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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한결 Dec 28. 2024

글을 시작하며

나의 대학원 생활 이야기

1989년, 부산대학교 전자계산학과에 입학

농업이 주업이던 김해에서도 시골 깡촌에서 태어난 나는 작은 김해라는 지역에서 살다가, 1989년 직할시인 부산에 있는 부산대학교 전자계산학과에 입학하며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아버지를 입학 후 한 달여 만에 여의고, 기숙사에서 방황하던 시절, 나는 수업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고 '데모'에 열중하던 학생이었다. 힘들게 모은 등록금을 도둑맞아 잠시 휴학하기도 했고, 그 시절에 0.0이라는 All F 학점도 받아 보기도 했고, 나중에는 All A+ 만점인 4.5도 경험했다.


군 제대 후, 대학교 졸업과 취업의 갈림길에서

군 제대 후, 졸업과 조기 취업 중 어떤 길을 선택할지 고민하던 나는 결국 대학을 졸업하기로 결심했다. 졸업을 하려니, 그동안 수업에 소홀했던 탓에 남아 있던 F 학점을 메꾸기 위해, 친구들보다 1년을 더 다니게 되었다. 그 사이, 자취방에 도둑이 들어 당시 개인 보물 1호였던 PC를 도둑맞기도 했다. 졸업을 위해 학교를 다니는 동안 ‘전 학년’이라는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1, 2, 3, 4학년의 수업을 한 학기에 모두 듣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대학원 진학, 연구실 앞의 창고에서의 생활

학부에서 졸업을 위해 노력하던 중, 학문에 대한 재미를 뒤늦게 느끼게 되었다. 비슷한 상황이었던 한 후배는 나에게 같이 유학을 같이 가자고 권유했지만, 경제적 이유로 부산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 당시 전산과 대학원은 연구원 프로젝트를 하면 등록금을 내지 않고 다닐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돌이켜 보면, 시골에서 부산으로 온 것도 큰 용기를 내었는데, 미국이나 다른 나라로 가는 것에 대한 자신감과 패기가 없었을 수 도 있었던 것 같다. 그 후배는 유학 후 나중에 유명한 대학의 교수로 부임하였다. 대학원 1학년 때, 어머니를 잃고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 학문과 엔지니어링에 몰두했고, 아직 연구실 앞의 창고에서 2년의 대부분을 살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한정된 정보 속에서의 선택

대학 선택과 대학원 진학은 사실 정보가 매우 제한적인 시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지금처럼 풍부한 정보가 인터넷이나 검색엔진, Ai 기반 서비스들로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의 선택은 주변 사람들이 주는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시골 깡촌에서는 풍부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제한된 정보 속에서 매우 가능성이 높다고 믿었던 길을 선택했던 것이었고, "정보가 힘"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의 ChatGPT나 Gemini 처럼 질문하면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는 지금의 학생들은 매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터넷, 모바일, 클라우드 시대를 지나 Ai와 Bigdata의 시대를 IT 업계에서 지나왔다. 우리 후배들이 또 다른 세상을 열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박사과정 대신 취업을 선택하다

대학원 석사 2년 뒤, 교수님께서 당연히 박사과정을 진학할 것이라는 믿음을 배신(?)하듯 취업을 선택하게 되었다. 석사과정에서 너무 힘들기도 하였고, 가난이 싫었던 나는 돈을 좀 벌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교수님께 몇년 회사 생활하고 다시 오겠다고 말씀도 드렸다. 그로부터 이십 오년 가량이 지난 지금, 나는 다양한 기업에서 경험을 쌓았다. 대기업, 유럽계 외국 기업, 미국계 외국 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 여러 직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고, 최근에 CTO로 기업을 상장시킨 경험까지 하게 되었다. 취업 후, 대략 4년 후, 교수님께서 지금의 나보다 한창 어리신 나이에  돌아가지 않으셨다면, 아마도 박사의 길로 돌아갔을 수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 시절, 그리고 지금

이제 50대 중반의 나이에 문득 대학원 시절의 기억이 떠올려본다. 당시의 기억들을 되돌아보며,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때 나와 비슷한 처지에서 고군분투하며,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이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용기를 내어 나와 함께했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풀어보기로 결심했다.


또래의 교수님들께 듣는 이야기는 내가 대학원을 다닌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꼰대"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IT 업계에서 전자계산학과이지만 정말 특별한 석사 생활을 하며 경험한 그 시절 이야기를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그 경험들이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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