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즐거워졌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기가 싫어졌습니다.
어느 순간부터였을까요?
군대 가기 직전, 그동안 학비 후원을 해주었던 곳의 행사에 참석해서
등 떠밀리듯 대표로 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단상에 올라가니 눈앞이 하얘져
미리 준비해간 원고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원고 읽기를 포기하고 생각나는 대로 말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기립 박수를 받았습니다.
무슨 말을 했는지 도무지 기억은 나지는 않았지만
진정성 있는 말이 꽤 괜찮게 전달되었다더군요.
그래요.
우연한 행운이며, 하늘이 도운 일이었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어디서든 말하는 자리가 있다면 사양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경험과 내공이 쌓여
생각을 말로 전달하는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번엔 노래 이야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980년, 대학에 입학했을 때,
신입생 환영회에서 사람들 앞에서 처음 노래를 하게 되었습니다.
가사를 알고 있는 유일한 곡을 열심히 불렀습니다.
눈치를 보면서.
그런데 이게 웬일 입니까.
사람들은 내가 노래 부르는 동안,
딴전을 피우거나, 지루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심지어 비웃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진땀이 흘렀습니다.
그러다보니 노래 부르는 3분이 30분 같았습니다.
그 이후 남들 앞에서 거의 노래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어쩌다 피할 수 없는 경우는 지나치게 눈치를 보다가
음정도 박자도 망치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저는 말은 잘하고 노래는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반대로, 어쩌다 노래를 했는데
우연히 열광을 받은 경험이 있었더라면 그 이후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또, 어쩌다 연설을 했는데 조롱을 받았더라면 그 이후에는 어땠을까요.
잘하고 못하고가 이렇게 결정되었네요.
어떻게 받아 들였는가가 인생을 결정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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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도 잘 했으면 참 좋았을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