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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 Oct 08. 2024

[샛별배송]1일 1칼럼 읽기 '[서울 말고] 여름 바다

샛별BOOK연구소 


  [샛별배송] 1일 1칼럼 읽기 17기를 진행 중입니다. 7월 15일 11일차 칼럼은 한겨레 [서울 말고] '여름 바다'를 배송했습니다. 칼럼을 쓰신 이고운(부산MBC) 피디님은 도시에도 제철이 있는데 부산 제철은 여름 바다이지 않을까 썼네요. 구독자 님들께서 여름 바다에 관련된 단상을 시원하게 써주셨습니다. 내 인생 바다 한 컷! 샘들만의 나의 제철 바다 풍경을 고스란히 적어주셨습니다. 열심히 칼럼 읽고, 단상 쓰고, 필사하는 [1일 1칼럼 읽기] 구독자님~~ 늘 고맙습니다. ♥ 필사와 단상 실어봅니다. 



■11일차(7/15 월) 1일 1칼럼 읽기 


여름 바다 [서울 말고] - 


긴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나의 여름 바다는 정확히 언제였는지 기억나지도 않는 그해 여름에 있다. 찌는 더위 속에서도 전해지던 바닷물의 시원함, 파도 소리와 뒤섞인 우리들의 웃음소리, 바닷바람을 타고 번지던 모기향 냄새와 노곤하게 밀려들던 졸음 같은 것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거무죽죽한 하늘이 계속돼 몸과 마음이 가라앉는 요즘엔,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는 제철 바다의 풍경을 자주 꺼내어 본다.






나의 '제철 바다'를 소개해 주세요. 



어제 두 달 만에 동해 바다를 보러 갔다. 가끔 비가 내려서 그런지 시원하고 좋았다. 20년 가까이 연극인 해물탕 집에 가서 맛나게 점심을 먹고 두 아들의 최애 간식인 '만석닭강정'도 샀다. 일부러 갈 때는 미시령으로, 돌아올 때는 한계령으로 그림 같은 경치를 눈에 담고 온다. 바닷가는 해수욕을 슬리는 사람들을 즐거워 보였다. 바다는 내게 인상을 벗어난 쉼표 같다. (OOO 구독자)


출처: iStock



처음 직장 휴가는 친정 엄마와 함께 했다. 평생을 농사만 짓던 분, 같은 도 내에 있는 변산 해수욕장을 모시고 갔다. 60여 년 만에 처음 가본 해수욕장, 검정 수영복이 낯설어서인지 엄마는 무척이나 쑥스러워하셨고 어색해했다. 바닷가 모래사장엔 자동차 타이어 바퀴 같은 커다란 검은 튜브가 즐비했다. 이것을 빌려 손으로 꼭 붙잡고 매달려 물놀이를 신나게 했다. 출렁이는 파도 리듬 따라 파도타기를 즐겨 하신 엄마, 철썩 소리에 맞춰 얼쑤얼쑤 장단 맞추어가며 어린아이처럼 순박하게 놀던 엄마와 추억이 새롭다. 몸이 지칠 때면 파라솔 아래 들어가 모래찜도 하고 긴 장대를 어깨에 메고 해변가를 돌아다니며 팔던 상인들의 망개떡이 그렇게 맛있었다. 방금이라도 손에 잡힐듯한 풍경이 어제 일로 하룻밤 꿈을 꾼 것 같다.   (OOO 구독자)



우리 가족은 바다보다는 강이나 계곡으로 휴가를 갔다. 특히 강원도 내리천이나 주천강 쪽이었는데 어느 해에는 소금강 주변에 있는 자동차 캠핑장에 갔었다. 계곡에서 떨어지는 물이 고여 선녀들이 목욕하고 가는 곳은 옥빛이었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놀았고 나는 텐트에서 남편은 아이들과 물놀이를 즐겼다. 출출하면 돌아와 돌판에 삼겹살을 구워 먹고, 비가 오면 수세비도 해 먹었다. 이제는 성인이 된 아이들이 자기들은 왜 바다로 휴가를 가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때는 바다보다는 계곡과 강이 좋아 그랬다고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나는 그늘이 없는 해수욕장보다는 그늘이 많고 한여름에도 추워 외투를 걸쳐야 하는 숲속이 난 여전히 좋다. 바다는 그냥 바라보고 가끔 겨울 바닷가를 거니는 것을 좋아할 뿐.  (OOO 구독자)



