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이 피는 둥 마는 둥
봄이 없어졌네! 어쩌네 해도 분명 봄은 있었다.
올해는 유난히 싱거웠지만
또 그렇게 봄이 지나간다.
모든 게
자잘한 인간들이 지어낸 이야기다.
누가 뭐라고 하든,
계절은 때를 맞추어 지나간다.
곧 장마철이다.
매일같이 비가 내리고 천둥 번개도 칠 것이다.
어김없이.
장마철에는 천둥 번개가 무섭다.
큰 죄가 없어도
괜히 몸을 쪼그리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전생의 죄를 찾아서
하늘이
내 머리 위를 때릴지 모른다.
“이놈!”하면서.
한때,
온몸의 쇠붙이를 모두 감추고
몸을 웅크리던 시절이 있었다.
길을 걷다가
우산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한달음에 집에 뛰어들던 유년이 있었다.
“엄마!”하면서.
하지만! 난
아직도 살아 있다. 멀쩡히.
지금은 그다지,
무섭지 않다.
천둥 속에서도
유유히 앞을 보고 걸어갈 수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까.
그래도
그 시절이 행복했다.
기억만으로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