그릇된 개념이 있었다. 우리가 믿었던 이데올로기는 그토록 허망한 것인가? 오도된 것인가? 가족들의 잔인한 수난사를 보며 이념에 대해 생각했다.


 4.5-- 여순사건 동영상을 봤는데 더 잔혹했다. 10년 전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면서 봤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소설도 장례식장에서 친인척들이 모여 밤을 새는 상황들이 인상적이다.




토론 소감



-여운이 남는 책이었고, 토론하면서 잘 살아야겠다고 느꼈다.

-아버지는 이념주의자는 아니었던 거 같다. 그것이 무너졌고, 깨달은 후 좀더 인간애를 실천하며 살았다. 

-누구나 환경, 시대적 배경이 다르게 주어지는 거 같다. 아버지의 삶을 보면서 지금과는 괴리감이 있지만 지혜롭게 살아야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된다. 자기 중심적인 이런 세태가 처연하다. 민중. 인간의 도리를 해야하지 않을까

-빨치산은 아직 끝난게 아니다. 우린 아직 남북으로 이념의 문제를 남겨놓고 있다. 

-어머님에 모습이 신념이 따라현실에 살아야 하고, 어머님 모습이 좋았다. 따뜻했던 부분이다.    

-화장터에서 엄마가 했던 말에 엥 뭐지? 했다. 안타까운 순간에 엄마의 대사가 기발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데, 선택하지 않는 부분도 내 인생이다. 그것도 살아내야한다.

-어느정도 신념을 지키면서 살 수 있을까.  사람을 사랑하는 거. 어렵지만... 추구하면서 살아가야겠다. 

-역사의 한 부분을 토론해서 의미있었다.

-어머니는 재밌는 분이시다. 멋있는 아버지 밑에 멋있는 딸이다. 엄마보다는 아버지를 더 닮았다고 생각든다. 

-엄마의 희생이 돋보였다. 아버지가 잘 살 수 있었던 건 어머니의 노고가 크다. 

-작은아버지를 보며 화해에 주목했다. 죽음이후의 화해는 어느정도 이뤄지지만 살아있을 때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빨치산의 멍에. 빨치산은 아버지가 선택했지만 그 선택으로 가족들의 고통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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