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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잎 김치

by 신화창조

대구는 4세부터 26세까지 성장기를 다 보낸 곳이다. 이 정도면 고향이라고 해도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 이야기는 고향에 대한 시비를 가리려는 게 아니다.


다만 그곳에서 성장기를 다 지내다 보니 내 입맛에 그곳이 남아 있지 않을 수 없다. 조상대대로 살았던 태 묻은 봉화 유곡이나 대구의 입맛이 내 입맛의 반반씩 전부라 하면 서울이 좀 섭섭하려나.


아무튼, 오늘은 콩잎 김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대구 지역엔 콩잎을 주제로 한 반찬류 음식이 많다. 이른바, 콩잎 김치, 콩잎 장아찌, 콩잎 된장박이 등이 대표적이다. 간장 양념으로 장아찌를 만들거나 된장에 박거나, 소금물에 삭혀 양념을 더하기도 한다. 조상이 콩잎 하나인 만큼 내 보기엔 다 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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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먹을거리가 부족한 내륙 지방이다 보니까 그런 것도 개발되었겠지만 이게 꽤 맛있고 풍미가 있다. 깻잎처럼 강한 향도 없고 잘만 삭히면 식감도 부드럽다. 아마 우리 또래 이상의 대구 사람이라면 순위에 드는 밥도둑으로 친다 해도 틀림이 없으리라. 지금은 풍족한 시대가 되어 영접하기가 귀해졌지만 그래도 애써 찾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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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어머니로부터 아내에게까지 잘 전수되어 식탁의 한자리에 대접받고 있다. 그러나 이건 알아야 한다. 자칫 염장이나 데치기가 잘못되면 식감이 질겨져서 처음 접하거나 자주 접하지 못한 사람은 단풍잎을 씹는다면서 상을 찡그린다.

그런 분들에게는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여보게, 콩잎은 죄가 없네. 주방의 불찰이니 너무 뭐라고 하지 말고 다음에 다시 기회를 주면 좋겠네. 다시 한번 맛보면 생각이 달라질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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