부모님은 여름이면 사 남매를 데리고 바닷가를 갔습니다. 서울에서 경포대 혹은 서울에서 대천…. 오래전 고속버스를 타고 자다 깨다 멀미를 참으며… 바닷가 가는 길이 참 멀었지만 도착해서 바라본 바다는 도시의 아이들에게 엄청나게 광활하고 시원한 세계였습니다. 파도와 물장난을 하고 모래를 파내고 바닷물을 모래에 가두고 성을 쌓고 모래사장에 온갖 낙서를 하고… 파도가 삼켜버려 사라지면 ‘수박 먹어라!’라고 부르던 엄마의 목소리가 쟁쟁하게 울려 퍼지곤 하던 기억들... 바다 앞에 서면 파도처럼 이런 기억들이 밀려와서 자주 바다로 달려가게 되는가 봅니다.  (OOO 구독자)



20대 중반이 된 딸이 유아기 때 매년 여름마다 대천해수욕장을 찾았다. 해수욕장 근처 한화콘도에 머물렀다. 대천에 특별한 연고는 없었지만 그곳이 좋았다. 물이 얕아서 세 식구가 물놀이하기 적당했다. 당시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머드팩 축제를 경험하는 것도 큰 기쁨이었다. 석양의 노을을 바라보며 해변가 조개구잇집에서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먹었던 추억이 떠오른다. 벌써 20여 년 전의 일이다. 돌아가고 싶다. 그때 나는 꿈이 있었고 젊었다.  (OOO 구독자)



강원도의 맑은 하늘과 푸른 바다. 바다를 거닐면 금방 숙소에 도착하고 또 잠깐 자고 나와서 놀거나 밤바람을 쐬기도 했다. 숙소와 바다가 가까워서 좋았지만 늦게까지 바다에 남아있는 이들로 인해 조용히 잠들기 어려웠다. 뜨거운 햇볕과 시원한 바람이 있던 그 해 여름이 다시 생각난다.  (OOO 구독자)




여름 바다를 떠올리면 작년 이맘때쯤, 친구들과 부산 여행을 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예전에는 해운대가 핫플이었는데 이제는 광안리가 핫플이라고 하여 광안리로 발걸음을 향했다 광복절 기념으로 광안리에서 드론쇼를 해줬는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너무 아름다웠다.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노느라고 잠시 잊혔던 광복절, 우리의 잊힌 마음을 밝게 빛내주었다.  (OOO 구독자)



나에게 여름바다의 추억은 없다. 어쨌든 여름엔 사무실 아니면 방콕이다. 나의 바다는 오로지 겨울이다. 해마다 연말 즈음 주말을 이용해 바다로의 한 해 마무리 행사를. 두 시간여를 달리면 대천해수욕장이 있다. 예전엔 겨울 바다가 조용하고 쉼의 장소였는데 언젠가부터 겨울도 많은 인파로 그냥 즐기다 오는 장소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차가운 바닷가의 겨울바람은 너무 좋다. 대천의 조갯가루 같은 백사장은 맨발로 걸을 때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겨울임에도 나는 양말을 벗게 된다. 이제 시작한 여름에 어서 겨울이 오길 기다리는 나는 여름이 지독하게 무서운 사람!!  (OOO 구독자)




여름바다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여름휴가 연상된다. 아이들 어렸을 때는 어렵게 어렵게 숙소를 잡고  바리바리 아이스박스에 가득 넣어 강원도 동해 바닷가를 참으로 많이 갔다. 지금은 아이들도 크고 굳이 더운 여름 바다를 찾지는 않는다. (OOO 구독자)




오늘은 무언가를 기억하는 일도 기운이 없어선지 힘드네요. 생각나는 노래가 있어 공유합니다. 과거를 이렇게 기쁘게 기억하는 일도 쉽지 않은 오늘입니다.  (OOO 구독자)



젊었을 때는 여름바다를 자주 갔었다. 휴가지인 바다로 떠나는 길은 언제나 들떠있었다. 차 안에서 볼륨을 크게 틀어 놓고 떠나는 길이 막혀도 지루하지 않았다. 시원한 바닷가에서 예쁜 수영복을 입고 물놀이하는 상상만 해도 즐거웠기 때문에 길 좀 막힌다고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답답한 현실에서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여름바다가 그리워진다.  (OOO 구독자)



