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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군대 이야기 1

(장정)

by 신화창조

1983년 8월 19일 날씨 맑음, 금요일이었다. 41년 전 이야기다.


입대하던 날. 정말 군대 한번 가기 정말 힘들었다. 3학년 기말고사 치르고, 11월에 휴학계 내고, 조기 징집원 내고 금방 나올 줄 알았던 영장이 통 나오지 않는 거였다.


82년에 주로 입대했던 동갑 친구들은 대략 4~5월이면 가더라만 난 왜 이렇게 힘든지 몰라. 대학 생활에 미련이 남아 어리석게도 괜히 입대를 늦춰서 이런 낭패를 만나다니…….


61년생보다 62년생이 이렇게 더 많은가? 무려 10개월이나 허송세월을 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무게를 뼈저리게 느꼈다. 하도 전화를 해대서 병무청 담당자와는 친해질 지경이었다. “저 언제 가요?”“몰라, 임마, 기다려!”


하여간 어떻게 저떻게 영장이 나와 드디어 군대라는 곳을 갈 수 있게 되었다. 머리 깎고 전송받으며 대구 인근 영천 역에서 논산 연무대 역으로. 애인 있는 애들은 영화, “바보들의 행진”에서나 봤음 직한 장면을 연출해가며 아주 거하게 갔지만 나야 뭐 어머니, 또 휴가 나온 공수부대 친구, 한 분, 한 놈의 전송을 받으며 아주 재미없게 출발했다.


이제 836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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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를 타는 순간부터는 호송병인가 조굔가 계급장 단 현역 군인들에게 우리 ‘영천 장정’의 운명은 맡겨졌다. 한 좌석에 세 명씩 붙어 앉아 쏟아지는 욕지거리 세례를 맞으며 논산까지.


연무대역에 내리는 순간 턱하고 숨통을 막아 오는 열기. ‘8월이 이렇게 뜨거웠던가?’ 왜 그 순간, 문둥이 시인 한하운이 생각난 건지 지금도 모르겠다.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 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름거리며 가는길…….”


그랬다. 붉은 황톳길.


병든 수캐 떼 같은 우리 영천 장정 행렬 사이로 밀려 들어오는 노란색, 푸른색 고무호스들. 우리 목말라 죽지 말라고.


지금도 연무대 주민들의 따듯한 마음을 잊을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보답이라곤 점심용 건빵 봉지를 던져주는 일, 낮은 목소리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그렇게 우리는 터벅터벅 연무대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이제, 835일 남았다.’ 중얼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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