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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

by 신화창조

봉지 커피도 없던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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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파는 곳이 “다방”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아침 일찍 “다방”엘 가면 커피에 날계란 노른자를 얹어 주던 시절이 있었다.


손잡이 컵, 컵 잔, “레지”, 전화 호출 부르는 소리, 성냥 통....... 어떤 곳은 뮤직 박스.

그다지 신통할 것 없는 시절, 다방은 존재만으로도 특별한 곳이었다.

추억만으로도 정겹다.


‘노고지리’라는 2인조 가수를 아는가.

“너무 진하지 않은 향기를 담고”로 시작하는 ‘찻잔’이라는 노래를 아는가.


친구를 만나든 애인을 만나던 누구나 다방엘 갔다. 다방 커피는 대체로 설탕, 프림, 커피가루가 2대2대2로 섞인다.


물론 취향에 따라 프림이나 설탕은 줄이거나 늘려서 주문할 수 있으나 대부분 주는 대로 마신다.

지금의 봉지 커피와 맛이 비슷하다.


그 곳에서 젊은 시절 모든 역사가 이루어졌다. 어떤 이는 연애를 하고, 어떤 이는 실연을 겪고, 어떤 이는 우정을 쌓고, 누구는 시국을 한탄하고 울분했다. 이른바 종업원인 “레지”는 중요한 정보원이었고 조언자이기도 했다.


어디 젊은이 뿐이랴. 연령 불문하고 모두들 사랑했던 그 시절 다방. 지금은 사라져버린 다방이 문득 생각이 났다. 아무리 지나간 것들이 모두 허구라지만 가슴 속에 깊이깊이 낙인처럼 박혀 있는 이미지는 허구만은 아니란다.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시절은 우리가 주인공이었다. 소외되지 않은 주인공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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