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를 지켜준 선생님

매와 웃음 사이

1977년, 내가 고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의 이야기다. 담임선생님의 성함은 잊어버렸지만, 우리 학교 10년 선배이셨다니 아마도 20대 후반이셨을 것이다. 지리 수업을 담당하셨고, 그 시절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그러셨듯이 무서운 분이었다.

매달 월례고사가 있었는데, 전교 석차가 한 등수 떨어질 때마다 밀대 자루로 엉덩이를 한 대씩 맞았다. 한 학년이 700명 정도였으니, 전교 1등이 아니고서는 그 매를 피할 수 없었다. 성적 발표 날이면, 우리가 맞는 소리가 복도 끝 다른 반까지 퍼졌고, 다른 반 친구들이 우리를 위로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긴장 속에 지내던 중, 학기 초에 늑막염으로 입원한 친구가 있었다. 결국 휴학하고 한 해 유급을 해야 했던 친구에게 병문안을 가서 하소연을 했다.

“봄비, 우리 좀 살려주라.”

친구는 우리의 사정을 선생님께 간곡히 전했고, 그 덕분에 우리는 공포에서 해방되었다. 힘든 시절이었지만, 우리는 선생님을 원망하지 않았다. 매 순간, 우리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는 가톨릭 재단 소속으로 교칙이 매우 엄격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한 학급이 줄어 있을 정도였다. 2년 동안 70명 가까이 퇴학당했을 정도니 말이다. 우리 반에는 사춘기를 치열하게 앓던 친구가 있었는데, 말 그대로 문제아였다. 사고를 치고 돌아다닐 때마다 선생님께 엄청 혼났지만, 퇴학만은 면할 수 있었다. 담임선생님이 온몸으로 막아주셨기 때문이다. 교무실에서 그 친구를 위해 사정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본 아이들도 있었다. 그 친구의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일은 내 몫이었기에, 선생님의 진심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그러나 선생님이 전근 가신 이듬해, 그 친구는 결국 퇴학당하고 말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우리는 선생님 댁을 찾아가 안타까워하며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처분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 친구는 시골 학교로 전학을 가 사춘기를 무사히 넘겼고, 나중에 아주 착한 장교가 되었다고 들었다. 누구나 사춘기의 혼란을 겪지 않는가. 그 애는 남보다 조금 심하게 앓았고 선생님은 그걸 아셨던 것이다.

1학년 말, 첫눈이 내리던 날이었다. 우리 반 아이들은 학교 운동장에 커다랗게 선생님의 별명을 썼다.

“잡초!”

결국 또 한바탕 매를 맞았다. 그러나 그날, 선생님은 이렇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잡초가 뭐냐! 임마." 아이들은 소리쳤다.

“선생님! 사랑해요! 우리는 1학년 3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