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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앓이(2)

산책 재개

by 신화창조

양력 2월 24일.


다시 기온이 영상으로 복귀했다.

이제 이상의 맹추위는 없을 듯하다.


매년 이 무렵이 되면

가는 겨울이 봄을 시샘하여 한 번씩

있는 힘을 모아 심술을 부린다.

지난 며칠이 그랬다.

함부로 외투를 벗었던 사람들은 낭패를 봐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심해도 좋을 듯 하다.

시간은 언제나 봄의 편이다.

가볍게 겨울의 문턱을 넘을 것이다.


오랜만에 꽤 멀리까지 산책을 다녀왔다.


볼이 시리다.

아직은 어떤 봄 풍경도 보이지 않는다.

산하는 아직 검고 잎사귀는 말라 있다.


다만

푸른 하늘, 차갑지 않은 기운이 상쾌하다.

저 산 넘어 어디쯤에서 “저 여기까지 왔어요!”

봄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조용히, 은밀하게

내 옆으로 다가올 것이다.

봄1.jpg

걸을 땐,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게 좋다.

그저 늦겨울을 달래며 봄의 자리를 부탁하면 된다.


다음 주쯤엔

하늘로, 땅으로, 나뭇가지 사이로,

봄의 전령이 도착할 것이다.


아직 겨울이 다 가지 않았지만 내 마음엔 벌써 봄이 왔다.


새봄, 내 노래의 재료가 되고

긴 어둠을 쓸어갈 내 마음의 보석이 되어

첫사랑처럼 언덕 너머까지 가쁜 숨을 고르며 와있다.


그리고 이제, 내 안에서 나지막이 속삭인다.


‘봄이 왔어요. 제가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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