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 봄쯤인가, 우연히 들른 꽃집에서 언젠가 꿈에서 본 듯한 꽃나무 하나를 봤다.
아주 어릴 때 꾼 꿈인데 너무 아름다운 꿈속 꽃동산에서 본 천상의 꽃. 그 곳은 분명 천상이었다. 잠에서 깨기가 너무 아까워 애써 잠들어도 다시 볼 수 없었던 그 꽃.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할까.
그 꽃을 닮은 꽃을 다시 만나다니.
당연히 샀다. 꿈속에서 수백, 수천, 만발해 있던 말로 다 표현 못할 아름다운 꽃.
꽃집 주인 말로는 명자 꽃 계통이라고 하고, 산당화, 장수매 등등 다른 꽃도 많단다. 그런데 그 꽃은 다른 명자와 달랐다. 다른 꽃은 단일 색상이고 꽃잎도 작은 듯한데, 이 꽃은 하얗고, 붉고, 분홍색 등 삼색이 섞여 피었다. 심지어 단일 꽃송이에도 세 가지 색이 섞여 있었다. 그 매혹적인 감동은 내 짧은 문장력으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그렇게 만나서 함께 지낸 수년, 이 꽃은 제대로 키우기도 꽤 까다로웠다. 적절히 차갑게 겨울을 나고서야 꽃을 피우고, 혹여 너무 춥게 방치하면 얼어 죽는다. 조금이라도 따듯한 겨울을 보낼 양이면 잎사귀만 무성하게 된다. 애지중지 보살펴야 한다는 이야기다(성공보다 실패를 더 많이 겪었음). 그렇게 애써 정성껏 겨울을 나야 봄 한철, 2주 정도 천상의 꽃을 볼 수가 있다.
물론 이 꽃에 대해서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나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싶다. 언제나 여운을 남기고 다음 해를 기약하게 하는 그 꽃처럼 말이다. 소개 글도 여백으로 끝내고 싶다.
아! 이름을 말 안 했구나. 동양금(東洋錦)이란다. 귀한 비단 금자를 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