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은 김치를 먹는다. 언제부터인지 잘은 모르지만, 배추를 주원료로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김치를 만들고 삭혀서 겨우내 먹고 또 1년 내내 먹는다. 지금은 먹을거리가 풍부해져 전보다 덜하지만, 김장철이 되면 대 장관이 벌어진다.
한때는 김장철 시장 경기가 나라 경제의 지표가 되기도 했다. 하나의 먹거리로 이런 축제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나라가 또 있을까. 우리가 어릴 때는 6인 가족 기준 한 집 당 배추 60포기 정도를 감당했다. 지금도 20포기 정도들은 하는 것 같다.
예전엔 김치 포기 수로 그 집의 풍족함을 과시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100포기 이상의 집도 흔했다. 지금은 식당이나 가야 그 정도를 구경할 수 있지만, 그때는 그랬다. 아이들끼리도 자기 집에 김치를 얼마나 했느냐를 가지고 어깨에 힘을 주는 경쟁을 하곤 했다. 그래서 이 무렵이 되면 과연 우리 집은 올해 얼마나 하나 부모의 눈치를 본다. 웬만한 회사에서는 김장 보너스도 나온다. 그런 거 없는 회사의 社主는 졸지에 스크루지가 되기도 했고 말이다.
우리 집도 매년 김치를 담근다. 아내는 35년 경력의 김치 달인이다. 결혼 전까지 한 번도 해 보지 못했던 김장을 결혼과 동시에 장하게도 독학으로 통달했다. 물론 하루아침에 그렇게 된 건 아니다. 오랜 세월 증인으로서 그 성장 과정이 눈에 선하다.
장하다…….
서울 기호지방에서 배워서 서울 기호지방 스타일의 아내표 김장. 경상도 본가나 처가의 김장과는 그 결을 달리한다. 지금은 어머니나 장모님도 아내의 김치를 좋아하고 그것만 드신다. 아내는 달인이다.
곧 우리 집 감장 담그는 날이다. 포기 수나 양념은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아이 적이나 예순이 넘었을 때나 변함없는 것은 뛰는 내 가슴이다.
김장! 이게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