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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부장님

by 신화창조

1986년 이야기다. 지금부터 39년 전.


나의 첫 직장 이야기.


옆 부서에 G 부장님이라고 계셨다.

나는 스물여섯 풋내기 신입 사원이었다.


그 회사는 직능 구분이 엄격해 평생 그분과 함께 일할 일은 없을 터였다.

부서는 다르지만, 통합 사무실을 쓰는 탓에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이 자연스레 노출되었다.


물론 조용히 자기 일에만 집중하면

다른 부서 사정을 알 일은 없었다.

그러나 G 부장의 부서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았다.


매일 아침, 부장님께서 직원들에게

고함치는 소리, 혼내는 소리로

알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는 구조였다.


한마디로 부장님은 살벌한 분위기를 만드는

창조자셨다.


부장님이 소리치면 덩달아 다른 부서까지

분위기가 싸아~~해지곤 했다.

모든 부서원의 표정은 힘겨움으로 역력했다.


“아흑~~ 또 시작이다.”

아직 대학생티를 못 벗은 내 눈에는

그런 상황이 무섭기보다는 그냥 웃겼다.


마치 TV 개그 프로 같았다.

혼나는 내용도 별것 아니어서

왜 그리 열을 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특히 손에 긴 자를 들고 휘두르실 때는

그냥 개그맨같이 보였다.


하지만 분위기는 늘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했고

모두가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듯했다.

부장님.jpg

그런데 어느 날,

내가 그만~


큰소리로 박장대소를 해버린 것이다.


부장님이 자를 들고 직원을 쫓고 직원은 도망을 가는 모습이…….

내가 웃음보를 못 참고 웃어버리자

전 사무실이 무너져버렸다.

전 부서 직원들이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큰~~ 사고를 친 거다.


‘큰일 났다!’


순식간에 공포 영화가 코미디 영화로 바뀌어 버렸다.

하지만 웬일인지 안 무서웠다.


당연히 불려갔겠지.


그런데 웬일!

부장님 역시 웃음기를 머금고,


“왜 웃어? 임마!”


우리는 다 같이 또 와르르 웃었다.


나를 구하러(?) 오신 우리 부장님이 G 부장님을 모시고

어딘가에 다녀오신 후,

G 부장님께서 웃으며 내게 말씀하셨다.

“너! 내가 소리칠 때, 나하고 눈 마주치지 마!”

이후, G 부장님은 더는 제대로 소리치지 못하셨다.


왜냐하면,

나와 눈을 마주치면 같이 웃어버리시니까.

공포 영화가 코미디 영화로 바뀌어 버리니까.


가끔, 그 시절이 그립다.

컴퓨터도 없고, 모든 걸 사람 손에 의지하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었다.


부장님 잘 계시려나? 살아는 계시겠지?

설마 손자 손녀들에게도 소리치지 않으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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