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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이야기

(춘양목 아야기)

by 신화창조

우리나라 애국가에도 나오는 소나무 이야기다.


한때 우리나라 산림의 7~80%를 차지했던 소나무가 지금은 많이 줄어든 것 같아 안타깝다. 소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우리 전통과 역사를 함께해 온 동반자다. 전통 목조 건축물인 한옥 역시 대부분 소나무로 지어지는데, 소나무가 줄어들수록 제대로 된 한옥을 새로 짓는 일이 날로 어려워질 것이다. 삼나무로 된 한옥을 상상이라도 해 볼 수 있겠는가. 소나무는 바로 우리다.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백절불굴(百折不屈) 정신을 닮았다. 고난 속에서도 굳건히 뿌리내린 우리의 모습처럼, 소나무는 말없이 푸름을 지키며 존재한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소나무는 우리 스스로의 자부심이다.


내 고향의 소나무는 소나무 중에서도 으뜸이라 할 만하다. 붉은 춘양목이다. 수십 미터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춘양목 군락은 한때 지역 경제를 떠받쳤다. 대궐과 같은 고급 건축물의 재료로 애용되었던 이 소나무들은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의 시련을 겪으면서 점차 축소되었지만, 지금도 봉화군 소천면 일대에서는 여전히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내 고향 토일 마을, 우리 집 바로 앞 송암정 마당에도 춘양목이 있었다. 수십 미터에 이르는 20여 그루의 춘양목이 마당을 가득 채웠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하늘을 향해 위엄 있게 서 있던, 마치 조상님 같은 나무들이었다. 어릴 적 나는 그 소나무에 매달려 놀곤 했단다.


누군가 고향을 떠날 때든, 다시 돌아올 때든, 소나무는 말없이 푸른 잎으로 바래다주고 맞아주었다. 붉고 굵은 몸통은 흔들림 없이 세월을 견디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내 조상 같고 부모 같은 존재들.


세월이 흘러 고향 집은 사라지고, 그곳에 살던 사람들도 자취를 감췄지만 춘양목은 여전히 독야청청(獨也靑靑) 산촌의 내력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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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고향의 풍경을 넘어, 우리의 정신과 내 유년의 추억을 간직한 역사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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