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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 Dec 05. 2023

김연수<이토록 평범한 미래>토론(feat.일일호일)

샛별BOOK연구소

단편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소설집, 문학동네, 2022. (250쪽 분량) 



이번 토론에서는 이 문장이 마음에 콕 박혔다. "엄마도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상상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p.34)


  이 말은 화자의 외삼촌이 지민에게 하는 말이다. 자살한 사람에게 하고 싶은 남은 자의 바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나 이런 말을 뱉을 순 없다. 자살한 사람들에게 그때 조금만 참았으면 어땠을까라는 말을 할 수는 없다. 다만, 엄마를 잃은 지영현의 딸. 지민만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엄마, 그때 조금 참아보지 그랬냐고. 나를 두고 어떻게 떠났냐고, 엄마를 이해해 보려는데 잘 안된다고, 엄마 없는 삶을 살아가기가 힘들었다고. 그래서 나도 늘 죽고 싶었다고. 이제 스무 살이 넘었으니 엄마를 따라 나도 죽으려 한다고. 지민이 외침이 들리는 것 같다. 


 

 1999년 대학교 2학년인 지영현의 딸 지민은 자살을 계획한다. 그러다 화자를 만난다. 지민을 짝사랑했던 화자는 종말에 관심이 많다. 화자는 지민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지민은 자신은 죽을 예정인데 그래도 날 좋아할 거냐고. 둘은 동반자살을 하기로 결정하고 교보문고 근처에서 편집자로 일하는 외삼촌을 찾아간다. 


  지민은 마지막으로 엄마의 책 <재와 먼지>를 알고 있을법한 사람을 만나보기로 했다. 이러한 사정을 들은 외삼촌은 아무 말 없이 지민과 조카를 데리고 고깃집으로 향한다. 외삼촌은 이 상황을 진지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였지만 내색 없이 최선을 다해 지민의 마음을 보듬어준다. 외삼촌의 말들과 행동이 지민의 결정을 돌려놓을 수 있었을까. 꽃다운 청춘들이 동반자살을 하겠다는 말을 하는 상황을 앞에 두고 마흔이 넘은 외삼촌이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다. 


  살면서 어떤 우연한 만남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 지민과 화자가 외삼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둘은 어떻게 되었을까. 정말 동반자살을 했을까. 6개월 동안 짝사랑했던 여자였으니 화자도 따라갔을 가능성이 크다. 필연이든 우연이든 외삼촌은 지민의 엄마가 쓴 책 <재와 먼지>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고기를 구워주면서 최선을 다해 평범한 미래에 대해 말해준다. 미래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핑크빛도 검은빛도 아닐 수 있다고. 미래는 그냥 평범하다고. 미래가 행복할 것이라는 상상은 잘못된 관념일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삶을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말이다. 


  외삼촌은 말한다. '사람들은 인생이 괴로움의 바다라고 말하지만, 우리 존재의 기본값은 행복이다. 우리 인생은 행복의 바다다. 이 바다에 파도가 일면 그 모습이 가려진다. 파도는 바다에서 비롯되지만 바다가 아니며, 결국에는 바다를 가린다. 마찬가지로 언어는 현실에서 비롯되지만 현실이 아니며, 결국에는 현실을 가린다.'(p.18)


  외삼촌의 주장에 의하면 인생의 기본값은 행복이란다. 행복은 태어나는 순간 기본값으로 정해졌다. 행복하고 싶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 이미 기본값으로 행복을 깔고 가니까. 행복할래, 행복해지고 싶어 등의 말은 맞지 않는 것이다. 행복이라는 말은 추상적이다. 어떤 상태가 어떤 감정이 행복한지 정확하지 않다. 우리는 행복의 상태를 모르면서 그냥 행복하기 위해 관념을 쫓아간다. 그래서 행복하다고 말했는데 불안해지는 감정, 행복이라는 말은 실제 행복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대신한 언어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니 불행이라는 말도 언어에 불과하다. 


  행복은 이미 바다의 물처럼 우리 인생에 밑바탕. 전제조건이다. 그래서 김연수는 '우리 인생은 행복의 바다다' 기본값으로 주어진 행복! 인간의 조건 중에 이미 행복의 값이 매겨져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너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잠깐 바람이 불어 바다를 일렁이게 하겠지만 곧 바람이 멈추면 바다는 다시 잔잔해진다. 파도도 바다의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행복도 잠깐 바람이 불어 다른 모습인 불행으로 보이겠지만 우리의 기본값은 행복이니 잠시만 기다려보자고. 이런 상황을 알고 미래를 기다리면 우리는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맞을 수 있다고...



푹푹 쪘던 여름을 보내고 단감이 주렁주렁 열렸다. 감나무는 자신의 미래가 이토록 풍성할 것을 알았을까.

평범한 어느 오후. 우리는 평범한 미래를 행복하게 토론했다. 고마운 샘들~ 



건강책방 '일일호일' 에서 김연수 작가님의 문장을 분석하고 이른 저녁을 먹고~~ 용산역까지 걸어갔던 이토록 평범한 하루.  



행복은 기본값이다. 그러니 우리는 모든 순간을 행복하다고 느껴도 되는 것이다. 잠깐잠깐 파도(슬픔)가 오겠지만 행복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바다에 파도가 인다고 바다가 사라지지 않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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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나눌 수 있다는 이토록 평범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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