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는 꽃 중의 꽃이다.
외면의 美든, 치명적인 향기든
장미보다 아름다운 꽃은 없다.
피보다 진한 붉은 꽃잎,
크고 작은 꽃 봉우리,
무리를 지어 피든,
넝쿨로 피든,
정원 한가운데 홀로 피든
그녀의 자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장미보다 더 아름다운 꽃이 있다고
누가 주장하더라도 그것은
그냥 질투심에서 나온 말일 뿐이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장미는
5월에 피고 한 달 만에 지는 꽃이다.
공원이며, 동네 골목이며,
정원마다 활짝 핀다.
6월 이맘때는 꽃잎을 지운다.
같은 시기에 많은 꽃들도 함께 피지만
그 카리스마는 장미에 미치지 못한다.
나는 꽃이 아니다.
그런데도 왠지 질투가 난다.
아,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면.
오스트리아의 대문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장미 가시에 찔려 죽었다는 유명한 이야기도 있다.
과연 릴케다운 죽음이다.
윤동주나 백석 같은 대시인도
흠모해 마지않았던 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들의 작품 속에서 무수히 인용될 정도다.
장미, 릴케, 백혈병, 파상풍, 죽음.
단어 자체만으로 대시인답고 아름답다.
그 중에서 장미라는 단어가 가장 詩的이다.
난 올해 5월에도
장미를 기다렸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내내 꽃 봉우리를 터트리지 못하다가
6월이 다되어서야 조용히 꽃을 내밀었다.
왜 그랬는지 나는 모른다.
자연에 관한 일은 신의 몫이다.
잠시 왔다가는 우리로서는 알 재간이 없다.
동네 길을 걷다가 6월에 활짝 핀 장미를 만났다.
장미꽃에서 첫사랑 냄새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