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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부장님(2)

by 신화창조

어제에 이어서 G 부장님 이야기를 더 해 보겠다.


사실 G 부장은 굉장히 예민한 분이셨다.

걱정이 아주 많은, 완벽주의자셨다.

그런 부분이 지나쳐서

종종 특별한 이야기가 되고 가십이 되고 유머가 되어서 그렇지

좋은 분이고 능력이 있는 분이셨다.


특이하신 분이기는 하지만 일도 잘하고 정 많은 분이셨다.

그 분 계실 때, 단 한 명도 억울하게 그만 둔 직원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비록 자를 들고 쫓아다닐지언정 직원을 함부로 자르지는 않으셨다는 말씀이다.


그분에게는 딸이 셋 있다고 했다.

워낙 줄을 맞추기를 좋아하신 나머지 저녁에 잘 때,

머리를 일렬로 맞추니 발이 튀어나오고

또 발을 맞추다 보니 머리가 튀어나와

줄을 맞추느라

밤새 잠을 못 주신다는 이야기도 있고.


아라비아 숫자 1자를 쓸 때 똑바른 걸 너무 좋아한 나머지

항상 자를 대고 쓴다는 말도 있었다.

이런 건 대체로 믿거나 말거나 썰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그 분의 노심초사를 직접 목격한 것도 있다.


출장을 다녀오시고 복귀할 때

자동차를 주차하고 차문이 제대로 잠겼나 확인하러

무려 일곱 번을 다녀오시는 걸

(우리는 그것을 G 부장의 왕복달리기라고 이름 붙였다)

나를 포함한 직원들이 3층 창문을 통해 목격을 하고

몇 번이나 가는 가, 손가락으로 세어보기도 했다.

당시 겨울에는 사무실을 경유 난로로 난방을 했는데

그 분은 항상 마지막에 당신 손으로

난로를 끄고 퇴근해야 직성이 풀리셨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항상 마지막에 퇴근하시게 되었으며.


그런데 내가 입사하고 나서부터는

부장님의 그런 루틴이 난관에 부딪치고 말았다.

회사 근처에서 하숙을 하던 나는 딱히 일찍 퇴근할 생각이 없었다.


일찍 퇴근 해봤자 반겨주는 사람이 없으니

따듯한 회사에서 최대한 놀다 가려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선배들 모두 퇴근한 회사는

나 같이 막내이자 상경 촌놈에게는

자유의 광장이 되어주니 일찍 퇴근할 이유가 있겠는가.


저녁 일곱 시가 넘어가면

본격적으로 나와 G 부장의 신경전이 시작된다.

허나

매일 판판이 내가 이길 수밖에 없었다.

가정도 없는 총각 놈에게 부장님이 어떻게 이기겠나.


나야

여차하면 회사에서 자고 출근할 기세니 부장님이 질 수밖에.


대체로 승부는 8시 30분쯤 결정이 난다.

그 때부터 5회 이상 부장님의 왕복달리기가 시작된다.


“난로 잘 끄고, 문 잘 잠그고.......”


일장의 당부 말씀을 끝낸 부장님은

매우 아쉬운 표정으로 회사를 나선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3분 간격으로 다시 돌어오셔서


“난로 잘 끄고, 문 잘 잠그고.......”


무려 대여섯 번쯤

같은 말씀을 반복을 하시고 겨우 퇴근을 하신다.


'흠~~

난로 걱정으로 제대로 잠은 주무셨을까.'


매일 있는 이 일상이 난 굉장히 재미있었다.

부장님께서 지방 발령이 날 때까지 거의 1년 동안 밤마다 반복되는 진풍경이었다.


비록 한 번도 같은 부서에서 함께 근무한 적은 없었지만

나를 무척 예뻐해 주신 G 부장님.


“너 같은 놈을 밑에 둔 너네 부장은 참 좋겠다.......”


과분한 칭찬을 많이 해 주시곤 하셨다.

많은 직원들이 당신을 어려워하고 불편해 했지만

나는

재미있고 좋았다.


꼼꼼하고 치밀함이 일을 잘하게 하는 원천인 것을

어린 마음에 어렴푸시라도 이해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의도적이든 우연이든

인생의 참고서가 되어주신 분.

많은 선배님들의 장단점을 참고하고 벤치마킹해서 길고 험한 인생을 살아냈다...


G 부장님도 그 중 한 분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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