여름 바다에 대한 기억을 돌이켜보면  푸르고 예쁜 바다보다는 성난 바다를 더 많이 접했던 것 같다. 외가가 있는 인천으로 어릴 적 여름방학에 가족이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섬으로 배를 타고 1시간 가까이 들어갔는데 그날 밤에 태풍이 심해져서 배를 띄우지 못해 며칠을 섬에 머무르며 바라본 바다는 무서웠다.  너무 어릴 적이라 자세한 기억은 없지만 출렁이던 바다와 뱃멀미는 기억이 난다. 어른이 되어서는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갔는데 난기류로 비행기가 공항 상공에서 50분가량을 돌다가 예정보다 늦게 착륙했는데 숙소까지 가는 해안 도로 옆은 어두침침하고 안개 자욱한 바다가 두려움을 주어 운전하는 신랑과 더불어 온 가족이 정신 바짝 차리고 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동해, 서해, 남해 모두 바닷가를 즐겨 본 기억이 남아서 여름의 바닷가 추억은 가족들과 두고두고 꺼내보는 추억나누기이다.  (OOO 구독자)




내 고향 충청북도 산골... 유년 시절 바다는커녕 생선도 자반고등어나 조기정도?...ㅎㅎ바다여행을 상상하기 힘든 팍팍한 가정이었나 보네. 그러니 바다에 대한 꿈이 없어서 일런가  성장 후에도 서너 번.. 그저 뜨거웠던  기억들 파도가 무섭다는 생각들... 애들 어릴 때  다녔던 잔잔한 바다들만 기억난다. 남편의 안경을 파도에 빼앗기고 선글라스 끼고  캄캄한 밤을 달렸던 공포의  기억. 이제 보니  낭만이라곤 없는 바다와의 추억이로군~ 대신 난 산을 무지무지무지 좋아한다. 연둣빛 초록을 보면 가슴이 설렐 정도  그래서 주변이 초록빛 계곡엔  많이 다녔는데... 쩝~�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한여름, 선글라스를 끼고 해변 모래에 몸을 느긋하게 누인다. 얼굴 전체를 가린 챙 모자 아래에서 눈을 살며시 감고 귓가에 들려오는  파도 소리를 듣는다. 저 멀리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활기찬 음성은 여름 바다의 경쾌함을 전해준다. 살갗에 닿는 바닷바람은 피부의 뜨거운 열기를 기분 좋게 실어간다. 코끝에 파도처럼 밀려오는 짭조름한 바다 향기를 맡으며 이따 먹을 시원한 수박 한 조각을 떠올려본다. 그밖에 새하얀 파도의 포말, 그 위로 날아오르는 자유로운 새,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 바다로 갈 수 없는 지금, 방구석에서나마 제철 여름 바다의 감각들을 떠올려본다.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름 바다는 어린 시절 엄마 친구 가족들과 함께 갔던 여름 피서지였다. 동해바다인 건 분명하나 바다를 본 기억보다 그 안에서 느꼈던 느긋함들이 몸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어떤 제약도 의무도 없이 자유롭게 뒹굴거림이 허락된 그 공간이 어린 나에게도 굉장히 필요했던 모양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아빠는 봉고차에 옥수수, 복숭아, 자두, 참외 등등의 과일과 간식들을 한가득 실었다. 그걸 보고 아빠의 오지랖이 발동했구나 싶었는데 정말로 남김없이 싹 다 먹어버렸으니. 틈만 나면 먹고 틈만 나면 자고 뒹굴거렸던 시간들이었던 게 분명하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서울에 올라온 나는 살이 오를 대로 올라서 친구들이 몰라볼 정도였다. 바다는 그렇게 자연스레 여유의 공간으로 나를 순간 이동시켜주는 마법과도 같은 공간이다.


  오늘도 무더워서 그늘 없이는 걷기가 힘들다. 그래도 그늘 없는 곳을 만날 때  추운 겨울을 생각하면 여름은 더워야 제맛이지 싶어 잠시라도 태양을 최대한 몸에 저장해두고 싶어진다. 시원한 수박 한쪽 잘라먹고, 노란 참외 껍질 벗겨 한입 베어 물면 과일 향이 입안에 가득 고여 여름을 느낀다. 이런 제철 여름 과일처럼 제철 여름 바다는 나에게 어떤 특유의 여유와 명랑함을 선물해 준다.  (OOO 구독자)




필사하신 구독자 님들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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