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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반 친구들(4)

똥 권력

by 신화창조

드디어 2학년이 되었다.

사진반 1학년은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는

배우고 혼만 나는 존재이고,

3학년은 대학입시를 위해 자연스레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야 하는 존재였다.


모든 권력(?)은 2학년에 집중되고

부서의 명예를 드높여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부여된다.

1년간 전시회도 두 번 주관해야 하며,

1학년 신입 부서원도 새로 뽑고 잘 가르쳐야 한다.

물론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는 2학년이지만,

어깨도 무거운 학년이 된 것이다.

게다가 1년 선배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물려주지 못했다.

대대로 이어오던 전시회도 못했을 정도로 아주 무책임한 존재들이었다.

그저 후배들만 괴롭히는 나쁜 형들이었을 뿐이었다.


우리가 모든 것을 재건해야 했다.

물려준 경험치가 없는 상황에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어떻게든 전시회를 치러서 후배들이 전통을 이어가게 해야 했다.

사진찍.jpg

아주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회장단이 구성되었다.


투표를 하기는 한 것 같은데 개표를 3학년끼리 해버렸으니

그 결과를 누가 믿겠는가.

교모에 모인 투표용지를 3학년끼리 옆 방 미술부에 가져가

무도하게도(?)

결과만 가지고 온 것이다.


하지만 2학년 누구도 투표 결과에 불만을 갖지는 않았다.

부담 때문에 누구도 맡고 싶지 않았으니까 나서는 아이도 없었다.

이런 방식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총대는 메어야 했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모두들 조마조마했다.


‘제발 나는 아니어야 할 텐데’


그런데…….

“ 회장 권 아무개!”

‘이런~이런 이게 뭐야~~!’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고 하늘이 노랗게 변했다.

순간, 가장 불행한 동기는 나뿐이었고

나머지 녀석들은 안도의 가슴을 쓸었다.


지지리 복도 없지.

내가 대건 사진반 6대 회장으로 호명되어 버린 것이다.


‘헉~’


요즘 애들 같으면 하네 마네 떼도 써 봤을 텐데,

47년 전, 1978년이 어디 그럴 분위기였던가.


그냥 그렇게 정해져 버렸다.

이어서 일사천리로 호명된 부회장, 암실부장.


똥 권력.


“너무 걱정하지 마라, 우리가 도와줄게!”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동기들이 미웠다.


축하보다는 위로가 난무했던 선거였다.


아~

파란만장했던 2학년이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우리들 이야기도 이제 클라이맥스로 간다.


5편에서 다시 이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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