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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환에게 홀려서(2)

by 신화창조

일약

영웅이 되어서 귀국한 홍수환 선수는

어머니와 함께 서울 시내를 카퍼레이드하고

대통령도 만나기도 했대요.

정말

열렬하고 대단한 환영이었어요.


그 장면은 고스란히 생중계되었는데

수경사 정복 차림으로 경례하는 우리의 홍 선수가 얼마나 멋있던지.

홍수환5.jpg

홍수환 선수

그 시절 모든 아이들의 우상이 되었지요.

중학교 1학년이었던 저에게도 우상이 되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고요.


그런데

홍 선수의 귀국 인터뷰에서 아주 중요한 말이 나왔어요.


권투를 제 나이 열넷에 시작했다고 말하는데

그 말이 쾅하고

비수처럼 내 가슴에 꽂히더라고요.


‘권투를 해야겠다. 홍 선수처럼 열네 살에. 딱 좋은 나이야. 똑같이.’


바람이 나버린 거예요!


그런데 문제가 있더라고요.

체육관에 다녀야 하는데 돈이 없잖아요.

어머니께 말씀드렸다가는 야단만 잔뜩 맞고 끝날 것이고.


‘어쩌지?’


잠깐 고민했어요. 그런데.


한 친구가 말했어요.

우리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거예요.

신문을 돌리면 된다고 했어요.

어른만큼은 받을 수 없지만 그래도 일은 시켜준다고요.


그 친구와 난 당장 실천으로 옮겼어요.

우리 동네에서 돌리면 들킬 가능성이 매우 높아 다른 동네 가서 돌리기로 했지요.


한 시간을 걸어서 ‘대구 매일 신문 본사’를 찾아 갔어요.

생각보다 쉽게 허락해 주더라고요.

희망1.jpg

배당량은 하루 100부였고, 석간이니까 오후에 돌리면 된다고 했어요.

애니까 조금만 주는 거래요. 어른은 500부, 이렇게도 한 대요. “우와~~~”

너무 어려서 수금은 못하니까 집어넣는 것만 하기로 했어요.

일당은 어른의 70%쯤?


매일 왕복 두 시간을 걸어 2시간쯤 돌리는 거니까

꽤 힘들었지만 미래의 챔피언이 되기 위한 운동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했어요.


“헛 둘!, 헛 둘!”


사나운 개에게 봉변도 당하고 신문 사절이라고 욕도 많이 먹었지만 어디 대수겠어요?


그렇게 꿈을 쌓아가고 있었는데,


아~~~~~~~~~~~~~!


우리 비밀 활동 정보가 새나간 거예요.

우리는 단 2주 만에 노발대발 어머니께 잡혀와 버렸어요.


며칠을 사정하고 투쟁도 해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세계 챔피언이 되겠다는 꿈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언젠가 내게 힘(?)이 생기면 다시 해보리라 굳게 결심했습니다만.

누가 알았겠어요. 제 꿈이 또 바뀔 줄은.


아마도

저는 꽤 산만한 아이였나 봐요.


희망.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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