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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 바라기

by 신화창조

같은 별, 다른 사연을 담고 있지만

샛별도 예쁜 이름이고,

개밥 바라기도 예쁜 이름이다.


초저녁 서쪽 하늘 초승달 옆,

제일 먼저 뜨는 별.

달과 함께 홀로 빛나는 별이라 했나,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가까운 행성,

금성이 바로 그것이다.


제일 먼저 뜨니까 샛별이고,

저녁 답, 배고픈 개가 밥을 기다리며

하늘을 쳐다볼 때 떠올라 개밥 바라기란다.


예쁜 이름이다.


옛날 마당 개는 늘 배가 고팠다.

사람도 굶는 세월이었으니,

개가 배불리 먹을 리 없었다.


운수 좋게 주인을 잘 만난 개는

하루에 한 끼라도 먹을 수 있었겠지만

대부분 개는 그렇지 못했겠지.


온종일 마당 구석에서

땡볕과 싸워가며 헐떡이다가

혹시나 줄지 모르는 먹이를 기다리며

서쪽 하늘 쳐다보는 옛날, 그 어느 날

마당 개들.


아름답고 슬픈 이름이다.


또한,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고

천대받는 신세에 놓인 사람을

개밥 바라기에 비유하기도 한다니,


그 또한 마음이 서늘하다.


하지만, 하늘에 떠 있는 샛별,

개밥 바라기를 보라.

홀로 독야청청 빛나지 않는가.


지금은 비록 개밥 바라기 신세라지만

근본적으로 개밥 바라기는 별이다.


누가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그대는 별이다.

언젠가 세상 사람이 꼭 알아봐 줄 그런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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