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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기억

by 신화창조
장대비.jpg

봄꽃이 피는 둥 마는 둥

봄이 없어졌네! 어쩌네 해도 분명 봄은 있었다.

올해는 유난히 싱거웠지만

또 그렇게 봄이 지나간다.


모든 게

자잘한 인간들이 지어낸 이야기다.

누가 뭐라고 하든,

계절은 때를 맞추어 지나간다.




곧 장마철이다.

매일같이 비가 내리고 천둥 번개도 칠 것이다.

어김없이.


장마철에는 천둥 번개가 무섭다.

큰 죄가 없어도

괜히 몸을 쪼그리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전생의 죄를 찾아서

하늘이

내 머리 위를 때릴지 모른다.


“이놈!”하면서.


한때,

온몸의 쇠붙이를 모두 감추고

몸을 웅크리던 시절이 있었다.


길을 걷다가

우산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한달음에 집에 뛰어들던 유년이 있었다.


“엄마!”하면서.


하지만! 난

아직도 살아 있다. 멀쩡히.


지금은 그다지,

무섭지 않다.

천둥 속에서도

유유히 앞을 보고 걸어갈 수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까.


그래도

그 시절이 행복했다.

기억만으로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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